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책 읽기 ⑧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Finding Flow
저자는 TV를 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으나 일반인 입장에서 좀 양보해서 봐도 '목적 없는 TV시청' 시간만큼은 정말 아까운 것 같다. 딱히 뭘 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볼 만한 것도 없는데,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10분 15분씩 보다 보면 훌쩍 몇시간이 지나 있다. 다른 것 뭐라도 할걸 후회해 봤자 이미 시간은 다 지나고 난 후다.
이 책을 읽고 당장 우리가 생활 습관을 모조리 뜯어고쳐서 알차고, 유의미하고, 행복한 시간으로만 삶을 채우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어떤 어떤 활동들도 구성되는데, *그 활동들의 비중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자세로 거기에 임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감정 체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내 삶의 어떤 부분 때문에 그동안 나는 불유쾌하고 보람되지 못한 느낌이 들었었는지는 알게 될 것 같다. 괜찮다.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되니까.
나이 먹고 굳은 머리로 수능 공부를 하느라 고생 좀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았지만 합격 여부를 떠나 '잘되건 못되건 최선은 다 해봐야지'라고 마음먹었던 게 부끄럽지만 새삼 스스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글을 마무리 지으며 얘기했던 '운명애(運命愛)'라는 것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 작가는 인생의 목표를 '일하고', '놀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로 보았다. 저자의 목표에 대한 공감/동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책을 보면서 스스로의 목표에 대해 생각하고 정해 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할 것 같다. 목표를 정하려면 나는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죽기 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의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공통되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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➀잘할 수 있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야.
➁내가 직접 해야 하는 번거로움, 수고로움이 없을 거야.
➂실패에 대한 부담이 없을 거야.
④감정적인 부담도 없을 것 같아. ...
참다운 삶을 바라는 사람은 주저 말고 나서라. 싫으면 그뿐이지만, 그럼 묘자리나 보러 다니든가. -오든-
휴식/생산/소비/교재의 순환처럼 우리네 삶의 경험 세계를 이루는 또 하나의 영역이 있다. 그것은 보기/듣기 같은 감각의 장이다. ... 우리는 외부의 사건을 하나씩 순차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역사가 나탈리 즈몽 다비와 아를레트 파주는 16세기에서 18세기 사이의 유럽사를 서술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영속적인 성적/사회적 위계 질서의 틀 안에서 전개되었다." ...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는 대체로 성/연령/신분에 좌우된다.
하지만 모든 정보를 알고 있고 모든 외적 변수를 파악했다 하더라도 한 개인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 사람은 모처럼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차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고 반대로 불우한 환경을 극복할 수도 있는데, 바로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마음이고 그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이다.
삶은 행동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 다시 말해서 경험이다. 그런데 경험은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므로 시간은 아주 귀중한 자산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경험의 내용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할당하고 투자할 것인가를 지혜롭게 결정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하루에 우리가 하는 일을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중요하고 비중이 큰 일은 생존과 안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하여 하는 활동이다. 오늘날 이것은 '돈벌이'와 거의 같은 의미 ...
하루의 1/4이라는 시간을 우리는 이런저런 유지활동에 투입한다. 식사/휴식/세면으로 몸을 돌보고 청소/요리/장보기와 각종 집안일로 생활의 여건을 유지한다.
생산과 유지활동에 들어가고 남은시간이 자유 시간, 곧 여가 시간인데, 사람들은 여기에 전체 시간의 1/4를 쏟는다. 사람은 아무 할 일이 없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깨달을 수 있다고 고대 사상가들은 주장하였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 시간은 세 가지 주요 활동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는데 ... 첫째는 대중매체다. ... 둘째는 담소이며, 셋째는 자유시간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것 ...
인간이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발명품 가운데 TV처럼 중독성이 강하고, 흡인력이 있는 물건도 없다.
나날의 삶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뿐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과 함께 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사람들은 대체로 세 가지 유형의 사회적 활동 영역에 시간을 엇비슷하게 투입한다. 첫째 ... '공적' 영역에서는 한 사람의 행위가 남들의 평가를 받게 되고, 또한 한정된 자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든지 아니면 협조적 공생 관계가 맺어지기도 한다. ... 위험 부담도 크지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주어진다.
둘째 영역은 가족이다.
셋째는 타인의 부재로 정의될 수 있는 공간, 다시 말하면 고독의 공간이다. ... 아이는 혼자서 공부 ... 주부는 혼자서 집안 살림 ... 혼자서 일해야 하는 직업 ... 고독을 향유하는 수준은 못 되더라도 고독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ESM(Experience Sampling Method, 경험 추출법)은 호출기나 프로그램이 입력된 시계를 이용하여 ... 신호를 받은 사람은 자기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기입하고, 그 순간 자기의 심리상태를 점수로 평가한다.
2. 경험의 내용
감정을 날조하고 조작하는 능력을 가진 동물은 인간뿐이다. 우리 조상들은 노래/무용/가면 등을 이용해 공포/경이/희열/도취의 감정을 유발하였다. 요즘은 공포영화/마약/음악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조상이 외부 세계를 가리키는 하나의 신호로서 감정을 받아들였다면, 요즘 사람은 현실에서 분리되어 떨어져 나온 감정 그 자체에 빠져든다는 점이 다르다.
금세기 중엽까지도 심리학자들은 ... 행복과 같은 주관적 감정은 너무 가변적이므로 과학의 연구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규정하였다.
그동안 축적된 연구는 ...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온갖 문제와 비극에 부딪히면서도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기보다는 행복한 것으로 묘사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 예언자와 철학자는 대체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삶의 불완전성이 이들의 눈에는 못마땅해 보였고, ... 대다수 사람들은 아무리 불완전할지언정 살아 있음을 기쁘게 여긴다.
자신의 노동을 착취하는 체제로부터 소외당하고 있으므로 그런 주관적 행복감은 자기 기만이라고 못박은 마르크스 ... 장 폴 사르트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위 의식', 즉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이라는 의식 속에서 살아간다고 꼬집었다. 좀더 최근에 와서는 미셸 푸코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사람들이 하는 말은 실제 사건을 반영하지 않으며 이야기 자체를 겨누는 말하기의 한 방식이라고 주장하였다. ... 마르크스, 사르트르, 푸코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지만, 나는 어떤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할 때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무시하거나 정반대로 해석할 권리가 없다고 본다.
수긍이 가면서도 놀라운 결과가 또하나 있다. ... 빈곤의 문턱을 일단 넘어서면 재산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행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