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책 읽기 ⑦ - 알피 콘, 왜 우리는 이기는 일에 삶을 낭비할까?
3장. 경쟁은 더 생산적인가 : 협력과의 비교
경쟁과 성공은 전혀 같은 것이 아니다. 명확히 말하면 목표를 세우고 이루는 것, 혹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에게나 남들이 만족할 만큼 입증하는 것은 경쟁 없이도 가능하다. "목표 달성이 남을 이기는 것에 달려 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목표 달성을 실패가 남에게 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방법이란 1장에서 말했듯이 협력(나의 성공이 당신의 성공과 결부되도록 함께 일하는 것)이나 독자적인 노력(나의 성공이 당신의 성공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즉 혼자 하는 일)을 뜻한다.
협력은 집단이 작을수록, 그리고 임무가 복잡할수록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고도의 문제해결능력을 필요로 할 경우 더욱 그랬다). 협력이 얼마나 더 효율적인지는 하려는 일이 얼마나 상호의존적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경쟁적인 게임으로 진행하는 수업 ... 이런 방법의 실질적인 매력은 더 쉽게 가르치는 데 있지, 더 효과적으로 배우도록 하는 데 있지 않다.
음악평론가 윌 크러치필드는 피아노 경연대회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의 정서는 메마르며, 쇼팽의 연주곡을 위한 감수성은 경연에 별 필요가 없어진다."
뉴스 취재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기자들을 매우 불안하게 만든다. ... 기자들이 신문의 1면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텔레비전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언론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며 ... 과학 전문 기자와 인터뷰하고, 27건의 과학 기사를 조사한 제이 윈스턴은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 '경쟁이 지배하는 저널리즘'에선 기사를 왜곡하는 경향이 매우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 ... 이는 각 언론기관이 협력하여 일하는 것보다 더 적은 정보를 전해주게 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경쟁의 결과로 기사는 부정확해지며, 심지어 무책임하게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경쟁이 왜 최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잘하려고 애쓰는 것과 남을 이기려고 애쓰는 것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경쟁적인 학자들은 ... 경쟁에 신경쓰느라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몰두하지 못하게 된다. ... 경쟁적인 선거운동을 기꺼이 즐기거나 또 거기에 필요한 기술은 가진 사람은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 이러한 현상은 스포츠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 사실 승리를 추구하는 것은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발휘할 기회를 줄어들게 한다.
이런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주제를 충분히 이해하거나, 그 문제에 관해 어떤 확신을 갖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설득을 통해 상대방이 반박할 수 없도록 몰아세우는 것이다. ... 이러한 토론 대회는 서로 반대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이유로 옹호되곤 하지만, 보통은 반대자들에 대한 냉소를 키우는 것에 불과하다.
간단히 말해 변호사가 하는 일이란 가능하면 법을 어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 그들은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원할 뿐이다. ... (그리고 진실과 승리는) 사건을 맡은 대부분의 변호사에게서는 양립할 수 없다.
우리 교육제도에서 가장 '성공한 학생'이란 이렇듯 자신의 신념(지적 호기심, 자유로운 탐구정신 등)을 포기하고 승리에만 집착하는 학생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제도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바로 경쟁이다.
아이들에게 경쟁을 강요하는 것은 종종 다음과 같은 이유로 옹호된다. 일찍부터 경쟁을 경험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경쟁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적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경쟁)은 내적인 동기부여를 저해하며, 장기적으로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역효과를 가져온다.
제니퍼 레빈은 ...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경쟁할 때 내적 동기가 급속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여성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타인이 내게 의지하고 있음을 깨닫는 데서 비롯되는 책임감은 협력을 가능케 하며, 그 어떤 외적 보상보다 큰 성과를 이루게 한다.
어떠한 경쟁에서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자가 못 되고, 소수의 사람들만 승리한다. 실패에 대한 예상은 예전에 겪었던 패배의 기억을 통해 그리고 이를 동력으로 해서 성과를 저해하는 동요와 신경과민의 감정을 불러온다.
우리 사회가 경쟁을 불쾌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다루는 방법 중에 하나는 "패배를 두려워한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재화(일자리를 포함하여)의 공급량이 이렇게 부족한지, 처음부터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게 하지 않을 방법은 없었는지, 또한 경쟁이 앞으로 사람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개인은 자신의 이익이 직결되는 경우에만 사회적 부담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서구사회에서 인간의 제2의 천성처럼 여겨지는데, 다른 가치나 행동들과 마찬가지로, 이것이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데 불가피한 증거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다국적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과 세금 혜택을 받으며 작은 기업들을 폐업시키거나 간단히 합병할 수 있는데, 경쟁 시장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업은 일단 충분히 커지면 도산할 수 없는 체제가 되어버린다. 그 결과 경제 부문은 대기업에 더욱 집중되고, 거대 기업들은 대부분의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우리는 경쟁 자체의 생산성에 의문을 가져야 하며, 단순히 경쟁이 잘못된 방법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희소성이나 부족함의 문제는 다시 살펴보면 분배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높은 국민총생산을 달성한다고 해도 누가 그 재화들을 차지하느냐에 대해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 모두가 사용할 만큼의 생필품이 있는데도 많은 이들에게 그것이 부족하다면, 우리는 경쟁에 의해 분배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 어떤 이유를 들어 경쟁을 옹호하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경쟁에서 공평은 찾아볼 수 없다.
노먼 리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이토록 수준 이하가 된 직접적인 이유는 방송사들 간의 시청률 경쟁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경쟁적 경제체제가 불러오는 비경제적 손실, 즉 공동체 의식과 사회성의 상실, 이기주의의 증가, 적대감, 강박관념, 개성의 억압 등의 손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4. 경쟁은 더 재미있는가 : 스포츠와 놀이
특히 스포츠는 그 자체가 이미 경쟁적이지만, 조지 레너드는 이런 게임에서의 경쟁심을 "과도하고 제도화된 승리에 대한 숭배'라고 정의했다.
