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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세기 소년 Jan 31. 2021

#모두의 4차 산업혁명 : 15교시

거대사를 통괄하는 산업혁명 클래스


#22. 1965년의 상상               

                              

 만화 ‘심술통’으로 유명한 이정문 화백은 1965년 학생 잡지사의 요청으로 2000년대의 미래를 예측하는 만화를 그렸습니다. 당시 24세의 이 화백이 그린 이 만화는 정말 만화에 불과한 허무맹랑한 상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재 대부분 상용화됐거나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 되었지요.  당시로서는 정말 놀라운 상상력이라는 탄성밖에 나오지 않는데요. 이정문 화백은 이 놀라운 상상력의 원천을 밤하늘을 바라보며 상상하기를 즐겼고, 과학 뉴스를 50년 간 주의 깊게 살펴본 덕분이라고 밝혔죠. 거창하고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한 미래 예측 글이나 말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 ⓒ 이정문]


 이번 챕터에서는 이정문 화백의 그림을 살펴보며 현재의 상황과 하나씩 비교해보도록 하죠. 그림의 중앙에서 전기 자동차를 먼저 볼께요. 전기로 가는 건 이해하겠는데 안에 탄 사람은 핸들을 잡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오늘 날의 자율 주행 시스템을 상상해 낸 것이죠. 만화에서 상상한 2000년보다 시간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2018년 12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의 자율자동차 부문인 웨이모(Waymo)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 자율 주행차 서비스를 시작했죠. 같은 기간 중국 쑤저우시에서는 쑤저우 하이거(Higer) 버스가 개발하고 만든 8m 길이의 양산형 무인 자율 주행 버스의 주행 테스트가 시작되었는데요. 기존 자율주행에 필요한 인지 센서는 물론 중국의 대표적 선도 기술인 얼굴인식 AI 기술도 접목되어 승객이 표나 태그 결제 없이 승차가 가능한 기술을 자랑했습니다. 또한 자율주행차 전용 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2035년 완공을 목표로 세계 첫 자율 주행차 전용 도시도 만들어 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조금 뒤처지긴 했습니다만 2024년까지 완전자율주행 제도와 인프라(주요도로)를 완비해 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 4단계 수준의 완전자율차를 출시하고 2027년 전국 주요 도로의 완전자율주행을 상용화하겠다는 ‘미래차 산업 발전 3대 추진전략’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고속도로에 NoA(Navigate on Auotpilot) 기능을 켜고 다니는 자율주행 2.5레벨 정도의 테슬라 차량이 점차 많아지고 있죠.(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수 밖에) 아무튼 1965년도에 전기자동차에 더해 자율주행을 상상해 낸 것은 정말이지 감탄을 금치 못하겠네요.     


 “그 만화를 보시면 ‘소형 TV전화’가 나올 거예요. 그땐 마침 우리나라에 흑백TV가 보급되고 레슬링 선수 김일이 흥행하고 있었거든요. 어릴 때 봤던 군부대용 무전기가 떠오르더라고요. 이 무전기에 TV를 붙이면, ‘소형 TV전화’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정문 화백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스마트폰의 출현을 예측한 것이죠. 이론적 발명 개념으로 이것을 ‘더하기 발명’이라고 하는데 역시 놀라울 따름입니다. 오늘 날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소형 TV전화’ 그대로잖아요.(웃음) 전화도 할 수 있고 유튜브도 보고 말이죠. 이 소형 TV전화는 갈수록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고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포노 사피엔스’로의 진화에 가장 핵심적인 도구가 되어 왔습니다. 스마트폰의 1대의 컴퓨팅 역량은 10년 전 슈퍼 컴퓨터를 능가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부문의 경쟁이 치열한데요. 폴더블, 롤러블 등 접고 휘는 방식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작은 크기의 디바이스에서 더 크고 선명한 화면을 보기 위한 경쟁이 한창입니다. 그러다보니 허위 광고에 사기 소동도 많았는데요, 한 예로 ‘Cicret Bracelet’이라는 제품이 있었습니다. 밴드를 차고 프로젝트처럼 빛을 몸에 투사해서 스마트폰 화면을 구현하고 이를 조작한다는 것이었는데요. 광고 영상에서는 혹 해보이지만 이는 명백한 사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광보다 더 강한 빛을 조사해야하고, 굴곡이 있는 옷 위에선 제대로 된 동작 인식이 어렵다는 점이죠. 

    

[Cicret Bracelet / ⓒ youtube]


 굳이 어디라고 밝히진 않겠습니다만, 2018년경 모 부처 장관의 연두 계획 발표 자료에 이 제품의 영상이 삽입되어 있던 것을 본 기억이 나네요. 미래 비전을 조금 더 쇼킹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그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무작정 해외 자료를 검증 없이 사용하고 전파하는 건 조금 위험할 수 있겠네요. 자료 대신 수집하고 작성하는 실무진들의 고충을 백번 이해하고도 남는 마음에 이 사례는 애교 수준으로 넘어가 줍시다.(웃음) 


