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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채환 Dec 27. 2023

[정의란 무엇인가] 3/3

함께 책 읽기 ⑩ - 마이클 샌델, Justice

7. 소수 집단 우대정책 논리 : 권리 vs. 자격

 어떤 대학은 오직 학문적 자질로만 입학생을 뽑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학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의 사명을 정한다. ... 그 어떤 지원자도 대학의 사명을 정하는 데 간섭하거나 입학 허가 기준으로 ... 특정 자격을 우선하라고 말할 권리가 없다.


 입학 허가의 정당성은 학생의 능력이나 미덕을 포상하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대학이 정한 사회적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열심히 일하고 규칙을 잘 따르는 사람"은 앞서 갈 자격이 있다고 끊임없이 외치고,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사람들의 성공은 그들의 미덕이 반영된 결과라고 칭송한다. ... 이 확신에 집착하면 사회 결속이 어려워진다. 성공을 자기 행동의 결과로 여길수록, 뒤처진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의를 자격 논쟁으로부터 단호하게 분리하기란 정치적/철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첫째, 정의는 흔히 영예의 측면을 갖고 있다. ... 어떤 자질이 영예와 포상의 가치가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둘째, 사회 기관이 사명을 정하고 난 뒤에야 어떤 특성이 장점으로 떠오른다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정의의 논쟁에서 흔히 거론되는 각종 기관들(학교, 대학, 전문직, 공직 기관 등)은 사명을 멋대로 정할 수 없다. 이들 기관의 사명은 최소한 어느 정도는 이들이 장려하는 고유의 선에 따라 규정된다.


 소수 집단 우대 정책 논쟁에서 대학의 존재 목적을 놓고 대립하는 여러 견해가 투영되어 있다. 즉 대학은 어느 정도까지 학문의 우수성을 추구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공익에 부응해야 하는지, 어떤 목적들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에 관해 견해가 다양하다. 대학은 학생들이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 나갈 준비를 하게 만드는 곳이지만, 다른 상품처럼 교육을 파는 행우(기여입학 등)는 일종의 타락이다.


 지금껏 살펴보았듯이, 칸트와 롤스의 철학은 좋은 삶에 대해 경쟁하는 서로 다른 시각들로부터 중립적인 정의와 권리의 기본을 찾으려는 과감한 시도였다. 


8. 정의와 도덕적 자격 : 아리스토텔레스

 (어느 고등학교 뇌성마비 장애인  응원단원 학생 '캘리'가 관객들의 성원에도 시즌 후 방출된 사례)  

 하나는 공정성 질문이다. 캘리가 응원단원으로 자격을 갖추려면 반드시 체조를 해야 할까, 아니면 캘리의 장애를 감안할 때, 그런 요구는 부당할까?


 두 번째 질문은 분노에 관한 것이다. ... 그(응원단장의 아버지, 캘리가 응원단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가 화난 이유는 캘리가 그런 영예를 누릴 자격이 없는데도 그런 영예를 누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기 딸의 뛰어난 능력을 보며 느끼던 자부심을 조롱받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응원 같은 사회적 행위에는 도구적 목적(팀 응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예와 모범을 제시하는 목적(어떠한 우수성과 미덕에 대한 칭송)도 있음을 알려 준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 철학의 핵심은 두 가지

1. 정의는 목적론에 근거한다. 권리를 정의하려면 해당 사회적 행위의 '델로스(목적, 목표, 혹은 핵심본질)'를 이해해야 한다.

2. 정의는 영예를 안겨주는 것이다. ... 그 행위가 어떤 미덕에 영예와 포상을 안겨 줄 것인가를 추론하거나 주장하는 것이다.


 아리스토렐세스에게 정의란 자격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주는 걸 의미한다. 


 정의는 능력에 따라, 연관된 탁월성에 따라 차별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최고의 플루트를 최고의 연주자에게 주어야 하는 가장 분명한 이유는 그래야 최고의 음악이 나올 수 있고, 그것이 음악을 듣는 우리에게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유는 다르다. 그런 배분 방식은 잘 연주되어야 한다는 플루트의 존재 이유에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정치의 목적은 시민들에게 미덕을 키우는 것이다. ... 즉 공동선을 고민하고 판단력을 기르며, 시민 자치에 참여하고,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보살피게 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것을 1차 목표로 보았다. 즉 좋은 인격 형성으로 이어지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입법자들은 시민들에게 좋은 습관을 심어 주어 시민을 선하게 만들어야 한다. 


