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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채환 Jan 15. 2024

[섹스의 진화] 1/3

함께 책 읽기 ⑪ - 제레드 다이아몬드, WHY IS SEX FUN

■ 읽게 된 계기

 정확하지는 않은데 아마 [몰입의 즐거움]을 소개했던 회사 선배가 그 당시에 함께 소개했던 것 같다. 이성에게 느껴지는 감정, 욕구 등이 사랑에 의한 것인가 본능에 의한 것인가 하는 어렴풋한 의문이 있던 시기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들 사이로 길을 내듯 가르마를 타주는 느낌이 들었다. 독특한 연구를 한 책이다 하고 생각만 했는데, 그 후 시간이 흘러 [총, 균, 쇠], [제3의 침팬지] 등의 유명한 책까지 쓴 저자라는 사실을 알고 새삼 놀랐다.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운 책이라고 의욕적으로 내용을 소개한 후, 그래서 제목은 이거라고 소개할 때가 되면 주위를 한번 돌아보고 어딘가 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며 암표장사처럼 낮고 빠른 목소리로 제목을 얘기하던 기억이 있다.


■ 감상 및 추천

 "성은 너무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 낭만적 사랑의 궁극적 완성점이기도 하고..."

                                                                                                      - [섹스의 진화], 옮긴이의 말 -


 "우리의 뇌는 약 3만 년 전의 원시적인 상황에서 생존과 짝짓기에 필요한 선택을 하기 적절한 정도로 진화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 사람이 내 친구인가 적인가. 저 사람이 내 섹스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같은 단순한 기준으로 국회의원을 뽑고, 직업을 선택하고, 미래를 계획한다는 겁니다."

                                                                                                            - [열두 발자국], 정재승 -


 "성행위 그 자체는 사랑의 행위가 아니다. ... 사랑하는 상대가 아닌 어떤 상대라도 오르가슴과 더불어 일어나는 자아 경계의 붕괴는 똑같다."

                                                                                                    - [아직도 가야할 길], 스캇 펙 -


 "이러한 합일의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유쾌하고 격앙된 경험 가운데 하나다. ... 이 기적은 성적 매력과 성적 결합에 의해 시작되는 경우, 대체로 더욱 촉진된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사랑은 본질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두 사람이 친숙해질수록 친밀감과 기적적인 면은 점점 줄어들다가 마침내 적대감, 실망감, 권태가 생겨나며 최초의 흥분의 잔재마저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은 권력과 자원을 가질수록 많은 여성과 섹스를 한다('가질 수 있다'). 반면, 가난하고 권력이 없는 남성들은 한 여성을 다른 남성과 공유한다. ... 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한 명의 남성하고만 섹스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남성을 상대해야 한다."

                                                                                                      -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


*'첫눈에 반하는 것'은 인간적인가?

 운명적 상대임을 찰나의 순간에 파악해 내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인가? 최고의 짝짓기 상대의 출현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동물적인 조바심인가?

*연인/부부간의 성적 합일은 인간적인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낭만적이고 유희적인 사랑의 표시인가? 유전자를 널리 퍼트리려는 본능의 잔재이거나, 짝짓기 상대를 붙잡아 두고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진화적 장치인가?

*모성애는 인간적인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한 인간 어미의 이타적인 헌신적 희생인가? 수정/임신/출산에 있어 유달리 투자가 많은 특정 포유동물 암컷의 '이미 진행된 유전적 투자 보호'를 위한 종적 특성일 뿐인가?


 동물적 본능과 구분되는 인간의 이성과 지성으로 만든 행동양식/문화의 구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인간의 예술, 언어, 문화 등은 그러한 유산(동물적 진화과정에서 생긴 성적 습성) 위에 덮인 얇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작가는 결론을 내렸다.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면이 많지 않은가 심히 의심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 모든 개체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고 유전적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진화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섹스의 진화]와 함께 읽으면 동물과 구분되는 순수한 '인간다움'이란 어느 부분이며 과연 그것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유전자(gene)에 의해 유전적으로 전해지는 것에 대비해, 문화적으로 전승되는 요소들을 밈(meme)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는데, 어느 날 TV를 보니 예능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용어를 자연스럽게 두루 사용하고 있어서 놀랐다.


▶ [들소] - 이문열 단편

 : 사유재산, 가족관계도 없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원시공산제 사회이다. 들소 사냥에 나선 남자들이 사냥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질과 양을 구분하여 고기를 나누고, 그것을 가지고 돌아와 부족 여자들 중 한 명과 같이 나누어 먹고 밤을 보낸다. 매우 동떨어진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본질적인 면에서 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은자리에서 한 번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다.   


