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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세기 소년 Jan 29. 2021

#모두의 4차 산업혁명 : 3교시

거대사를 통괄하는 산업혁명 클래스


세번째 시간이예요, 반가워요.

자, 이번 시간에도 즐겁게 이 세계를 탐험해봅시다.



#6. 산업혁명의 개막             

                                

 자, 빅뱅부터 시작해 인지혁명, 농업혁명, 문명의 발현을 거쳐 산업혁명의 단계 초입까지 짧게 살펴봤습니다.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이 뭐야?”라고 성급하게 인공지능, 블록체인부터 파고들기 보다는 우리의 근원과 이 산업혁명까지의 연유를 처음부터 살펴보면 전체적인 거대사(Big History) 관점에서 그 맥락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서두에 밝혔지만 여러분께서 이 수업을 듣고 ‘왜’라는 질문에 대한 작은 통찰이 생겼다면 그것으로 제 소임은 다한 것이라 생각하고 싶네요.


  산업혁명은 일반적으로 4단계의 버전으로 구분하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기도 해요.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과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의 공저 ‘제2의 기계 시대(The Second Machine Age)’에서는 전통적 기계 시대에서 컴퓨터와 로봇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기계 시대를 서술하며 크게 두 개의 거대 패러다임 구분을 했고, 공유경제 사회를 주창한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아직 정보화 혁명(3차 산업혁명)의 후반부 그 어디쯤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여전히 가끔 펼쳐봐도 금세 빠져드는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의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을 보면 원격의료, 빅브라더 등 제시된 세 번째의 물결이 모두 지나갔다고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일본 정부에서는 2017년 Society 5.0 아젠다를 발표하면서 인류사를 5단계(수렵사회, 농경사회, 공업사회, 정보사회, 초스마트사회)로 구분하기도 했으니, 사실 이 정도 되면 시대 구분론은 사실 큰 의미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1, 2차 산업혁명까지는 충분한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교과서에서 공식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 다음 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기도 하죠. 사실 후세대가 오랜 시간 후에 충분한 고증을 거쳐 역사적 평가를 받아야 하는 아젠다를 성급히 일반화한 경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 4차산업혁명위원회]


 여기서는 일반적 관점으로 이해하기 쉽게 4가지 버전의 산업혁명으로 구분지어 이해해 봅시다. 1차 산업혁명은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진행된 기계의 등장 시기였습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인류사의 거대 모멘텀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쇄혁명과 대항해 시대를 통해 지식이 보급되고, 자원 교역이 이루어지고, 자본가와 발명가가 등장하며 돈이 돌기 시작했지요. 그러면서 기계가 생겨나고, 공장의 기원이 열리며 노동자 계층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섬유산업의 발전은 가내수공업에서 방적기와 방직기가 들어찬 공장제로 변화하며 생산성의 향상을 이루기 시작했어요. 특히 동력의 발명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데 중대한 역할을 하는데 바로 증기기관(Steam engine)이 그것이었죠. 농경 중심의 사회가 기계 중심의 산업 사회로 전환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증기 자동차, 증기 열차와 선박은 이른바 물류의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1769년 제임스 와트(James Watt)에 의해 증기기관이 개발되었고 이를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텐데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고요, 1705년 영국의 발명가 토머스 뉴커먼(Thomas Newcomen)에 의해 처음 고안된 장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겠습니다. 


