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1/3
함께 책 읽기 ⑩ - 마이클 샌델, Justice
■ 읽게 된 계기
딸아이가 보는 10권에 달하는 청소년 소설을 같이 읽다가 작가분이 쓴 글을 보니, 글 쓰기가 잘 안 되고 진도가 안 나가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어느 순간 그냥 매일 3쪽은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3쪽씩 꼬박꼬박 쓰다 보니 열 권이나 쓰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한번 따라해보자고 시작했는데 그 덕분에 2년이나 끌어오며 지지부진하던 책 쓰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어서 책 읽기도 같은 방식으로 하면 될 것 같아서, 매일 40페이지씩 읽다 보니 길지 않은 시간에 십여 권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자신감이 생겨서 오래전부터 읽고는 싶었지만 두껍고 잘 안 읽힐 것 같아서 미뤄뒀던 책들 중에 처음 잡아서 읽은 책에 해당된다.
■ 감상 및 추천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은 언제나 정당한가? 내 가족, 내 자식을 위해서 하는 일은 다 문제가 되지 않는가? 자유시장 경제에서 사익 추구를 방해/제한하면 공산당인가?, 그럼 아무 제약 없이 사익을 무제한 추구하도록 방임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사회풍속을 좋게 만드는가?' 난해한 사회 현상과 나와도 관련된 사회/경제적 선택 앞에서 자주 하게 되는 질문이다.
함께 책 읽기 ⑨ - 동물 농장 에서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류에서 등장하는 가정은 지금과 매우 다르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연인이나 부부관계, 가족제도가 없이 자유롭게 만나고 성생활을 하고 있고, [기억전달자]에서는 가족은 있으나 출산은 나라에서 해서 아이를 전해주고, [이퀼리브리엄]에서는 가족제도는 있으나 감정이 제거되어 자식이 부모를 밀고할 수도 있는 형태의 가정들이다. 이런 설정들은 공히 가정을 '불공정과 욕망을 만드는 근원'이라고 상정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자유시장 경제, 능력주의, 가족제도가 합쳐지면 각 개인들은 '부모의 부와 사회적 지위의 가치 손실 없는 계승/상속을 통해 우월적 지위를 가진 상태의 자식'이 경쟁사회에서 유리한 위치에서 살아가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공공의 이익보다) 그에 유리하거나 필요한 일련의 제도에 동의하게 되는 것 같다.
존 롤스가 제안한 '무지의 장막' 뒤에서의 선택이 공정한 사회 규칙을 만들기에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보인다. "... 내가 어떤 계층, 성별, 인종, 민족, 정치적 견해,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건강한지 허약한지, 고등 교육을 받았는지 고등학교를 중퇴했는지 ... 내게 무엇이 유리하고 무엇이 불리한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협상에서 어느 누구도 우월한 위치에 있지 않다면, 우리가 합의한 원칙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그림의 떡과 같이 요원하고도 비현실적인 과제일 뿐일까?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공정하다는 착각] - 마이클 샌델,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 각각 개인이 처한 경제/사회적 여건, 가정환경 등의 맥락을 제거하고 모든 사람이 대등하게 경쟁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성과를 보상하는 능력주의 방식이 과연 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가에 관한 내용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 신앙에서의 능력주의가 인상적이었다. 구원은 전적으로 신의 '은총'의 영역이었는데, 개인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 스스로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신의 은총 앞에 '겸손'했던 인간은 스스로 얻은 구원 앞에서 '오만'해진다고 한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턴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도 관련된 내용이 자세히 다뤄져 있다. 능력주의 사회의 승자도 공동체 의식이나 패자에 대한 연민보다 오만함을 보인다고 한다.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 소득에 관계없이 시민들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무료콘서트를 여는데 누군가는 돈을 주고 대신 줄 서서 표를 받아 주는 사람을 고용하는 경우, 공공건물/학교 건물에 돈을 낸 기업의 이름을 집어넣는 경우, 헌혈(건강한 사람이 수혈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혈액을 자발적으로 기증하는 것)을 유료화하는 경우, 마약중독 여성에게 불임수술을 받게 하고 돈을 주는 경우, 가족/지인/친구의 선물을 직접 고르지 않고 돈으로 대신하는 경우. 이러한 다양한 '돈으로 대신하는 경우'에 의해 훼손되는, 저자의 표현으로는 '타락하는' 가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 자신보다 나은(?) 대학교의 과잠을 입은 학생들을 보면서 위축되는 열등감, 또 그 반대의 경우에 느끼는 우월감, 대학 내 일용직 근로자의 파업에 대한 학생들의 비동조/반대,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반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한 반대. 젊은 학생들의 이런 일련의 태도와 심리의 배경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 제정임, 곽영신
: 우리가 세금을 낼 때 그중 교육 예산은 자신의 자식을 위해 쓰이기를 바랄 것 같다. 조금 양보해서 교육 효율, 사회적 생산성을 감안해서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 및 학교에 조금(?) 더 할애할 수 있다고 묵시적으로 합의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편중에 매우 심하다는 것을 다루고 있다. 수도권 및 주요 대학에 대한 심각한 쏠림과 지방대는 소외되고 있는 현실과 문제점 및 대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주요 문장 (요약 또는 마음에 드는 문장)
<한국어판 서문>
(어떤 것이 사회 정의인가에 대한 다양한) 그 이견들은 흔히 정의와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에 관해 서로 이견을 보이는 원칙 및 개념에 각각 기초하고 있다.