▶ [총, 균, 쇠] - 제레드 다이아몬드

 : 서울대도서관 대출 순위 1위, 각종 학교 추천도서로 매우 유명한 책이어서 제목을 아는 사람은 적지 않을 듯하다. 두껍고 글밥이 엄청나 한번 펴보면 일단 질려서 시작하기 쉽지 않다. (꾹 참고 하루 40페이지씩 읽기를 시도해 보시길) '왜 식민지는 주로 서양사람들만 개척했을까?' 보통 지나가는 생각으로 한번 하고 잊어버렸을 법한, 하지만 매우 방대한 이 주제를 택하고, 연구하기로 결심하고, 실제로 25년간 탐구했다는 자체가 일단 존경스럽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아바타]에서 인간들이 판도라 행성 부족들을 침공해서 부족원들을 죽이고 자연을 파괴하고 동식물들을 자기 마음대로 죽이고 채취하는 장면 위로, 책에 소개된 유럽인들의 신대륙 침략 장면이 오버랩 됐었다.


▶ [제3의 침팬지] - 제레드 다이아몬드

 :  유전적으로 98% 이상 일치하는 침팬지, 유인원 등과 달리, 인간만 어떻게 다르게 진화하게 되었고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등이 소개되어 있다. 같은 저자의 [섹스의 진화], [총, 균, 쇠]와 더불어 인류가 지나온 진화와 역사,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총, 균, 쇠] 보다는 그래도 짧다.



■ 주요 문장 (요약 또는 마음에 드는 문장)

[옮긴이의 말]

 성은 너무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 인간을 창조해 내는 어마어마하고 신비스러운 절차이며, 낭만적 사랑의 궁극적 완성점이기도 하고, 사회의 최소 구성단위인 가정을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접착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편 성은 유희의 도구이기도 하고, 권력의 수단으로 쓰일 때도 있고, 남용과 착취와 거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머리말]
 우리 대부분은 인간의 성적 관행이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때 얼마나 특이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인류학자들은 대개 이러한 특징의 진화가 이루어진 원인으로 인간의 커다란 뇌와 직립자세를 꼽지만 나는 특이한 성적 습관 역시 그만큼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여러분이 자기 파괴적인 성적행동에 이끌리는지를 이해하게 된다면 여러분의 본능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문제를 좀 더 지성적인 방법으로 다루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1. 가장 특이한 성생활을 즐기는 동물

 대부분의 포유류(지구상 약 4500종)의 경우 다 자란 수컷과 암컷이 짝을 지어 핵가족을 이루고 둘 사이에 태어난 새끼를 함께 기르면서 사는 일은 거의 없다.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는 포유류 동물들의 경우 대부분 집단 내의 다른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교미를 한다.


 대부분의 포유류 암컷들은 생식 주기 중 배란이  되어 임신할 수 있는 짧은 기간이 돌아오면 눈에 띄는 광고수단을 이용해서 그 사실을 다른 동물들에게 알린다. ... 포유류 암컷은 오직 가임기에만 수컷을 유혹한다. 인간 외에도 몇몇 종의 동물들에게 있어 섹스는 명백하게 생식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 바로 보노보와 돌고래가 그러한 종이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야생 포유류의 경우 폐경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없다.


 임신이 가능한 짧은 기간을 여성의 잠재적 섹스파트너는 물론이고 여성 자신도 알아채기 힘들다.


 사실 일처다부제는 국가 제도가 생겨나기 전 인간 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던 관습이었다.    1


 자세와 뇌의 크기에 성적 습성이 더해질 때 인간을 유인원과 다르게 만들어 주는 특징의 삼위일체가 완성된다. ... 우리의 커다란 뇌와 직립 자세가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부르는 특징들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다. 그 인간성 덕분에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고,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고,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을 사거나 직접 길러 내고, 모든 대륙과 해양을 점령하고, 동료 인간이나 다른 동물을 우리 안에 가두어 두고, 다른 대부분의 종의 동물과 식물을 몰살시켜 버리게 되었다.


 인간의 성적 습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적 습성이 진화생물학적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지난 700만 년 동안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족인 침팬지의 조상들과 비교할 때, 우리의 성과 관련된 해부학적 측면은 약간 분화되었고, 성과 관련한 생리학적 측면은 좀 더 분화되었으며, 성적 행동은 그보다 더 많이 분화되었다.