 실천적 지혜는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 "인간의 선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의 이성적이고 진실한 상태"라고 규정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왜 정치를 그저 여러 소명 중 하나가 아니라 좋은 삶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했는지 ... 첫째, 폴리스의 법은 우리에게 좋은 습관을 심어 주고, 좋은 인격을 형성하며, 시민의 미덕을 길러 준다. 둘째, 시민의 삶은 자칫 휴면 상태에 놓일 수 있는 심사숙고하는 능력과 실천적 지혜를 발휘하게 한다. 


 자유주의 정치론은 ... 사회적 역할을 적합성이 아닌 선택에 따라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의와 권리에 관한 논쟁은 흔히 사회 기관의 목적, 그 기관이 배분하는 재화, 그리고 그 기관이 포상하고 영예를 수여하는 미덕에 관한 논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9.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 : 충성심의 딜레마

 독일은 유대인 대학살 책임을 인정하고, 생존자와 이스라엘에 수백억 달러 상당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2000년에는 요하네스라우 독일 대통령이 이스라엘 국회 연설에서 유대인 대학살을 사과하고, "독일인이 한 일에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일본계 미국인들을 미국 서해안 수용소에 억류했던 일을 공식 사과하는 법에 서명했다. ... 1993년에는 의회가 보다 앞선 과거의 잘못(1세기 전 하와이 독립 왕국의 전복)을 사과했다.


 국가는 과거의 잘못을 사과해야 할까?


 과거의 역사적 부당 행위에 대한 사과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논리 ... 앞선 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현 세대가 사과할 필요는 없으며, 사과할 수도 없다


 사과에서 중요한 것을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사고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책임의 인정이다. ... 사과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도덕적 이해관계를 정확히 따지고 들면서, 현 세대가 앞선 세대의 죄와 관련해 도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도덕적 개인주의자들에게 자유란 내가 자발적으로 초래한 의무에만 구속되는 것이다. ... 관습이나 전통이나 물려받은 지위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만이 우리를 강제하는 도덕적 의무의 원천이다. 


 존 로크 ... 합법 정부는 합의에 근거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 "선천적으로 완전히 자유롭고 평등하고 독립적이기에, 어느 누구도 자신의 동의 없이 이 상태를 벗어나 다른 이의 정치권력에 구속될 수 없다."


 도덕법(칸트)을 따르거나 정의의 원칙(롤스)을 선택한다면, 이는 지금 세상에서 자신의 지위나 위치를 만든 역할이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아리스토렐레스는 ... "이상적인 법의 본질(을 조사하기) 전에, 가장 바람직한 삶의 본질부터 밝혀내야 한다. 그것이 분명하면, 이상적인 법의 본질 또한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평등주의 자유주의자 ... 이들은 개인이 자신의 목적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정부는 진정한 선택의 자유를 가능케 하는 물질적 조건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지상주의자들(현대 정치에서 이들은, 적어도 경제문제에서는 흔히 보수주의자로 불린다)도 그들 나름대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중립 국가를 주장한다. 


 나는 지금까지 소개한 여러 철학적 주장과 씨름하면서, ... 선택의 자유는 (공정한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자유도) 정의로운 사회의 기초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더욱이 중립적인 정의의 원칙을 찾으려는 시도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 쉽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도덕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칭찬하기까지 하는 다양한 도덕적/정치적 의무를 이해할 수 없다. 여기에는 연대와 충성의 의무, 역사적 기억과 종교적 신념에 관한 의무가 포함된다. 이는 우리 정체성을 형성한 공동체와 전통으로부터 생겨난 도덕이다. 


 공동체의 도덕적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인간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려면 그전에 '나는 어떤 이야기의 일부인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나는 내 가족, 내 도시, 내 친족, 내 나라의 과거로부터 다양한 빚, 유산, 정당한 기대와 의무를 물려받는다. 