정의에 관해 경쟁하는 원칙들을 두고 공개적으로, 그리고 공적으로 다투는 것은 나약함의 징표가 아니라, 성숙되고 자신감 넘치는 민주주의의 징표다.
이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귀를 기울였고, 견해가 다른 주장에 이성적으로 반응했다.
이견을 갖춘 사람들이 정중하고 예의를 갖춰 나눈 그 대화는 민주주의 시민정신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게 해 주었다.
1. 정의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문제일까?
시장논리를 앞세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음 두 가지 요소를 중요시한다. 그것은 바로 복지와 자유다. 첫째, 시장은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도록 공급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복지를 증가시킨다. 둘째, 시장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재화나 용역에 어떤 특정한 가치를 강제로 부여하기보다는 사람들 스스로 자신이 교환하고자 하는 것에 가치를 매기도록 한다.
가격폭리방지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 첫째, 어려운 시기에 과도한 가격인상은 사회 전체의 복지를 늘리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 복지의 총량을 측정할 때는 비상시에 가격 폭등으로 생필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통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 어떤 상황에서는 자유 시장이 실제로는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 "강요받는 구매자에게 자유는 없다."
사회가 탐욕스러운 행동에 포상하기보다는 벌을 줌으로써 공동선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시민의 미덕을 지지한다.
단순히 복지와 자유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논쟁은 미덕에 관한, 즉 좋은 사회의 기반이 되는 기질, 인격을 길러내는 일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가격 폭리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잘 살펴보면 이중적임을 알 수 있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이득을 얻으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며 다른 사람의 불행한 처지를 이용하는 탐욕에 대해서는 포상이 아니라 벌을 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법을 통해 미덕과 악덕을 심판하려 할 때는 우려를 나타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을 주는 것이 정의라고 가르친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선 어떤 삶의 방식이 바람직한 것인지 심사숙고하지 않고서는 무엇이 정의로운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이란 좋은 삶을 묻는 질문에 중립적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 그 대신 정의로운 사회라면 각자 생각하는 좋은 삶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대의 정의론은 미덕에서 출발하는 반면, 근대의 정의론은 자유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 우리 대부분이 내세우는 주장을 보면 최소한 겉으로는 경제적 풍요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명에와 포상을 누릴 미덕이 무엇이며 좋은 사회가 장려해야 할 생활 방식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고자 하는 일련의 또 다른 신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훈장(상이군인 훈장)이 기리는 미덕은 무엇일까? 다른 군인 훈장과 달리 상이군인 훈장은 희생을 기린다. 영웅적 행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적으로부터 입은 부상만이 기준이 된다.
상인군인훈장협의회 ... 대변인은 ... 피가 흐르지 않은 부상(정신적 부상 -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왜 제외되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 외상 후 스트레스를 일종의 나약함으로 여기는 군대 내의 뿌리깊은 사고...
상이군인 훈장 논란은 부상의 진실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의학적/임상적 논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논쟁의 핵심에는 도덕과 군인의 용맹이라는 서로 다른 생각이 다투고 있다.
어쩌면 군인 훈장 논란은 명예와 미덕이라는 고대의 윤리관을 되짚어 보아야 하는 특수한 사례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정의와 관련된 대부분의 논란은 번영의 열매나 고난의 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그리고 시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구제금융을 둘러싼 분노의 밑바탕에는 도덕적 자격에 대한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 하나는 그들이 탐욕스럽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탐욕 비판의 문제점은 금융 위기 때 구제금융으로 부여받은 포상과 경기가 좋았을 때 시장으로부터 부여받은 포상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구제 금융으로 보너스를 챙긴 사람들이 몇 해 전 경기가 달아올라 더 많은 포상을 받았을 때보다 더 탐욕스러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 국민들이 그들의 보너스(그리고 구제금융)에 반대한 진짜 이유는 탐욕을 포상했기 때문이 아니라, 실패를 포상했기 때문이다.