2. 성의 전쟁

 부모 새의 해부학적 구조나 본능적 특성을 전달받은 새끼 새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는 유전자가 있다면, 그 유전자는 생존한 새끼를 통해 후손에게 이어질 것이고, 그 결과 유전자의 발생 빈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 문장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생존과 생식의 성공을 유도하는 해부학적 구조와 본능은 자연선택을 통해 확립되는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는) 경향이 있다.


 만일 새끼가 생존하는 데 부모 중 어느 한쪽의 기여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면 아비와 어미는 누가 먼저 새끼와 배우자를 내버리고 다른 상대를 찾아 새로운 새끼를 낳는지를 놓고 냉혹한 경주를 벌여야 할 판이다. ... 마치 이것은 수정이 일어나는 순간 수컷과 암컷이 담력 게임(chicken game : 두 대의 차가 서로 마주 보고 돌진해서 먼저 피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을 벌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많은 종의 경우 암컷이 한발 물러나 혼자서 수정란을 돌보고 수컷은 떠나 버린다.


 난자와 정자 모두 염색체를 가지고 있지만 난자는 그에 더하여 수정란 또는 태아의 발달을 도와줄 영양소와 대사 기구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 성인의 난자는 정자보다 100만 배가량 더 크다. ... 따라서 수정된 태아를 초기 상태의 건설 프로젝트라고 본다면, 암컷과 수컷의 신체 크기 대비 투자비율을 생각하면 수컷의 투자는 극히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체내 수정의 경우 암컷은 난자를 만드는 데 이미 상당한 투자를 한 것에서 더 나아가 수정란에 추가적이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암컷은 자기 몸의 칼슘과 영양소를 이용해서 알껍데기와 난황을 만들거나 혹은 자기의 영양소로 태아의 몸을 만든다. 이와 같은 영양소의 투자 외에도 암컷은 임신 기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 인간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9개월의 임신 기간이 끝날 때까지 어머니는 아기에게 어마어마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반면 아버지의 투자는 어떠한가? 고작 성관계를 하는 데 들인 몇 분의 시간과 1ml의 정액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앞서 부모가 새끼를 돌볼지 말지를 '선택'하는 데 세 가지 요소가 관여한다고 말했다. ... 새끼에 대한 투자 정도 ... 두 번째 요소는 얼마나 많은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지의 여부이다.


 그(남자)는 약 20억 명쯤 되는 지구상의 성인 여성들 모두에게 하나씩 나눠 주기에 충분한 수의 정자를 방출할 수 있다. ... 수컷에게 주어지는 그러한 가능성이 바로 암컷 홀로 새끼를 돌보는 압도적인 경향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다음 남아있는 요소는 자신의 자식 혹은 새끼인지에 대한 확신 문제이다.   


 인간의 여성을 비롯해서 체내 수정을 하는 다른 암컷 동물들은 새끼가 자신의 것인지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수컷의 경우) 암컷의 난자를 수정시킨 것이 자신의 정자인지 다른 수컷의 정자인지 어떻게 확실히 알 수 있을까? 이러한 불가피한 불확실성 앞에서 대부분의 포유류 수컷들이 내린 진화론적 결론은 교미가 끝난 후 되도록 재빨리 내빼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암컷들을 임신시켜 자신의 새끼를 기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 수컷에게는 새끼를 돌보는 것이 진화론적으로 불리한 도박인 셈이다.


 예외 ... 첫째, 체외 수정을 하는 종이다.

 두 번째 종류의 예외는 성역할 역전 일처다부제 ... 몸집이 큰 암컷들이 작은 몸집의 수컷들로 이루어진 하렘을 거느리기 위해 서로 맹렬하게 경쟁한다.


 이때 암컷은 알을 낳을 수 있는 자신의 잠재력을 완전히 이용할 수  있으며 이때 넘어야 할 장애물은 단지 아비 역할을 맡을 수컷을 놓고 경쟁할 다른 암컷들을 물리치는 일뿐이다.


 어떤 종의 성적 습성은 그 종의 다른 생물학적 측면에 따라 형성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부모가 공동으로 양육 책임을 떠맡는 것으로 성의 전쟁이 평화롭게 매듭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 수컷이 양육에 참여하는 포유류나 조류 종 가운데서도 상당히 많은 수컷들이 되도록이면 새끼 돌보는 일을 피해 나가면서도 자신의 새끼들이 어미새의 노력에 의해 살아남도록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다 한다.