 "내가 아는 어떤 독일 젊은이는 자신이 1945년 이후에 태어났으니, 나치가 유대인에게 어떤 일을 저질렀든 현재의 자신과는 도덕적으로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매킨타이어는 그런 입장에서 도덕적 천박함을 목격한다. "나를 사회적/역사적 역할과 지위와 분리 가능하다"라는 추론은 잘못이다.


 롤스는 ... 자유주의적 사고에 따르면, 의무는 오로지 두 가지, 인간이기에 생기는 자연적 의무와 합의에서 생기는 자발적 의무뿐이다. 


 자유주의의 정의는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라고 하지만, 타인에게 좋은 일(선)을 증진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인간을 자발적 존재로 볼 것인가, 서사적 개념으로 파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사회계약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 번째 부류의 의무를 인정하느냐에 달렸다. 그 의무를 연대 의무 또는 구성원의무라고 칭하자.


도덕적 책임의 세가지 범주

1. 자연적 의무 : 보편적이고, 합의가 필요하지 않다.

2. 자발적 의무 : 특수하고, 합의가 필요하다.

3. 연대 의무 : 특수하고, 합의가 필요하지 않다.


 국가 간 불평등은 국가 공동체 주장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민 유입 제한에 찬성하는 최선의 주장은 공동체 논리다. 마이클 원처가 쓴 대로, 사회 구성원이 되는 조건을 규제하는 능력, 즉 출입국 허가 및 거부 규정을 정하는 능력은 "공동체 독립의 핵심"이다. 


 하지만 출생이라는 우연은 권리의 기준이 될 수 없기에, 풍요로움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이민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민 제한을 지지하는 더욱 강력한 논리는 저임금으로 기꺼이 일할 이민자들이 몰려올 경우 가장 취약해지는 비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 수준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우리가 해결하려는 질문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왜 가장 힘없는 우리 노동자부터 지켜야 할까? 더 가난한 멕시코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지 않더라도 그리해야 할까?


 미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유는 비단 외국인 이민 유입 때문만이 아니다. 요즘에는 자본과 상품이 사람보다 더 쉽게 국경을 넘는다. 이 역시 애국의 도덕적 위상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내가 사는 특정 공동체에서 나오는 특별한 의무 가운데 일부는 같은 공동체 사람에게 내가 지는 의무다. 하지만 나머지는 내 공동체가 역사적으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지는 의무다. 


 가족 및 동료 시민의 행동에서 자부심과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은 집단 책임과 관계가 있다. 둘 다 우리 자신을 어딘가에 소속된 자아로 인식하는 데서 나오는 감정이다. 


 개인은 단지 자신의 선택과 행동만 책임지면 그만이라고 고집한다면,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어렵다. 

 소속감에는 책임감도 동반한다. 내 나라의 과거를 현재로 가져와 도덕적 부재를 해결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내 나라와 역사에 진정한 자부심 또한 느낄 수 없다. 


 좋은 삶을 생각해보지 않고 정의를 생각하기란 불가능하거나 어쩌면 바람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의와 권리에 관한 뜨거운 쟁점 중 상당수가 도덕적/종교적 논란이 되는 주제를 피하지 못한다.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할 때, 좋은 삶에 관한 여러 견해를 늘 빼놓을 수는 없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10. 정의와 공동선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버락 오바마는 정치에서 종료의 역할에 대해 케네디와 매우 다른 연설을 했다. ... "... 나는 일리노이 상원 의원에 출마하는 것이지, 일리노이 성직에 출마하는 게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양대 정당도 중립을 주장했지만, 세부 내용은 달랐다. 일반적으로 공화당은 경제 정책에서, 민주당은 사회/문화적 주제에서 중립을 들먹였다.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도덕적/종교적 신념에서 분리하라는 요구는 정의와 권리에 대한 공적 담론을 벌일 때 자유주의적 공적 이성에만 충실해야 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선에 관한 특정 견해를 지지하지 말아야 하며, 시민은 정의와 권리를 토론할 때 자신의 도덕적/종교적 신념을 끌어와서는 안 된다.  


 정의와 권리에 관한 논의를 좋은 삶에 대한 논의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는 두 가지 이유에서 잘못이다. 첫째, 본질적인 도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정의와 권리의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둘째, 설령 그럴 수 있다 해도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국가의 정책은 두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책1. 남자와 여자의 결혼만 공인한다. 