2007년에 미국 주요 기업의 CEO들은 노동자들보다 평균 344배 많은 보수를 받았다. ... 1980년에는 CEO들이 자신의 직원들보다 42배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고위 경영자들이 1980년대에는 지금보다 재능도 부족하고 일도 덜 했다는 말일까?
미국의 CEO들은 유럽의 CEO들보다 두 배, 일본의 CEO보다 아홉 배 더 많이 받을 자격이 있을까?
<정의에 대한 3가지 접근법>
어떤 사회가 정의로운지 알려면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명예)을 어떻게 배분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정의란 복지의 극대화라고 생각하는 주장
우리는 왜 이러한 문제(생활수준 향상, 경제 성장) 그토록 신경을 쓸까? ... 개인적 차원에서나 사회적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이 더 좋은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의를 자유와 연관시키는 일련의 이론
공통적으로 개인의 권리 존중을 강조한다. ... 전 세계적으로도 정의는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정의가 미덕, 좋은 삶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이론
도덕을 법으로 규정한다는 생각은 자유 사회 시민들이 보기에, 자칫 편협하고 강압적인 정책을 초래할 수 있는 경악할 만한 발상이다. 하지만 정의로운 사회는 무엇이 미덕이며 좋은 삶인가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데올로기 스펙트럼 상의 다양한 정치 운동 및 주장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탈레반뿐 아니라 노예제 폐지론자와 마틴 루서 킹 목사도 도덕적/종교적 이상으로부터 자신의 정의에 대한 시각을 정립했다.
사례1 : 폭주하는 전차
(요약) 당신이 100km로 달리는 전차기관사인데 멈출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대로 두면 선로 위의 작업자 5명이 죽게되고, 측선 철로로 틀면 작업자 1명이 죽게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조금 다른 사례. 당신은 기관사가 아니라 다리 위에서 기차를 바라보는데(측선은 없고) 옆에 있는 사람을 철로 위로 밀어 떨어뜨리면 그 사람은 죽겠지만 5명의 작업자는 살릴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사례2 : 아프가니스탄의 염소 목동
(요약) 탈레반 지도자를 잡기 위해 미국 특수부대가 은밀히 정찰을 하던 중, 양떼를 몰고 가는 농부 2명과 아이 하나를 만났다. 비무장 상태이므로 놓아주는게 맞지만 놓아주면 미군의 소재를 탈레반의 위험을 알려줄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공적인 영역에서 도덕 문제를 놓고 격하고 열정적으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면, 도덕적 신념이 이성의 범위를 넘어 가정교육이나 신앙으로 인해 이미 정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도덕에 호소해 상대방을 설득할 수는 없으며, 정의와 권리에 대해 공적인 토론을 벌이는 것은 독단적인 주장의 공세일 뿐, 마구잡이 이념 싸움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흔히 옳은 행위에 대한 견해나 확신('전차를 측선 철로 쪽으로 틀어라')에서 시작한다. 그러고는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를 생각하며 근거가 되는 원칙('한 명을 희생시키더라도 여러 명의 목숨을 구하는 게 낫다')을 찾는다. 그다음 그 원칙에 반하는 상황('가능한 한 여러 명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늘 옳을 줄 알았는데, 남자를 다리 아래로 미는 행위[혹은 무장하지 않은 염소 목동을 죽이는 행위]는 잘못인 것 같다')을 맞닥뜨리면 혼한스러워지기 시작한다. ... 이처럼 행동의 세계에서 이성의 영역으로, 다시 이성의 영역에서 행동의 세계로 마음을 돌리는 것이 바로 도덕적 사고의 근간을 형성한다.
2. 최대 행복 원칙 : 공리주의
어떤 행동이 옳은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비용과 이익이 얼마인지 결과만 계산하면 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또한 도덕이란 그 이상의 무언가(서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적절한 방식 등)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정의에 대한) 첫 번째 시각은 어떤 행위의 도덕성은 그 행위가 초래하는 결과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말한다. ... 두 번째 시각은 도덕적으로 볼 때, 결과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권리와 의무는 사회적 결과와 상관없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본다.
