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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채환 Jan 15. 2024

 [섹스의 진화] 2/3

함께 책 읽기 ⑪ - 제레드 다이아몬드, WHY IS SEX FUN

3. 왜 남자는 젖을 먹이지 않을까?

 비둘기의 경우 수컷과 암컷 모두 새끼들이 먹을 '젖'을 분비한다.  ... 해마 중에는 암컷이 아니라 수컷이 임신을 하기도 한다. 

 

 임신을 수유의 선행 조건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많은 (어쩌면 대부분의) 여성을 비롯한 포유류의 암컷들은 임신하지 않고도 젖을 생산할 수 있다. 


 인간의 경우 수정되고 나서 5주가 되면 배아에 '양성 발달 가능' 성선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성선은 나중에 정소 또는 난소로 발달하게 된다. 이 양다리를 걸친 성선은 Y염색체가 존재하는 경우 수정 후 7주 정도 되었을 때에 고환으로 발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Y염색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성선을 13주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부터 난소로 발달한다.


 그렇게 되면 효소의 결핍은 남성 가성반음양이라는 상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은 어떤 사람이 고환과 함께 여성의 생식기를 함께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소녀'의 몸에는 자궁도, 나팔관도 질의 윗부분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질은 5cm 들어간 곳에서 끝나 버린다.)


 그런데 남성 가성반음양의 경우 제 기능을 하는 남성호르몬 수용체가 완전히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외형적으로 더욱더 여성스러운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일단 젖이 생성되기 시작하면 수유 중 새끼가 젖을 빠는 것에 대한 반사 반응으로 더욱 젖 생산이 촉진된다. 


 호르몬의 남녀 차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정도의 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양성 중 한 성이 특정 호르몬을 더 높은 농도로 가지고 있거나 특정 호르몬에 대한 수용체를 더 많이 가지고 있을 뿐이다. 특히 반드시 임신을 해야만 젖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몇몇 종의 포유류의 경우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순환하는 호르몬으로 인해 갓 태어난 새끼에게서 젖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마녀의 젖이라고 부른다.


 에스트로겐 처치를 받은 남성과 여성 암환자에게 프로락틴을 주입했을 때 젖이 분비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함유된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의 경우에도 젖이 나올 수 있다.


 수유 중이 아닌 여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남성의 경우에도 손으로 젖꼭지를 자극할 경우 프로락틴의 농도가 치솟기 때문이다. 10대 소녀들이 손으로 자신의 젖꼭지를 자극해 젖이 나오는 경우는 그다지 희귀한 일이 아니다.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모유 수유 전문가 집단이 최근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아기를 입양한 어머니들은 노력 여하에 따라서 3~4주 안에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다.


 한편 기아 상태에서 회복되는 남성에게서 유방이 발달하는 일은 흔히 관찰되었고 젖이 나오는 사례도 이따금씩 보고되었다.


 1994년 마침내 야생 동물의 수컷에서 자연적으로 젖이 분비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말레이시아 및 인근의 섬에 사는 디아크과일박쥐가 바로 그 사례의 주인공이다.


 적어도 일부 포유류 종의 경우 수컷 역시 수유에 적합한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학적 잠재력과 호르몬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 모든 사실로부터 우리는 남성이 아이에게 젖을 주도록 진화하는 것이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진화는 분명히 수컷이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그와 같은 생리학적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이러한 종의 동물들이 수컷의 양육을 필요로 한다고 하더라도 수유를 아비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형태의 양육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 새끼 곁에 앉아서 젖을 물리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고 몰래 칩입하는 적을 물리치는 ... 고기를 물어와 어미 늑대에게 먹여 고기를 젖으로 변화시키는 ... 침입하지 않도록 내쫓는 것이다. 


 어떤 새 암컷도 포유류의 암컷이 체내 수정된 배아에 투자한 것보다 많은 투자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발달 중에 있는 어린 새는 매우 이른 시기에 어미의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류의 암컷은 포유류의 암컷과 달리 아비 새가 다른 암컷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든 말든 혼자서 새끼 양육을 떠맡으려 들지 않는다. 

 

 임신 기간은 짧은 경우 밴디쿠트(호주 서식 유대류) 12일 정도에서 긴 경우 코끼리의 22달에 이른다. 


 포유류의 큰 세 줄기인 단공류, 유대류, 태반류


 젖먹이 쌍둥이를 둔 엄마의 1일 필요 열량은 신병 훈련소에 입소한 군인의 필요 열량에 맞먹는다. ... 태아의 유전자 검사 역시 점점 보편화되어 아이 아버지는 임신한 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지 100%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앞서 체외 수정을 하는 동물의 경우 수컷이 새끼 양육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체내 수정을 할 경우 수컷이 투자하는 몫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앞으로 더 많은 수의 아이들이 물고기나 개구리처럼 체외 수정을 통해 태어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특성들은 인간이라는 종을 수컷 수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로 만들어 준다. ... 수동으로 젖꼭지에 자극을 가하는 방법과 호르몬 주입 방법이 결합되어 인간의 아버지는 유전자상의 변화를 기다릴 것도 없이 젖을 생산해 내게 될 수도 있다. 