"상당히 의식적으로 '일상의 바깥'에서 '심각하지 않게' 행해지는 자유활동이지만, 동시에 참가자들을 매우 강렬하게 거기에 빠져들며 ... 정해진 규칙에 따라 특정 공간과 시간과 의미 안에서 발생한다." ... 다른 활동들은 목적에 유용하거나 그 목적을 이룰 수단으로 행해진다. 그러나 놀이는 본질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이며, 그 자체가 목적이다.
놀이의 본성에 대한 두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는 때때로 놀이가 긴장을 푸는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평정심을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반대로 놀이 참가자들은 도전하고 극복하는 것을 더 즐긴다.
오락 활동이 노동과 닮아가는 주된 이유는 그것이 점점 경쟁적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 놀이에 대한 대부분의 정의는 스포츠를 배제시킨다. 첫째, 경쟁은 항상 규칙에 지배받는다. (... 경쟁적 활동에서 규칙은 더욱 많아지고 더욱 엄격해진다.) 둘째, 경쟁은 보통 보상(칭찬이나 트로피)을 받기 위해 행해지는데, 이는 외적 동기이며 따라서 놀이에 적합하지 않다.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경쟁은 어떠한 탁월한 성과, 즉 타인에 대한 승리를 목표로 한다.
아이들의 경쟁적 스포츠에서 강조되는 가치 역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닮았다. 그러므로 경쟁적 스포츠를 즐길뿐만 아니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사실과 보수적인 지역에서 스포츠에 관한 관심이 더 높다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스포츠는 개인적 인격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기르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 사회와 경제제도의 관점, 다시 말해 그 제도를 조종하고 거기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을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게 만드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스포츠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하며, 참가자들은 단합이나 집단적 노력 대신 서로 적대시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경쟁은 숫자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숫자에 집착하게 만들고 그것을 강화시킨다.
경쟁적 놀이는 일종의 중독 현상이며, 그렇기 때문에 오락 활동에서마저 승리라는 보상이 없으면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도전을 위해 경쟁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그것은 성취와 경쟁을 혼동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런데 왜 이렇게 경쟁적인 게임이 인기가 있을까? 첫째, 참가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기준으로 본다면 경쟁적 게임의 인기는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 많은 이들이 그런 활동은 너무 경쟁적이라는 이유로 회피한다. ... "... 북아메리카에서 스포츠클럽에 참여했던 아이들 중 80~90%가 15세 이전에 탈퇴한다."
우리는 경쟁적 게임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여기도록 사회화되었다는 말이다.
경쟁적 오락에 반대하는 많은 진보적인 사람들은 승패에 좀 더 관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점수 기록을 그만두고, 승리에서 재미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경쟁을 즐거운 일로 여기게끔 사회화된다는 말은 어렸을 때부터 승리의 중요성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오직 이기는 것이 중요한 놀이만이 아이들에게 제공된다는 뜻이다.
5. 경쟁은 인격을 키우는가 : 심리적 고찰
우리는 경쟁적 행동을 통해 보상을 받으며, 또한 다른 사람이 보상받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 우리가 경쟁하는 이유는 그렇게 교육을 받았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하고 있을 뿐더러 그 대안은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우리 문화에서 성공하려면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능력은 근본적으로 의심하기 때문에 경쟁을 하며, 결국 낮은 자존감에 대한 보상을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단지 잘한다는 것 자체에 관심이 있고 거기에 만족하는 사람은 굳이 남들과 비교하여 더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상대평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 개인적인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뛰어난 재능과 매력을 지닌 사람들 중에는 남들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스포츠에서 빼어난 활약은 하지 못했어도 건실한 인격을 가진 선수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보였으며, 따라서 스포츠 신경과민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경쟁의 요소에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개인적 욕구와 그것을 위해서 다른 사람은 피해를 봐도 된다는 사회적 매커니즘이 결합되어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 적극적인 학생들은 개인의 가치를 평가와 성과에 의존하여 생각하는 특징을 드러냈다." 다시 말해 경쟁적인 학생들은 무조건의 자존심을 갖지 못했으며 스스로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자신이 무엇을 잘했는지, 남들이 그것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우리와 같이 경쟁적인 사회에서는 협력이 강력한 자아발달에 적합하지 않고, 어쩐지 의존적인 성향이 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 "협력학습 상황은 경쟁적 학습이나 독자적 학습에 비해 자존감을 더 높이며, 건전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하게 했다." ... 타인과 경쟁보다는 협력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스스로의 삶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이다.
타인에게 이기는 것으로 자기확신을 가지려는 사람은 반대로 자신이 패배하면 더욱 큰 상실감을 느낄 것이다. 패배, 특히 공개적인 패배는 심리적으로 가장 건강한 사람에게도 해를 끼친다. ... 실패를 내면화하는 과정 - 단지 경쟁에서 졌을 뿐인데 무슨 인생의 패배자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 ... 이러한 내면화 과정은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에게 더 빠르고 확실하게 진행된다. 자신에 대한 의심을 품은 사람은 더 쉽게 패배를 예상하며, 실제로 패배할 경우 더 강한 심리적 타격을 받는다. 이로 인해 또다시 패배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어떤 경쟁이든 영구적인 승리란 있을 수 없으며, 잠시 동안 이겼다는 사실이 진정한 만족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사회가 승리를 얼마나 중요시하는가에 달려 있다. 1등에 대한 보상이 클수록 사람들은 경쟁에 더욱 중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