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사를 통괄하는 산업혁명 클래스
2007~8년경까지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러 들어가는 입구에는 경쟁하듯 여러 매체의 무가지가 놓여있었고, 시민들은 출퇴근 시 작고, 읽기 적정한 분량의 무료 신문을 챙겨 무료한 이동 시간을 달래곤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요. 저 역시 지하철에서 메트로, 포커스 같은 무가지를 통해 주요 뉴스나 정보를 챙겨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나이 지긋하게 잡수신 어르신들은 여전히 두껍고 큰 주요 일간지를 펼쳐 좁은 지하철 인파속에서 힘겹게 보시던 모습도 떠오르네요.(웃음) 그러나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그 풍경은 거의 사라지고 이젠 모두가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 당시엔 무가지가 제공하는 한정된 지면을 통해 일방적인, 그리고 똑같은 정보 제공을 받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같은 시각, 모두가 다른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었지요.
누구는 뉴스를 보고 다른 누구는 게임을 하며, 또 다른 누구는 어제 못 본 드라마를 보고, 쇼핑을 하고, 또 친구와 채팅을 주고받거나 SNS 활동을 합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마음껏 원하는 서비스에 접근해 활동합니다. 2021년, 현재 대한민국 시민 생활상, 우리의 모습입니다.
1996년 69.3%에 이르렀던 신문 구독률은 2017년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서 9.9%로 급감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 익숙한 포노 사피엔스 세대는 신문을 거의 보지 않게 되었죠. 한마디로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신문사들이 종이신문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것은 광고 수입 때문입니다. 언론의 경영을 위해 종이에 광고를 계속 인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문의 광고 효과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광고주들이 머지않아 신문 광고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독자가 이탈하고 광고주도 독자를 따라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어 종이 신문사의 수익 구조는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무가지 시장에서는 ‘메트로’만 제외하고 현재 모두 폐간되기에 이르렀죠. 주요 일간지의 사정도 역시 녹록치 않죠.
뉴욕타임스의 마크 톰슨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인쇄물 형태의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시기는 약 10년 정도다. 종이 신문이 최대한 살아남기를 바라지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우리의 결론은 단순하다. 종이신문이 사라진 이후에도 뉴스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회사를 키워갈 수 있도록 디지털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지요. 뉴욕타임스는 1996년 온라인 판을 도입하고 2011년에는 온라인 유료화를 단행했습니다. 디지털 구독자가 꾸준히 늘어 현재 전체 구독자가 5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 중 지난해 확보한 구독자가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하지요.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구독자는 전체의 70%나 되고 파이낸셜타임스의 전체 구독자는 지난해 100만 명으로 2015년(52만 명)의 두 배로 늘었습니다.
인터넷이 불러온 세상의 변화는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인터넷이 태풍이라면 인공지능은 쓰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직접 기사를 작성하고 스스로 배포하고 피드백 한다면 어떨까요? 심지어 상상은 현실이 되어 주식이나 스포츠 같은 단신 기사들은 이미 기계가 자동으로 작성하고 있지요. 고객에게 뉴스는 필요하지만 신문사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문사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요. 기술발전의 속도전은 더욱 급격하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신문사가 계속 존재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임엔 틀림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