 첫 번째 산업혁명이 가져온 변화 혹은 결과는 실로 엄청났습니다. 중세를 주름잡던 왕족과 귀족 지배 체제가 무너지고, 신흥 부르주아 계급이 생겨났고, 노동자 계층의 위상도 강화되었어요. 공업화로 농촌 인구의 대부분은 도시로 이주하였으며, 이로 인해 도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잠시 상상해보세요. 여러 개의 높은 공장 굴뚝에 매캐한 연기가 가득한 불결한 도시의 잿빛 풍경.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풍경이 떠오른다면 바로 첫 번째 산업혁명의 한 장면으로 적합할 것 같습니다. 발전과 성장의 반대급부로 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도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공장주들은 노동자들에게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고, 심지어 아동 노동이라는 비상식적인 일 또한 발생했다고 하지요. 새로운 산업 사회는 새로운 지배층과 피지배층을 만들어 내며 어두운 그림자 역시 드리우게 됩니다.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기계들이 등장하자 영국 노동자들은 불안해졌습니다. 기계로 인해 수십 명이 했던 일을 한 사람이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될까 두려웠던 것이죠. 양말을 만드는 가내수공업이 번창했었던 영국 중부 노팅엄(Nottingham)의 수공업 노동자들은 가업을 이어받으며 수백 년 동안 안락하게 살아왔습니다.     

[어린이 공장노동자 / ⓒ wikimedia commons]

 그러나 자동 직물 기계가 발명되면서 그들은 생계의 위협을 느꼈겠지요. 더군다나 프랑스와의 오랜 전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1811년 희망을 잃은 이곳 노동자들은 공장 소유주를 협박하고 양말과 레이스를 짜는 기계를 파괴하기에 이릅니다. 그 다음해에는 북부 직물업계에서도 집단적인 기계파괴가 이루어졌지요. 수공업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새로운 작업 기계를 맹목적으로 파괴하는 운동, 이른바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벌어지기도 했던 때가 바로 첫 번째 산업혁명 시기였습니다.    


[영국 노동자들의 기계파괴 운동 / ⓒ wikimedia commons]


#7. 산업혁명 시즌2                                             


 이 시기를 이야기할 때는 다른 때보다 사뭇 진지해져야 할 것 같아요. 여타 수업이나 사료에서는 두 번째 산업혁명의 눈부신 성과물만 칭송하기 바쁘지만 저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이 인간의 이기심과 만났을 때 악용된다면 실로 엄청난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데 바로 그 결과가 산업혁명 시즌2에서 나타나고만 것이지요.


 일단 2차 산업혁명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인 1870년에서 1914년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공업 생산력이 증대된 까닭에 영국의 발전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들 국가의 기술 혁신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시대 구분을 하는 의도도 있습니다. 이 기간은 전기를 바탕으로 모터, 전화, 전구, 축음기 및 내연 기관을 중심으로 기술이 한층 더 진보된 시기였습니다. 전기 동력으로 가동되는 모터를 사용하여 더 작게 만들고, 쉽게 기계를 제어할 수 있게 된 생산성 혁신의 시대이기도 하죠. 특히 우리가 상징적으로 알고 있는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같은 인물들로 인해 전기 에너지의 발명과 이용이 산업혁명 시즌2의 심볼과 같이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또한 전기를 활용해 벨트 컨베이어 시스템(Belt conveyor system)이 도입되며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 점 역시 상징적인 발전이었지요. 당시 자동차 제조사이던 포드 자동차 회사(Ford Motor Company)에서는 이전까지 자동차 부품을 한 곳에 쌓아두고 많은 노동력과 시간을 들여 생산을 했는데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하는 자동차 뼈대에 각자 맡은 부품을 조립하게 되면서 생산성이 크게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전체 공정을 개별 단위로 쪼개기를 반복한 것이지요. 무려 12시간 걸리던 공정을 1시간 만에 끝낼 수 있었으니 이는 획기적인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제품 생산 단가 역시 낮아지며 대중화를 견인하기도 한 셈입니다. 여담입니다만, 헨리 포드(Henry Ford)는 당시 돼지 도축장에서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돼지 해체 작업을 보면서 벨트 컨베이어 시스템을 착안했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전기를 비롯해 철강, 석유와 같은 새로운 자원을 활용한 산업들이 탄생되었고, 효율적인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업들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단순화·표준화·전문화된 작업공정과 합리적 관리를 통한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 개념을 이때부터 만들고 추진하게 되었지요.     


