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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채환 Dec 02. 2023

[경쟁에 반대한다] 1/3

함께 책 읽기 ⑦ - 알피 콘, 왜 우리는 이기는 일에 삶을 낭비할까?

■ 읽게 된 계기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에서 사용하는 반들의 이름과 구성이 마치 일종의 계급처럼 쓰여 있고, 아이들도 자신들도 모르게 그걸 일종의 신분처럼 내면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던 차에 한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알피 콘은 <경쟁에 반대한다>에서 경쟁의 본질은 한 사람의 성공을 위해선 다른 이들은 실패해야 하는 ‘상호배타적인’ 목표 달성 방식에 있다고 짚었다." 칼럼의 저자는 소수의 성공 학생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열패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교육 현실을 걱정하며 이 책을 소개했다.

 바람직하지 않은 규칙과 제도인 줄 알면서도, 그 제도를 고치기 위한 토론과 실천보다 우선 앞으로 (남보다 앞서) 달려 나가기 바쁜 나는 남들과 다른가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한겨레신문, <다수를 실패자로 만드는 교육, 이게 최선입니까>, 이종규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72428.html?_ga=2.79929232.603590498.1701650183-861726756.1701650183


■ 감상 및 추천

 아이 말이 체육대회를 하면 그렇게 반끼리 싸움이 나고, 아이들이 심판을 맡은 선생님에 대해 편파판정을 한다며 그렇게 비난(욕)을 한다고 한다. 이긴 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진 반은 풀이 죽는다. 우승한 반은 트로피를 챙기고, 그러지 못한 나머지 반들은 '정신 승리'에 필요한 주요 장면과 성과들을 챙긴다. 이런 활동을 우리는 왜 하는 걸까?

 내가 응원하던 팀이 올해 아주 오랜만에 우승을 했다. 상대팀 응원단은 전체의 5%도 안되어 보였고, 거의 윽박(윽박 : 남을 심하게 을러대고 억지로 마구 짓눌러 기를 꺾음)에 가까운 일방적 응원 속에 승리를 따냈고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성적이 부진했던 긴 시간 동안 답답한 가슴을 달래며 응원을 보냈던 정든 선수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난 누구를 응원하는 것이고, 무엇에 기뻐하는 것인가, 잘 하는 우리 선수가 좋은 것인가, 승리가 좋은 것인가 하는 물음들이 기쁨 사이로 잠시 들었다.

 우리는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승리뿐'이라며 맞서 겨루며 경쟁하는 영화와 만화를 즐기며, 가위바위보부터 농구, 탁구, 골프까지 경기만 시작하면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스위치'가 켜지는 사람처럼 말 그대로 '죽기살기'로 싸운다. 국가대항 축구나 야구라도 할라치면, 내 몸속 어디에 있었는지 알지도 못했던 독립투사 못지않은 애국심으로 온몸이 불타오른다.

 구조는 모두 비슷하다.


  The winner takes it all           승자는 모든 것을 차지하고

  The loser has to fall               패자는 주저앉는다

  It's simple and it's plain       규칙은 이리도 간단하고 쉬운데

  Why should I complain?       내가 무엇을 불평하랴

                                                          <팝그룹 ABBA, Winner takes it all>


 이 노랫말 안에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하다. *승자의 독식은 당연하고, *패자에 대한 위로나 배려, 그들 간의 연대는 없고, *간단하고 쉬우나 깰 수 없는 공고한 규칙이 버티고 있고, *아무도 이러한 체제에 의문이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사회.

 이 책은 그런 사회가 우리와 아이들을 어떻게 변하게 만드는지 알려주고 함께 생각해보게 해 준다. 부모에게도 좋지만 커가는 학생들이 짬을 내서 꼭 한번 읽어봐 줬으면 좋겠다. (특히 3/3)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 자신보다 나은(?) 대학교의 과잠을 입은 학생들을 보면서 위축되는 열등감, 또 그 반대의 경우에 느끼는 우월감, 대학내 일용직 근로자의 파업에 대한 학생들의 비동조/반대,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반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한 반대. 젊은 학생들의 이런 일련의 태도와 심리의 배경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 제정임, 곽영신

 : 우리가 세금을 낼 때 그중 교육 예산은 자신의 자식을 위해 쓰이기를 바랄 것 같다. 조금 양보해서 교육 효율, 사회적 생산성을 감안해서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 및 학교에 조금(?) 더 할애할 수 있다고 묵시적으로 동의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편중에 매우 심하다는 것을 다루고 있다. 수도권 및 주요 대학에 대한 심각한 쏠림과 지방대는 소외되고 있는 현실과 문제점 대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 정말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주옥같은 책들이다. 이 사회에 뭔가 문제가 많다거나, 불공평(정)하다는 생각은 드는데 딱히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면 이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각각 맥락을 제거한 공정 / 맥락 속의 공정, 능력주의의 실상 및 부작용, 돈이 우리 사회에서 타락시키는 가치들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들도 많아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잘 읽힌다.



■ 주요 문장 (요약 또는 마음에 드는 문장)

<한국어 펴낸이의 말>

 구제금융 사태 이후 성적 상위 1%만 교대나 사범대에 진학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모범생 출신의 교사들이 학교를 채우게 되었다. 학창 시절부터 경쟁이 몸에 밴 교사들은 동료교사들과도 경쟁 관계를 맺는다.


 언젠가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경쟁 요소가 가미되면서 ... 시청률이 모든 가치에 앞서는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경쟁은 포기하기 힘든 조미료인 셈이다.