 정책2. 동성 결혼과 이성 결혼을 공인한다.

 정책3. 어떤 종류의 결혼도 공인하지 않고, 그 일을 사적인 영역으로 돌린다. 


 국가는 혼인법에 더해 시민결합법이나 가정동반자법을 만들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면서 법적 합의 영역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법적 보호, 상속권, 병원 방문권, 양육권을 부여할 수도 있다.


 "우리의 의무는 모든 사람의 자유를 정의하는데 있지, 우리만의 도덕률을 명령하는데 있지 않다."


 동성 결혼 논쟁의 진짜 쟁점은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동성 결합이 공동체로부터 영예와 인정을 받을 가치가 있는가, 즉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의 목적을 수행하는가의 여부에 있다.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결혼의 1차 목적이 출산이라고 주장한다. ... 마샬(메사츄세츠 주 대법원장)은 ... 결혼의 목적에 중립을 지키는 척하지 않고, 목적론적 추론과 대립되는 해석을 제시한다. 결혼의 본질은 출산이 아니라 이성이든 동성이든 두 사람 사이의 독점적인 사랑의 약속이라 주장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접근법을 탐구 했다. 첫 번째 방식은 정의란 공리나 복지의 극대화 ... 두 번째 방식은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 (자유지상주의 견해) ...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견해)일 수도 있다. 세 번째 방식은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공선을 고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나는 세 번째 방식을 선호한다. 


 공리주의적 접근 방식은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첫 번째는 정의와 권리를 원칙이 아닌 계산의 문제로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의 모든 선을 하나의 통일된 가치 척도로 환산해 획일화하여, 그 질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의 도덕적 가치,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의미와 중요성,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삶의 질과 특성은 하나같이 정의를 논하는 영역을 벗어난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정치 담론이 우리를 그 방향으로 이끄는가 ... 첫째는 관찰이다. ... 도덕적이고 영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정치를 구상하면서도, 이를 성이나 낙태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경제 및 시민의 관심사로 가져오는 정치를 구상하는 일이다.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1. 시민 의식, 희생, 봉사


2. 시장의 도덕적 한계

 우리 시대에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장과 전혀 다른 기준의 지배를 받던 전통적 삶의 영역까지 시장 논리 및 시장 친화적 사고가 파고든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행위를 시장에 맡기면 그 행위를 규정하는 규범이 타락하거나 질이 떨어질 수 있기에, 시장의 침입을 막기 위한 비시장 규범은 무엇인지 물을 필요가 있다.


3. 불평등, 연대, 시민의 미덕

 빈부 격차가 지나치면 민주 시민에게 요구되는 연대 의식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 불평등이 깊어질수록 부자와 가난한 자의 생활은 더더욱 분리된다. ... 부유층이 공공 시설이나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되면서, 그것들은 다른 어느 것도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에게만 남겨진다. ... 자신들의 세금으로 공공 서비스를 지원하길 꺼려하면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 공적 영역이 공동화되면, 민주 시민의식의 토대가 되는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키우기가 어려워진다.


 정치가 공동선을 추구한다면 시민적 삶의 기초를 재건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을 것이다.


4. 도덕적 참여정치

 정부가 이들 서로 다른 견햬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기란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정치는 가능하지 않을까?


 최근 수십 년간 우리는 동료 시민의 도덕적/종교적 신념을 존중한다는 것은 (적어도 정치적 목적에서는) 그 신념을 모른 척하고, 방해하지 않으며, 공적 생활 영역에서 그것을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 이는 공개 담론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 뉴스 저 뉴스에 휘청거리게 하며, 추문이나 자극적인 기사 또는 하찮은 소식에 정신이 팔리게 만든다. 


 도덕적 이견에 좀 더 적극적으로 공적 참여을 한다면 상호 존중의 기반을 약화시키기는커녕 더욱 굳건하게 할 수 있다. 동료 시민이 공적 생활에서 드러내는 도덕적/종교적 신념을 피하기보다는 때로는 그것에 도전하고 경청하면서, 때로는 그것으르 경첨하고 배우면서, 더욱 직접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도덕적인 참여 정치는 회피하는 정치보다 시민에게 더 많은 이상을 불어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더 유망한 기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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