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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세기 소년 Jan 29. 2021

#모두의 4차 산업혁명 : 5교시

거대사를 통괄하는 산업혁명 클래스


#10. 4차 산업혁명의 준비와 대응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라고 새로운 패러다임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적 신호탄이 되었지요. 이후 세계 선도 국가들은 저마다의 이슈와 테마를 만들어 새로운 변화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은  2차 산업혁명의 대표 선도국이자, 세계 대전을 직접 겪어내며 자동차, 기계, 화학 등 중공업, 제조업 분야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현재까지 그 경쟁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국의 기술추격과 신흥국 대비 가격 열위라는 치열한 글로벌 환경에서 제조업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였고, 2011년 차세대 산업 전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불씨를 먼저 당긴 셈입니다. 그 중심에는 다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한 유연한 생산시스템이 있으며, 이를 위해 필수적인 사물인터넷과 사이버물리시스템(CPS) 기술에 산업부흥정책을 위한 자본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산업4.0(Industry 4.0)’을 2012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민간 주도의 정보통신, 전자, 기계분야 연구중심 프로젝트였던 인더스트리 4.0은 정부 주도의 범국가적 프로젝트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의 목표는 전 국가의 스마트 공장화입니다. 강점인 제조업을 스마트 공장화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을 더욱 높인다는 취지입니다. 독일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의 역할과 더불어 노동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노동 분야의 전략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노동4.0’이었습니다.         


[Industry 4.0 개념도 / ⓒ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가 방문했던 독일 아헨(Achen) 지역에서는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정부와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요. 그만큼 기술 개발과 활용, 시장 진입에 있어 통일된 체제에서 드러나는 강한 경쟁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죠.


 여전히 글로벌 슈퍼 파워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자국 ICT ‧ SW기업들이 혁신 서비스를 지속 창출할 수 있도록 AI 원천기술 개발, 공공시장 활용 등을 공격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실리콘 밸리 ‘FANG(Facebook, Amazon, Neflix, Google)’으로 일컬어지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막대한 성장 뒤엔 국가의 막대한 지원이 있었던 셈이죠. 또한 인공지능 선도국 답게 인공지능을 위한 정책도 활발합니다. 2019년 포괄적이고 일관된 국가 전략 하에 인공지능 산업육성과 R&D 촉진을 위한 ‘미국 AI 이니셔티브(AI Initiative)’를 발표하였는데요. 이는 미국 최초로 발표된 전 연방차원의 인공지능 국가전략으로, R&D, 산업, 인력 등에 관한 연방정부의 인공지능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AI 이니셔티브’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트럼프의 정책기조를 반영한 ‘국가 AI R&D 전략’을 3년 만에 개정하여 발표하기도 했는데, 인공지능 분야에서 추진되는 여러 정책 및 프로그램을 포함, 트럼프 정부 정책기조 하에 인공지능을 전 산업에 적용‧확산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AI국가전략이 만들어지자 부랴부랴 2019년 12월, 한국판 AI국가전략을 만들어 발표했죠.(웃음) 이 해설은 4장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12월, 저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AI Summit NewYork 행사에 다녀오게 되었는데요. 3일간 다양한 기업의 전시와 함께 유통, 금융, 헬스, 제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세미나가 열리는 행사였습니다.     

[AI Summit NewYork 2019]


제가 거기서 느낀 것은 전 세계의 ‘인공지능으로의 정렬(alignment for AI)’ 현상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실험과 성과를 공유하며 한 방향의 비전을 보고 있었다는 것인데 앞으로 상당기간 미국 주도의 인공지능 패러다임은 지속될 것이고 파괴적 혁신의 범위는 더욱 커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일본인데요. 일본의 경우는 실상 우리가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고질적 문제가 훨씬 심화된 상태가 바로 일본의 경우이기 때문이죠. 일본은 2017년 신문명 전환의 로드맵을 발표했는데요, 이른바 ‘Society 5.0’이라는 아젠다가 그것입니다. 독일이 4차 산업혁명을 ‘Industry 4.0’이라는 산업정책으로 수용했다면, 일본은 여기에 문명적 전환을 덧입혀 4차 산업혁명을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접목해 사회적 진화로 나아가겠다는 플랜을 세운 것이죠. 우리가 이제까지 이해해 온 ‘아베노믹스’의 문명 확장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웃음)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이 마주한 ‘생존 조건’의 문제 때문입니다. 일본은 초 고령화 사회가 절망적으로 진행되어 생산가능 인구의 만성적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표상으로 보면 실업률이 거의 없이 완전 고용 상태의 경기 호황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심각합니다. 일본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탈출해서라기보다는 워낙 젊은 층 생산인구가 적다보니 약간의 경기회복에도 가파른 임금 상승과 구인난에 직면하게 된 것이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으로서는 생산 인구절벽의 문제를 자동화, 무인화로 돌파하고 노령인구를 현역으로 일할 수 있도록 웨어러블 로봇과 인공지능, 그리고 첨단 의료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독거노인, 환자 등을 위한 돌봄 로봇 기술과 원격의료 수준 등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분야일 것입니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향후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쥘 수 있을지 여부를 가리는 장으로 인지하고 국가적인 역량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주도형 성장 전략을 유지하며 민간의 부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그 중 중요한 것은 2015년에 ‘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하며 10년 안에 세계적인 제조 강국에 진입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후 2045년까지 제조 강국 중  최고가 되어 표준화나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것이죠. 이 제조가 단순 제조가 아니고 정보통신 기술, 항공우주, 철도, 전기차, 로봇 등 10대 전략산업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무서운 것이죠. 또한 핵심기술이나 부품소재를 국산화하겠다는 의지도 큽니다. 