 그 외에 수컷 알락딱새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략이 있는데 남성 생물학자들은 이것을 도덕적으로 중립적으로 "혼합 생식 전략"이라는 용어로 부른다. ... 다른 수컷의 배우자인 암컷을 임신시킬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알락딱새의 교미 가운데 29%가 혼외정사이고 알에서 태어나는 새끼들 가운데 24%는 다른 수컷의 새끼, 즉 혼외 정상의 결과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의 아이가 혼자 먹을 것을 찾아 먹고 스스로 보호하게 되는 시점까지 걸리는 시간은 ... 대부분의 다른 동물보다 훨씬 더 길다. ... 남아 있는 문제는 어느 부모가 그 양육 책임을 떠맡느냐, 혹은 양쪽 부모 모두 양육에 참여하느냐 하는 것이다.

 ... 어미와 아비가 태아에게 각각 투자한 정도, 새끼를 양육하느라 잃어버리게 되는 기회, 태아가 자신의 자손인지에 대한 확신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중 첫 번째 요소를 고려해 볼 때 인간의 어미는 아버지에 비해 아이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수정이 이루어지는 시점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제공하는 난자는 아버지가 제공하는 정자보다 훨씬 크다. ... 수정이 이루어진 후에 인간의 어머니는 9개월 동안 태아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그다음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한동안 젖을 먹여야 한다. ...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의 1일 에너지 섭취량은 중등도 이상의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남성의 에너지 소비량을 웃돌고 여자들 가운데에서 비교하자면 마라톤 선수 다음 자리에 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요소는 아이를 돌보느라 놓치게 되는 기회이다. 여성의 경우 임신 기간과 (예전의 수렵/채집 생활양식 아래에서) 수유 기간 동안 어차피 다른 아이를 출산할 수가 없다.  


 평생 한 여성이 가장 아이를 많이 낳은 기록은 69명이다. (19세기 모스크바의 여인으로 그녀는 세 쌍둥이를 많이 낳았다.)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었던 일처다부제를 시행하는 사회인 티베트의 트레바 족의 경우 두 명의 남편과 1명의 남편을 둔 여성의 평균 자녀 수를 비교해 보았을 때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자신의 자녀를 돌보기를 '선택'하는 여성은 그 선택으로 인해 다른 중요한 생식 기회를 잃어버린다고 보기 어렵다.


 일생 동안 얻은 자년 수의 최고 기록을 보유한 사람(남성)은 피에 굶주린 이스마일이라고 불렸던 모로코의 황제로 700명의 아들과 그와 엇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의 딸을 낳았다. 이러한 숫자는 남성이 한 여성과 관계를 맺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돌보는 데 헌신하는 것은 다른 엄청난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남성이 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것이 여성에 비해 유전적으로 덜 보상받도록 만드는 마지막 요소는 아이가 친자식인지에 대한 남성의 편집증적인 의심이다. 체내 수정을 하는 모든 수컷들이 이러한 의심을 보인다.


 결혼식 날 배달된 신부가 처녀인 것이 확인된 후에야 높은 신부값이 치러지는 관행, 정을 통한 남녀 가운데 유부녀일 경우에만 적용되던(남성이 유부남인지는 따지지 않았다.) 전통적인 간통법, 젊은 여성을 거의 집안에 가두어 놓거나 외출 시에는 명목상 보호자인 샤프롱을 붙여 여성을 감시하던 관행, 여성의 성욕을 감소시키기 위해 자행되었던 여성 할례(음핵 절제), 남편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섹스할 수 없도록 대음순을 봉합해 버리던 관행 등이 그 예이다.


 이 세 가지 요소 때문에 남자는 여자에 비해 훨씬 더 쉽게 자신의 배우자와 아이를 저버리게 된다.


 자녀 양육의 유전적 가치가 가진 성별에 따른 차이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혼외정사에 대한 남녀의 서로 다른 태도로 이어진다. ... 전 세계 다양한 사회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우연한 성관계나 짧은 기간 동안만 지속되는 관계를 포함한 성생활의 다양성에 대해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태도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양한 상대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남자의 경우 유전자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여자의 경우 그렇지 않을 테니 말이다. 반면 혼외정사를 갖는 여성의 동기는 대부분 결혼 생활에 대한 실망으로 나타났다.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여성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관계를 새롭게 찾아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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