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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세기 소년 Jan 31. 2021

#모두의 4차 산업혁명 : 13교시

거대사를 통괄하는 산업혁명 클래스


#20. 대한민국 모빌리티 서비스 잔혹사               

                              

 이번 수업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수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 잔혹사에 대해 별도로 해설을 해드리겠습니다. 워낙 관계된 이해관계자도 많고, 관련법도 다양해서 자칫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실상을 알고 나면 우리가 앞에서 이미 다뤘던 지키려는 쪽과 바꾸려는 쪽 혹은 있었던 것과 새로운 것의 갈등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기존 시장을 지키고 싶은 쪽은 택시구요, 바꾸려는 쪽은 기술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이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택시 측의 판정승으로 기우는 모양새로 대한민국에서는 택시를 제외한 새로운 차량 공유 서비스가 좀체 자리를 잡아가기 어려운 형국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모빌리티 산업의 대표주자인 우버가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로 정부와 사법부, 입법부로부터 줄줄이 철퇴를 맞고 퇴출된 이후,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쉽게 실마리를 찾지 못해왔지요. 유사택시의 운송사업 행위를 금지하는 일명 '우버택시 금지법' 통과로 규제가 한층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2015년 등장한 콜버스랩의 공유버스 서비스, 2017년 풀러스의 카풀 서비스 등이 등장했지만 역시 택시업계의 반대와 민원 세례에 부딪혀 결국 규제 덫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2018년 말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시범사업을 시작하자 택시업계는 "대기업이 생존권을 말살한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급기야 기사들이 분신하는 사고까지 벌어지고 말았죠. 결국 카카오는 카풀 정식 서비스를 무기한 연기하고 국회, 정부, 택시업계와 함께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해 카풀서비스를 제한하는 대신 택시업계와 손잡고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내놓겠다는 방안에 합의하기에 이릅니다. 이 과정에서 카풀 허용 시간이 오전·오후 두 시간씩만 허용하도록 제한되면서 카풀 업체들은 대부분 사업을 중단해야 했죠.


 2019년 7월, 국토교통부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의 후속조치로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내놨습니다. 플랫폼 택시 사업을 플랫폼운송사업, 플랫폼가맹사업, 플랫폼중개사업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제도화하고, 관련 규제 문턱을 낮춰주겠다는 내용이었죠.


 그러나 문제는 택시가 아닌 렌터카로 법률상 예외조항을 활용해 사업 중인 ‘타다’였습니다. 국토부가 타다의 불법성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내리지 못하는 동안 타다는 고속 성장해 출시 1년 만에 차량 1,400대, 기사 9,000명, 가입자 125만명 규모를 갖춰가고 있었지요. 타다의 성장과 이용자들의 호평에 위기감을 느낀 택시업계는 다시 카카오 때와 같은 대규모 시위에 나섰고, 또 다시 비극적인 분신 사고도 발생하고 맙니다.    


[타다 / ⓒ tadatada.com]

 

 택시업계는 타다를 검찰에 고소했고 2019년 10월 검찰은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브이씨엔씨(VCNC)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고, 국회에서는 이익 집단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서인지 ‘타다 금지법’이 발의돼 상임위를 신속하게 통과하기에 이릅니다. 우버를 퇴출시킨 패턴이 그대로 반복되며 타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고 이 과정에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유치가 무산됐고 두 대표는 법원을 들락거리는 신세가 됐지요.


 2020년 2월 19일, 1심 법원이 타다의 무죄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잠시 역전되는 듯 했으나 국회의 판결은 달랐습니다. 무죄 판결 후 국토교통부는 렌터카로도 플랫폼 운송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추가한 수정안을 들고 의원들을 찾아 타다 금지법 통과를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타다 금지법은 이틀 뒤인 6일 본회의에서 재석 185명 중 168명의 찬성으로 가결되고 말았습니다.


 혁신인지 반(反)혁신인지, '타다 금지법'인지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법'인지 찬반 여론이 뜨거웠던 법안임에도 반대표가 고작 8표에 그칠 정도로 이견이 없었습니다. 여야는 모빌리티 혁신은 택시와 공평한 무대에서 이뤄져야 하며, 타다만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동조한 것이지요.


 타다금지법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일컫는데요, 국회가 2020년 3월 6일 통과시킨 법안으로, 여객자동차 운송 플랫폼 사업을 제도화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타다와 같이 렌터카를 활용한 운송업체들이 플랫폼 운송 면허를 받아 기여금을 내고 택시 총량제를 따르면 영업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정법에는 11∼15인승 차량을 빌릴 때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대여·반납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때만 사업자의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했습니다. 한마디로 타다의 사업성을 완전히 무시한 조처였습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현행처럼 10~20분가량의 중단거리 이동을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를 부르는 '타다'는 불법이 되고 말죠. 즉, 타다는 관광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단시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회는 법 시행까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이 개정안에 대해서는 택시 사업을 보호하고 플랫폼사업자를 제도권으로 포함시킬 수 있게 됐다는 주장과, 국민의 편의나 신산업 확산에 대한 고려 없이 택시 산업의 이익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수장인 이재웅 대표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고객의 호출을 받아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보내주는 타다의 주요 사업) 잠정 중단을 발표하며 타다 차량의 일부 매각 절차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그리고 다시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1년 새해를 맞는 쏘카와 타다의 분위기는 앞선 2년과 달리 대체로 덤덤한 모습인 듯 합니다. 2019년의 뜨거운 관심도, 2020년의 거센 논란도 찾아보기 어렵지만, 새로운 사업 추진으로 분주하기도 한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타다 서비스 종료 이후 쏘카와 타다는 한동안 뒷수습에 매진했습니다. 타다 서비스에 투입됐던 차량은 물론 인력도 대거 정리됐고, 당초 계획됐던 VCNC의 분사는 백지화됐죠. 고급택시 서비스로 명맥을 유지해오던 타다는 이후 새로운 출발에 나섰는데 지난해 하반기 대리운전 서비스에 이어 가맹택시 사업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2018년 첫 데뷔 때와 같은 반향은 없지만, 타다의 유명세를 앞세워 입지 확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저는 택시와 신규 모빌리티 사업자간의 갈등사를 근방에서 지켜봐왔던 관계자로서 소회를 밝히자면, 197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벽돌깨기’ 게임이 생각납니다. 신생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끝없이 혁신이란 공을 던지지만 수많은 벽돌을 맞고 결국 되돌아오는 형국 말이죠. 아마 대한민국에서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을 시도하려면 국토교통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혁신성장본부를 비롯해 검찰과 법원, 국회까지 3권 분립 체계를 모두 겪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마주해야 하나 봅니다. 이 문제를 대하는 당사자 모두의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참여와 이해와 배려가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먼 훗날 돌아보면 당시 우리의 이슈도 어떻게든 결론이 났을 것이고 또 하나의 역사적 사례로 남아있겠죠. 중요한 것은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벽돌은 다소 많을 뿐이지, 하나 둘 깨다보면 게임의 끝은 결국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격론의 과정에 진정한 주인이자 소비자인 국민이 패싱된건 아닌지 성찰해봐야 하겠습니다. (웃음)


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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