[포드자동차 컨베이어 벨트 작업모습 / ⓒ Flickr]


 반면 이 시기의 세계정세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역사적인 배경은 차치하고 과학기술, 산업경제의 발전은 인류사에 명백한 명과 암을 남겼는데요. 바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 발발이었습니다. 특히 1차 세계대전은 전통적 개념의 전쟁에서 벗어난 말 그대로 기계화된 살육전이었죠. 그 배경에는 기술발전으로 말미암아 무기가 고도화되고 군수 물자 이동이 그 전과 달리 원활해지며 더 오래, 더 강력하게 싸울 수 있게 된 까닭이었습니다. 이전 시대의 전쟁은 그나마 기사도 정신이 계승되며 일정한 목적이 달성되면 전쟁을 멈추거나, 상대를 죽이지 않고 풀어주는 등 도덕과 철학이 어느 정도 작동했다면 총과 포로 무장한 기계화 전쟁에서는 통용될 리 만무했습니다. 


 특히 서부전선(프랑스와 벨기에 지역)에서 독일군과 연합군의 4년여에 걸친 대치와 참호전에서는 의미 없는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되었는데요. 이때 당시 지휘관들은 무기의 발달을 따라잡지 못하고 구시대적인 전략과 사고방식에 얽매여 있어서 수많은 청년들을 기관총과 포탄의 세례 속 죽음으로 내몰게 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때 등장한 신무기는 독가스와 기관총, 화염방사기, 전차와 잠수함, 비행기 등으로 현대전의 시작을 보여줌과 동시에 엄청난 희생자를 만들어 낸 끔찍한 비극의 시작 역시 동시에 가져왔습니다. 양 진영에서 경쟁적으로 신무기 도입을 주도했는데 독일에서는 화학전, 화염방사기, 잠수함 등을 먼저 선보였고, 영국을 비롯한 연합군에서는 기관총, 전차, 비행기 등의 개발에 앞섰습니다. 


[참호 건너기에 실패한 전차 / ⓒ wikipedia]

 

 그러나 점차 전장에서 서로의 무기가 탈취되고 연구, 재개발되고를 반복하면서 신무기의 위력은 더욱 강해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탱크는 1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새로운 전차 개발에 대한 암호명이었다가 정식 명칭으로 바뀐 사례죠. 양 진영은 특히 전차 개발에 주력했는데 당시 전차 생산 기지가 부족해지자 자동차 회사를 동원해 전차를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의 포르쉐가 생산한 독일의 티거 전차, 미국의 포드자동차가 생산한 셔먼 전차가 대표적이죠. 이 두 회사는 향후 르망24라는 자동차 레이싱 대회에서 오랜 기간 라이벌구도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당시 참호 속에서 전사한 프랑스 육군 중위 알프레드 주베르는 죽기 전 다음과 같은 일기를 남겼다고 합니다.      


 “인간은 미쳤다! … 이 지독한 살육전이라니! 이 끔찍한 공포와 즐비한 시체를 보라! 지옥도 이렇게 끔찍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은 미쳤다!”      


[John Ellis, Eye-Deep in Hell: Trench Warfare in World War(Baltimore: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89) 에서 재인용]     


 결국 양 진영이 국력을 참호에 다 퍼붓는 이 막장스러운 상황은 경쟁적으로 개발한 새로운 무기와 전술의 등장 그리고 미국의 참전으로 연합군이 우위에 서게 되면서 종결되지만 기술 및 산업의 고도화가 몰고 온 기계화된 낯선 전장이 전술적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서 사상자 비율이 악화된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기록되고 말았죠. 이처럼 기술발전이 가져온 산업혁명의 이면, 아이러니한 그 어두운 그림자는 ‘새로운 계급의 탄생’과 ‘전쟁’이란 비극적 기록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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