 경쟁은 다만 사람들을 통제하는 손쉬운 방편일 따름이다. 교사나 사회 기득권층의 관점에서는 자신이 통제하고자 하는 대상을 경쟁시키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경쟁을 '당하는' 이들로서는 죽을 노릇이다.


<감사의 말>

 남을 밟고 이기려는 행동이 본능이라면, 남을 돕는 행위 역시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왜 인간의 어두운 측면만을 본성이라고 생각할까?


1장. '1등'에 대한 강박

 어떤 활동이 '경쟁적 구조를 띠고 있다'는 말은 '상호 배타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는 뜻이다.


 모두 같은 현상이지만 어떤 때는 이를 '부족함의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경쟁에 관한 설명이 아니라 경쟁을 다른 말로 바꿔 부른 것일 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당신이 져야 한다.


 미인 대회나 대학 입시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경쟁자들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한 명의 성공이 다른 경쟁자의 기회를 박탈하거나 줄일 뿐이다.


 '협력'이라는 대안을 살펴보자. 이 말을 단지 비경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할 것을 요구하는 일종의 제도를 의미한다.


 우리는 경쟁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쟁이 당연하다고 믿도록 지속적으로 훈련받는다. ... 오래전 버트런드 러셀은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삶을 위한 투쟁은 사실 성공을 위한 (경쟁적인) 투쟁일 뿐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이유는 내일 아침거리에 대한 걱정 때문이 아니라 이웃보다 더 잘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경쟁에 대한 네 개의 신화

 첫 번째 신화는 경쟁이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인간 본성'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신화는 경쟁이 우리가 최선을 다 하도록 동기를 부연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놀 때도 경합을 벌이는 것이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최선의(유일하지는 않지만)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마지막 신화는 경쟁이 인격을 형성하고 자신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을 패배시키는 데에만 에너지를 쏟고, 또한 그들이 우리를 패배시킬 거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어떻게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이러한 투쟁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가? 우리의 자존감이란 그저 옆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더 잘하는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쟁적인 제도가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즉 서로를 이기기 위해 적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경쟁 자체에 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경쟁을 옹호하며, 앞서 인용한 "승리는 유일한 것"이라는 롬바디의 말을 따른다.


 그들(경쟁에 찬성하는 이들 중 누군가)이 만약 경쟁 그 자체가 불합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2장. 경쟁은 필연적인가 : 경쟁이 '인간 본성'이라는 신화

 인간 본성에 관한 논쟁은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인간 집단 사이의 차이점은 선천적이라는 것이다. ...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악습이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이용된다.

 두 번째 논쟁은 이미 인간의 일부가 되어 잇는 어떤 특성들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인간 본성'이라는 말은 우리가 겪는 다양한 인간의 행동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려 할 때 이용된다.


 필연적이라는 주장은 전형적으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된다.

 이상과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으로 여기며, 변화는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삶에 맞선다는 이유로 부정된다. ... 바람직하지 않다는 측면(즉 가치의 문제)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가능성의 측면(즉 실현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서는 논쟁의 여지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인간의 본성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회 구조를 공고하게 하며, 논쟁할 때 수사학적으로 유리하고, 심리적으로 삶을 편안하게 해 준다.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와 경쟁을 사실상 호환할 수 있는 개념으로 생각했다. 경쟁이 인간 본성의 한 부분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비경쟁적인 놀이도 있을 수 있음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경쟁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연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반론이 가능하다. 첫째, 인간 사회에서 협력 역시 최소한 경쟁만큼 필수적이며, 둘째, 경쟁은 타고난 본성이 아니라 학습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놀랍게도 자연선택은, 우리가 보는 그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에도 불구하고 보통 별다른 투쟁 없이 일어난다.


 하지만 경쟁 문화와 부딪히는 부모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보통 가정은 사회의 관습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그 관습에 맞서는 경우는 드물다.


 남태평양 사람들을 연구했던 일련의 조사에 따르면, "경쟁적인 반응은 ...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보다 서구적인 핵가족 제도에서 자란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다."고 한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경쟁 자체에 스스로 끊임없이 반복하는 자기 영속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캘리와 스탈스키에 따르면 협력적인 사람은 세상에 협력적인 사람도 있고 경쟁적인 사람도 있다고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만, 경쟁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역시 경쟁적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원시 종족들 간의 협력과 경쟁]이라는 책에서 그러한(비경쟁적인) 문화를 자세히 소개했다. ... 누구나 참여하는 이 경주에선 우승자가 특별히 인정받는 일도 없으며, 그 이름이 공표되지도 않는다. 또한 매번 승리하는 사람은 경주 참여가 제한된다.


 이러한 비교문화 연구 자료는 다음과 같은 일반화를 가능케 한다. 첫째, ... 도시 아이들보다 시골 아이들이 협력적이라는 사실이다. ... 둘째, 경쟁 사회는 아이들을 빨리 어른이 되도록 재촉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 셋째, 한 사회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정의되는 집단의 존재가 뚜렷이 구분될수록 그 사회의 경쟁심은 높았다.

 이 연구 결과들 덕분에 우리는 경쟁에 대해 널리 받아들여지는 몇몇 추정들을 반박할 수 있다. 첫째, 경쟁과 성과 사이에는 필연적인 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 둘째, 몇몇 심리학자들이 정신건강을 표현하는데 쓰는 강한 자아 발달에 경쟁은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마지막으로, 협력은 자원이 풍족한 지역이나 시대에만 가능한 사치이며, 흔히 말하는 자원이 희소한 곳에서는 경쟁적인 행동을 한다는 견해에 관한 것인데, 이는 전적으로 틀린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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