그(제러미 벤담)는 자연권이라는 생각을 조롱하며 "애들이나 하는 헛소리"라고 했다. ... 도덕의 최고 원칙은 행복의 극대화, 즉 쾌락의 총량이 고통의 총량보다 많게 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벤담은 거지와 마주치면 두 가지 방식으로 행복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정이 많은 사람에게는 동정심이라는 고통이, 인정이 없는 사람에게는 혐오감이라는 고통이 생긴다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공리주의의 약점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만족의 총합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개인을 짓밟을 수 있다.
(공리주의 입장대로라면) 도덕은 결국 비용과 이익을 계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공리주의자들은 사람 목숨을 돈으로 환산할 때 느끼는 거부감을 극복해야 할 충동적 감정이자, 명확한 사고와 이성적인 사회적 선택을 방해하는 터부로 보았다.
존 스튜어트 밀은 ... 계산 원칙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공리주의를 보다 인간주의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공리주의를 구하려고 노력했다.
개인의 자유가 사회에 미치는 유익한 효과에 대한 밀의 생각은 ... 첫째, 시회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개인의 권리를 존중한다면, 권리는 상황의 볼모로 남는다. ... 둘째, 기본 권리를 공리주의 시각으로 고려한다면,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했을 때, 그것이 사회 전체의 복지 증진에 기여한다고 해도 당사자에게는 부당한 행위가 된다는 사실을 놓칠 수 있다.
(밀의 주장은) 공리주의를 넘어서는 도덕적 이상(인격과 인류 번영)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벤담의 원칙을 정교하게 다듬었다기보다는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벤담은 가치를 따지지 않고 사람들의 선호도를 모두 더해서 어떤 법이 필요한지 결정하려 했다.
3.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유하는가? : 자유지상주의
미국의 상위 1%가 미국 전체 부의 1/3을 소유하는데, 이는 하위 '90%'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현대 국가가 흔히 펼치는 정책과 법 가운데 자유지상주의자들이 반대하는 세 가지를 소개한다.
1. 온정주의 : ... 스스로를 해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법에 반대한다. 안전벨트나 오토바이 헬멧 ...
2. 도덕의 법제화 : ... 법을 통해 강압적으로 미덕을 권장하거나 다수의 도덕적 신념을 표출하는 것에 반대한다.
3. 소득이나 부의 재분배 : ... 부의 재분배를 위한 과세를 비롯해 누가 누구를 도울 것을 요구하는 일체의 법규정을 배제한다.
지적 신념으로서의 자유지상주의는 그(친시장, 작은 정부를 지향하던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의 정책)보다 앞서 복지 국가 이념에 대한 반발로 등장했다.
프리드먼은 비슷한 근거로 최저 임금제도에도 반대한다. ... 고용차별금지법 역시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그(로버트 노직)은 정의로운 분배를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초기 소유물에 정의가 구현되어 있어야 하고, 또 하나는 소유물 이전에 정의가 구현되어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돈을 벌 때 사용한 자원이 우선 합법적으로 당신 것이었는지 ... 두 번째 조건은 당신이 돈을 번 것이 사장에서 자유로운 교환에 의한 것이거나 다른 사람이 자발적으로 건네준 선물에 의한 것인지를 묻는다.
이런 식의 추론은 자유시장주의 주장의 도덕적 정수인 자기 소유 개념으로 이어진다. 내가 나을 소유한다면, 나는 분명 내 노동도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은 과세(내 수입을 가져가는 행위)를 도덕적으로 강제 노동(내 노동을 가져가는 행위)과 노예제(나에 대한 내 소유권을 부정하는 행위)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본다.
자기소유 <--> 압수
개인 <--> 노예
노동 <--> 강제노동
노동의 열매 <--> 과세
신장 거래에 찬성하는 사람은 대개 목숨을 구하는 행위의 도덕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하나를 기증해도 하나로 살아갈 수 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내 몸과 내 생명이 내 소유라고 생각한다면, 그 두 가지 이유 모두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다.
첫째, 이런 목적(부유한 고객이 재미로, 기괴한 미술품 거래상이 심심풀이로)의 신장 거래를 허용해도 될까? 자기 몸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안된다고 하기 힘들 것이다.
둘째, ... 상당한 금액을 제시하며 두 번째 신장을 팔라고 한다. 나머지 신장을 떼어 내면 죽게 되는데도 농부는 그 신장을 팔 자유가 있는가?
안락사에 찬성하는 사람 다수가 소유권을 따지기보다는 존엄과 연민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