 중국의 인공지능 분야 성과도 뛰어납니다. 2018년 중국의 인공지능 시장은 전년대비 74% 성장해 415억5,000만 위안(약 7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되며, 생체·이미지·영상 인식기술을 중심으로 한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 기계의 시각에 해당하는 부분을 연구하는 컴퓨터 과학의 최신 연구 분야)’ 시장의 규모는 2017년 기준 82억 8,000만 위안(약 1조 3,80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안면인식 기술이 크게 발전했는데 안면인식을 통해 범죄자 식별을 가능케 한 상탕커지(商汤科技)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상탕커지(商汤科技, 센스타임)는 2014년에 설립되어 2018년에 6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받으면서 현재 시가총액 45억 달러에 달하는 AI업계의 최대 유니콘으로 성장한 안전·보안 분야 스타트업입니다. 차이나모바일·화웨이 등 주요 기업과 정부기관 등 300여개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2017년에 AI 안면인식 시스템을 중국 광저우의 범죄자 추적업무에 도입하여 2,000여명의 범죄자를 식별하여 100여개 사건을 해결하고 800여명을 입건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바 있다고 알려져 있죠.    


[센스타임 안면인식 기술 / ⓒ sensetime.com]

 

 국제 사회는 중국의 안면 인식 연구가 프라이버시를 침범할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상탕커지는 민생에 유익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기술윤리를 바라보는 중국과 그 외 국가들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우리의 경우 기술의 활용에 갖가지 법과 시민단체 등의 제약을 받지만 일당 독재국가인 중국은 크게 개의치 않죠. 오히려 국가가 기업을 장려하는 형편이니 시간 싸움인 이 시대의 승자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큰 형국인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천천히, 신중히, 또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세계를 선도하는 것보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도 진부하지만 우리나라 특성엔 여전히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제약과 사회적 갈등으로 말미암은 기술발전의 감속 추세는 이후 선진국의 성과를 한 번에 따라잡기 불가능한 수준까지 그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적당한 속도감은 유지하며 선도국의 기회비용을 잘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너무 눈치전략인가요?(웃음)


 중국의 유니콘 기업 성장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은 2019년,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나라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중국의 포보스라고 불리는 후룬리포트가 이날 공개한 '2019년 후룬 유니콘 순위'에 따르면 세계 유니콘 494개 중 중국 기업은 206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미국의 유니콘은 203개로 중국보다 3개 적었죠. 뒤를 이어 인도(21개), 영국(13개), 독일(7개), 이스라엘(7개), 한국(6개), 인도네시아(4개), 프랑스(4개)가 있었습니다.     


[ⓒ CB Insight]


 우리는 알파고 충격을 겪고 난 이후 촛불 정국이 시작되며 사실상 1년간 개점휴업 상태를 겪어야 했습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비로소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10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국회에서도 4차산업혁명특위를 만들었고 지자체별로 관계 부서를 정비하고 관련 조례 제정 및 기본계획 수립, 위원회를 꾸리는 등 세계 선도국 방향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ICT 기업들은 분주하게 AI를 비롯한 최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제조업과 농업에서는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갖은 규제로 혁신을 이루지 못할 것을 우려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도 만들어 법 개정 이전이라도 사업 진출을 허용해 효과성을 판단하도록 조치도 취했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을 규정하고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한 준비도 한창입니다. 


 가는 중에 간혹 엇박자도 나고, 반발도 일고 하지만 긴 호흡으로 이 현상을 바라보면 우리나라는 우리의 속도대로 잘 가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말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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