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십세기 소년 Feb 01. 2021

#모두의 4차 산업혁명 : 18교시

거대사를 통괄하는 산업혁명 클래스


#25. 미래 자동차 춘추전국시대          

                                   

 오늘날의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분야의 오랜 시간 업력을 쌓아온 이종 업종의 기업들이 촌각을 다투며 합종연횡하고 있는 마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 회사 외에 이제는 5G 통신 기술을 앞세운 거대 통신사부터 포털, 커뮤니티, 지도, OS 등의 빅데이터와 플랫폼을 갖고 있는 IT회사 등 그 분야와 종류도 매우 다양한데 이들이 독자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아닌 상호간 매우 복잡한 구조로 협력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면서 자율주행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이지요.         


 전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인 구글이지만 당장 엔진과 조향장치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자율주행 ‘플랫폼’(기술이나 인터페이스, 개념 등을 총망라한)을 보유한 회사들은 자동차 제조사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고 자동차 제조사 역시 반대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다보니 기업 간 업종을 불문하고 합종연횡이 매우 복잡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구글은 웨이모(Waymo)를 통해 자율 주행 첫 상용화 시대를 열어 시장을 선도해 나아가면서 그 와중에 포드, 볼보, 우버 등과 함께 자율주행 관련 법안과 규제에 관련된 연합체를 구성하여 보다 진보된 자율주행 여건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우버에 투자했는데, 그래놓고 우버 같은 차량공유 플랫폼을 만들며 우버와 경쟁할 기미가 보이자 우버도 2015년부터 아예 자율주행차를 도로에 내놓고 토요타, 볼보 등과 손잡고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애플은 2014년쯤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소위 ‘애플카’를 극비리에 만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직 애플카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폭스바겐과 렉서스 차량을 기반으로 자율주행시스템을 테스트하면서 구글이 우버에 투자했던 것처럼, 디디추싱에 투자하면서 부족한 영역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연구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얼마전 우리 현대자동차와 협력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와 주식 시장을 흔들어 놓기도 했지요. 반면 우리 역시 네이버랩스, 카카오 모빌리티, KT, SKT, 현대, 삼성, 넥슨 등 기업간 협력과 경쟁을 펼치며 분주하게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시장의 몇몇 대표 주자를 조금 더 살펴볼까요? 구글의 전 부사장이었고, 현재는 MooC의 대표주자인 유다시티(Udacity)를 이끌고 있는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이 주도한 구글 'X 프로젝트 랩'은 2009년 자율주행 개발을 시작했는데요, 독자적인 자동차 개발 및 생산보다 기존 모델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하는데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구글은 2012년 3월 28일 시각장애인을 태우고 시험 주행에 성공한데 이어 2012년 5월 8일에는 처음으로 네바다 주에서 시험 면허 획득에 성공하면서 세계는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이목을 집중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웨이모 / ⓒ waymo.com]


 결국 구글은 자회사 웨이모를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10년 만에 무인택시 정식서비스 시대를 열었습니다. 모빌리티 서비스와 자율주행 운용체계 모두 보유하게 된 셈이지요. 심지어 2018년 12월 5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시 주변 160㎞ 반경에서 약 400명 고객에 한정해 정식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상용화의 첫 신호탄이었습니다. 웨이모의 성공적인 런칭은 미국 디트로이트에 자율주행자동차 양산을 위한 공장을 설립까지 이어지는데요, 이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자동차만 생산하는 첫 대형공장인 셈입니다. 2019년 7월에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자율주행 택시 허가도 받는 등 파죽지세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별 분류 / ⓒ Motograph]


 레벨4 수준의 컨셉 카를 선보이는 기업들이 많은 반면, 현재 양산 모델에 적용되고 있는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기능은 레벨 2.5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으로 미국 테슬라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기능인 오토파일럿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계속 진화시켜왔지요. 테슬라는 이미 ‘모빌리티 데이터 플랫폼 기업’을 선언하고 유례없이 높은 기업 가치 평가를 받으며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 완성도를 높여가기 위해 외부 환경은 물론 내부 운전자의 행동 양태까지 데이터를 수집하여 AI를 통해 고도화된 자율주행,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자동차 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시장을 매료시키고 있지요. 결국 자동차 생산부터 배터리, 통신, 자율주행 AI, 충전 시설까지 아우르며 기존 자동차 산업 모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데이터 플랫폼 기반의 혁신 사례를 창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가 총액도 한계를 모르고 계속 상승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우리 정부는 2019년 10월에 2024년까지 자율주행 '레벨4(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를 위한 제도를 마무리하고, 2027년 고속도로 등 전국 주요 도로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이루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24·2027' 자율주행 로드맵으로 착착 진행하면 세계 최초인 셈이죠. 한편으로 전문가들은 장밋빛 비전보다는 당장 제도 개선이 급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애리조나 주 등에선 수천대의 자율주행 차가 도로에서 테스트 중인데요, 그에 반해 한국은 임시 허가를 받은 수 백 여대의 운행이 전부죠. 기본적으로 포지티브(허용하는 것 외 금지)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신규산업에 대해선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입니다. 또 자율주행 기술은 주행 기록 등 데이터가 경쟁력이지만, 국내 업체는 걸음마 단계로 특히 레벨4 수준의 주행에서 빅데이터는 필수입니다. 구글 웨이모 등 해외 자율주행업체가 인공지능(AI)과 연계한 데이터 축적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우리 정부도 늦었지만 곧 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부처 합동으로 '자율주행기술개발 혁신사업단'을 띄워 본격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치며 뒤쳐진 자동차 산업을 65년이 지난 지금 세계 선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미래차 부문에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의 저력을 한번 더 믿어보고 싶군요.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의 4차 산업혁명 : 17교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