 이정문 화백의 달나라로 수학여행을 간다는 상상은 아직 100%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지난 시간동안 놀라운 발전이 있어왔습니다. 중국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지던 달의 뒷면 탐사를 위해 곧 ‘창어 4호(嫦娥四號)’를 쏘아 올렸고 2019년 1월, 인류 최초로 달 뒷면 탐사에 성공했습니다. 달 착륙은 이전에도 여러 번 시도해서 뭐가 신기한 일인가 하실텐데요, 달 뒷면 탐사는 중계 통신이 끊어지게 되어 그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곳이죠. 그것도 우주과학 분야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에서 성공을 하였다니 놀라우시죠? 사실 중국은 이미 미국, 러시아에 이어 우주산업 강대국 위치를 수성하고 있답니다. 그 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명왕성 무인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New Horizons)’가 명왕성 탐사를 마치고 태양계 경계선인 카이퍼 벨트에 진입을 시도했다는 소식과 함께 꾸준히 인류의 우주 진출에 선봉에 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언맨의 모델이 된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화성 탐사를 위한 드래곤 유인 우주선 발사를 준비하는 등 우주 산업에 있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민간 기업입니다. 2021년 상업용 민간 우주선 발사를 앞두고 있고 발사 지점까지 되돌아오는 재활용 로켓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우주선끼리 도킹해 연료를 급유하는 기술 등 연구개발에도 한창이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인지라 경영난에 시달리기도 하고, 연구의 실패도 잦아 언론과 호사가들의 좋은 먹잇감으로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일론 머스크의 꾸준한 전진과 호기심, 열정에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언론이 아무리 그를 비판해도 그는 매일 본인의 자산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중이죠. 여담으로, 제가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밝혔지만 아마 다섯 번째 버전의 메가 트렌드가 온다면 강력한 후보로 우주 산업과 생명 과학이 될 것이라고 감히 예측해 봅니다.(웃음) 


 다시 그림으로 돌아와서 전파신문은 현재의 인터넷 뉴스를 생각하면 될 것 이고, 원격 학습, 로봇 청소기, 스마트 주방 등 모두 실현이 되었지요. 당시 태양열 집광판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원격 진료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도 인상 깊은데요.    

 

 “그땐 동네 의원이 거의 없었어요. 아프면 집에서 그냥 앓는 거예요. 아주 아프면 의원에서 의사를 불러야 했어요. 그런데 의사를 부르는 왕진료가 얼마나 비쌌는지 몰라요. 의료보험도 없어서 아프면 죽어야 했던 시절, 소아마비도 예방할 수 없던 시절을 지나오면서, 원격 진료를 만화에 그려 넣었어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으로 치부되고 있는 이 원격의료에 대한 논쟁은 대표적인 규제와 이익집단 간 충돌로 쉬이 해결이 나지 않는 분야입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원격진료 시장은 해마다 커지고 있습니다. 의료 편의성을 높이고, 세계적인 의료ㆍIT 융합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죠.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원격의료의 제한적 일부 허용에 따라 사용자 경험을 쌓게 되면서 향후 그 수요는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동남아도 원격진료 한창인데…한국은 의료법 막혀 19년째 헛바퀴 / ⓒ 중앙일보]


 물론 위와 같이 반대하는 입장의 논리도 응당 이해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만큼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좋은 국가가 드물죠. 세계 여행을 가보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특히 한국의 교통 시스템, 의료 시스템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하죠.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웃음) 하지만 여전히 큰 산을 못 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원격의료입니다. 원격의료는 20여년 넘도록 지속된 해묵은 논쟁거리죠.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공론화됐고 이후 정권들이 다양한 형태로 원격의료를 추진했으나 번번이 의료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이슈였습니다.


 현재는 의사가 환자에게 비 대면으로 “물을 마셔라” 권고하는 것도 불법이에요. 원격의료 제도의 도입을 위해선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처리돼야 하는데 꾸준히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단 한 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실정이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원 내 감염’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원격의료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서비스를 일부 경험해보고 있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한시적으로 환자와 병원, 약국을 연결해 원격의료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요. 처방약은 가까운 약국을 지정하면 원격의료를 받은 병원에서 처방전을 약국으로 발송해주고, 직접 수령하거나 택백, 대리수령이 가능한 점 역시 좋은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 입장에 손을 드시겠습니까? 앞으로 이 원격진료 이슈는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 주요 이슈 중에 뜨거운 감자 Top 5안에 들 만한 주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민들 역시 4차 산업혁명이 망라된 정책 중 하나인 한국형 뉴딜(2020년 7월 발표)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이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구축'이라고 답했죠. 원격진료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인데요, 정부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정협의체가 중단없이 지속되며 관련 이슈들을 발전시캬 나아가길 기대해봅니다.


 이상과 같이 살펴본 이정문 화백의 상상 만화에는 놀라울 만큼 정확한 기술발전 묘사가 가득하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몇몇 이슈는 사회적으로 성숙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고찰도 주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 화백의 인터뷰 중 한 단락을 더 소개해 볼께요.     


 “앞으로는 로봇 시대가 올 거예요. 이미 청소 로봇부터 다양하게 나와 있죠. 그 중에서도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업이 사양 산업이 될 것 같아요. 사람과 똑같은 로봇을 만드는 시대가 올 텐데, 그땐 말도 할 줄 알고 관리하기도 어렵지 않은 애완 로봇이 나올 것 같아요.”


자, 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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