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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채환 Dec 16. 2023

[동물 농장] 2/2

함께 책 읽기 ⑨ - 조지 오웰, 동물 농장

■ 주요 문장 (요약 또는 마음에 드는 문장)

 돼지들로 말하면, 읽고 쓰는 것이 이미 완벽한 수준이었다. 개들도 읽기는 썩 잘했지만 일곱 계명 외에 다른 것을 읽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 어미 말 클로버는 알파벳까지는 깨쳤으나 단어들을 조합해 낼 수가 없었다. 복서는 알파벳의 디까지 깨지고는 더 이상 나가지 못했다. ...그 밖의 농장 동물들은 알파벳의 첫 글자 에이 이상으로는 나가지 못했다.


 "용감한 것만으론 충분치 않아요." 스퀼러가 말을 계속했다. "충성과 복종이 더 중요합니다."


 그해 내내 동물들은 노예처럼 일했다. 그러나 그들은 일을 하며 행복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그들 자신과 다음에 올 후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게으른 도둑 인간들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이따금 클로버는 그런 복서에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충고했지만 복서는 듣지 않았다. 그의 두 가지 슬로건 "내가 더 열심히 한다."와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가 그에게는 모든 문제에 대한 충분한 해답같아 보였다.


 "나는 우리 농장 동물들에게 모두 눈을 크게 뜨고 경고하는 바이오. 이 순간에도 스노볼 첩자들이 우리 중에 숨어 있다는 걸 우린 알고 있어요."


 "정말 모를 일이야. 이런 일이 우리 농장에서 일어나다니. 우리 자신이 뭔가 잘못돼 있어. 내 생각으론 더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해결책인 것 같아. 지금부터 난 아침에 한 시간 먼저 일어나야겠어."


 그녀(죽은 클로버)의 머릿속에 담긴 미래의 그림이 있었다면 그것은 굶주림과 회초리에서 벗어난 동물들의 사회, 모든 동물이 평등하고 모두가 자기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회, 메이저의 연설이 있었던 밤 그녀가 새끼 오리를 보호해 주었듯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주는 사회였다.


 수년간 모습을 감추었던 큰 까마귀 모지스가 돌연 농장에 다시 나타났다. ... 여전히 일에는 손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예전 버릇 그대로 '슈거캔디산'이라는 하늘나라 얘기도 계속했다.... "... 우리 불쌍한 동물들이 영원히 노동에서 해방되어 편안히 쉴 수 있는 슈거캔디산이 있어."


 돼지들은 슈거캔디산에 대한 모지스의 얘기가  모두 헛소리라고 경멸조로 말하면서도 모지스가 농장에 머물도록 허락했을 뿐 아니라 일도 하지 않는 그에게 매일 맥주 150ml씩을 배급했다.


 농장에는 클로버와 벤저민, 큰까마귀 모지스, 돼지 몇몇을 빼고는 반란 이전의 옛날을 기억하는 동물이 없었다.


 그게(풍차) 완공되면 발전소가 거기 설치된다고 했다. 하지만 한때 스노볼이 동물들에게 불어넣었던 호사스러운 꿈, 그러니까 전기가 들어오는 축사, 냉온수 시설, 주 삼일 노동제 같은 것들은 더 이상 입에 오르지도 않았다. 이런 생각들은 동물주의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나폴레옹은 말했다. 동물들의 참다운 행복은 열심히 일하고 근검한 절약 생활을 하는 데 있다고 그는 말했다.

 말하자면 농장은 그 자체로는 전보다 부유해졌으면서도 거기 사는 동물들은 하나도 더 잘살지 못하는(물론 돼지와 개 들은 빼고) 농장이 된 것 같았다.


 "동물농장의 주인 여러분, 당신들에게 다스려야 할 하급 동물들이 있다면, 우리 인간들에겐 다스려야 할 하층 계급들이 있습니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부록]

<자유와 행복>, 1946.

 두 소설([우리들], [멋진 신세계])은 모두 합리화, 기계화가 달성되고 고통이 없어진 세계에서 그 세계에 대항하는 원초적인 인간 정신의 반란을 다루고, 두 소설 모두 지금부터 대략 600년 후에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이 단일국([우리들]에서)의 지도 원리는 "자유와 행복은 양립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나는 왜 쓰는가>, 1947.

 나는 작가들이 글을 쓰게 되는 데는 (산문 작가의 경우) 네 가지 큰 동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순진한 이기심. 남들보다 똑똑해 보이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죽은 후에도 기억되고 어린 시절 자기를 무시했던 어른들에게 보복하고 싶은 욕망. ... 세상에는 소수의 재능있는 인간들, 끝까지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 보려는 고집 센 인간들이 있고 작가는 이 부류에 속한다. 진지한 작가들은 대체로 언론인들보다 더한 허영심과 자기 중심주의를 가진다.


 둘째,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 혹은 말의 아름다움과 말의 적절한 배열이 지니는 아름다움을 지각하기. 하나의 소리가 다른 소리에 주는 영향을 인지하는 즐거움. 좋은 산문의 단단함을 알아보고 좋은 이야기의 리듬을 인지하는 즐거움. 가치 있다고 느껴지고 그래서 놓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어떤 경험을 공유해 보려는 욕망.


 셋째, 역사적 충동. 사물과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한 사실을 발견하며 후대를 위해 이것들을 모아 두려는 욕망.


 넷째, 정치적 목적.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욕망, 어떤 사회를 성취하고자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욕망. 어떤 책도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아주 자유롭지 않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도 하나의 정치적 태도다.


 책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을 때 나는 나 자신에게 "자, 지금부터 나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낼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책을 쓰는 것은 내가 폭로하고 싶은 어떤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개성을 끊임없이 지워 없애려 노력하지 않고서는 읽을만한 책을 쓸 수 없다는 것 또한 진실이다.


<작품해설 [동물농장]의 세계>

 오웰은 권력 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혁명은 주인만 바꿀 뿐 본질적 사회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것, 대중이 살아 깨어 있으면서 지도자들을 감시, 비판하고 질타할 수 있을 때에만 혁명은 성공한다는 것 등이 그가 [동물농장]에 싣고자 한 메시지라 말한다.


 그가 평생을 고수한 신념, 그의 작품과 수많은 에세이들을 참고할 때 오웰을 괴롭힌 것은 사회주의 혁명 자체가 아니라 그 혁명의 배반이라는 문제이다.


 인간의 모든 혁명은 '반드시' 그것의 당초 약속을 배반하게 되는가? 모든 혁명의 성과는 권력에 주린 지배 엘리트 돼지들의 손에 반드시 장악되는가? 권력의 타락은 인간 사회의 불가피한 조건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누구도 결정론적 해답을 시도할 수 없다.


 조지오웰의 비관적 태도는 비관만으로 끝나지 않고 권력의 타락을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통찰도 동반한다. [동물농장]이 함축하는 메세지 가운데 하나는 동물들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다는 것이다. 독재와 파시즘은 지배 집단 혼자만의 산물이 아니다. 권력에 맹종하고 아부하는 순간 모든 사회는 이미 파시즘과 전체주의로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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