 남자들은 전통적으로 수유가 여자가 할 일이라고 간주해왔다. 따라서 최초로 자식에게 젖을 먹일 남자는 다른 남자들로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조롱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다른 동물들과 가장 크게 구분되는 특성은 진화에 거역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 그렇다면 남성의 수유 역시 진화에 거스르는 인위 선택의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4. 사랑해서는 안될 때

 실제로 배란 여부를 거의 알 수 없는 우리 인간이야말로 동물 세계에서 소수자에 속한다. 


 여성들은 체온이나 점액을 관찰함으로써 배란 여부를 감지할 수 있다고 배운다. 


 우리 인간은 시도 때도 없이 계속해서 섹스를 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이상한 동물이다. 이러한 행동은 배란 현상이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이 장에서 우리는 인간의 성적 습성의 중심이 되는 기묘한 생식 행동의 삼위일체, 즉 배란 여부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여성이 거의 항상 섹스를 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는 점섹스가 쾌락의 원천이라는 점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왜 대부분의 동물들이 암컷이 임신할 수 있는 시기에만 교미를 즐거운 것으로 여기는 것일까? ... 교미가 나름대로 어떤 효용이 있을 때 교미를 즐기도록 진화해 왔다. 자연선택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가장 널리 퍼뜨리는 개체를 선호한다. 


 동물들에게 있어서 섹스는 상당한 정도의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시키고 한편으로 상해를 입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수반하는 활동이다. 


 과학자들의 추론은 대개 인간의 또 다른 예외적 특성, 즉 인간의 아기는 무기력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년에 걸쳐 상당한 정도의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우리의 아이들은 젖을 떼고 나서도 적어도 10년 정도는 먹을 것을 가져다주어야 하며 그 일은 부모 중 어느 한쪽이 떠맡기보다는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해 내는 쪽이 더 쉬울 것이다. 


 여자는 남자를 잡아두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 배란 후에도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머무는 것이다! ... 쾌락의 원천으로서의 섹스는 이처럼 남성과 여성이 무기력한 상태의 아이를 함께 기르도록 그 둘 사이를 하나로 묶어 주는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추론은 과거 인류학자들 사이에 받아들여졌던 이론으로 상당한 근거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컷이 섹스라는 뇌물 없이도 자신의 짝과 새끼들 곁에 머무는 수많은 종의 포유류가 존배한다. 


 인간의 부부와 금욕 생활을 하는 다른 동물 종의 암수 짝 사이에는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 긴팔원숭이나 대부분의 명금, 고릴라 등의 동물은 개체들이 한데 모여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 흩어져서 살아간다. ... 이러한 생활 방식의 경우에서 자신의 배우자 이외의 다른 이성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 자체가 매우 낮다. 


 인간의 성적 딜레마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수년에 걸쳐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를 돌봐야 하지만 한편으로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주위에 있는, 생식 능력을 갖춘 다른 성인들로부터 끊임없는 유혹을 받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인간 여성의 배란이 감추어지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자 하는 수많은 가설들 가운데 대략 두 가지 가설이 혼탁한 경쟁을 뚫고서 가장 그럴듯한 가설로 우뚝 서 있다.

*'아빠를 집에(daddy-at-home)' 이론에 따르면 배란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지게 된 것은 일부일처제를 공고히 하고 남자들로 하여금 가정에 머무르도록 함으로써 남자가 자신의 아내가 낳은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러 아빠(many-fathers)' 이론에 따르면 배란이 감추어진 것은 여성으로 하여금 더 많은 남자와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그 결과 남자들이 여자가 낳은 아이가 낳은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정확히 알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알렉산더 누넌의 관점에 따르면 여성의 배란이 감추어지게 되고 여성이 항상 성교에 응할 수 있게 된 것은 일부일처제, 남성의 양육, 남성의 친자확인에 대한 확신을 부추기기 위하여 진화한 것이다. 


 유아살해를 자행하는 수컷은 엄청난 유전적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 그가 아기 혹은 새끼를 살해함으로써 그 어미의 수유를 중단시키고 그럼으로써 어미의 생식 주기를 재개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동물 유아 살해에서 침입자 수컷은 새끼를 잃은 암컷을 곧 임신시켜 그 암컷으로 하여금 자식 살해자의 유전자를 지닌 새끼를 낳도록 한다.


 만일 암컷이 발정기를 드러내지 않고 언제든 교미할 수  있다면 ... 많은 수컷과 교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럴 경우 어떤 수컷도 그 암컷이 낳은 새끼가 자신의 새끼라고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그 대신 많은 수컷들이 어쩌면 자신이 그 암컷을 임신시킨 주인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만일 그 수컷 중 한 마리가 언젠가 암컷의 배우자인 우두머리 수컷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그때 이 수컷은 암컷이 낳은 새끼를 죽이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 새끼가 바로 자신의 새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새끼를 보호해 주고 그밖에 다른 형태의 보살핌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암컷의 배란이 감추어질 경우 무리 안 수컷들 간의 다툼 역시 줄어들게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하디에 따르면 암컷의 배란이 감추어지게 된 것은 새끼에 대한 성숙한 수컷의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한 진화적 적응이라는 것이다. 


 두 이론 모두 여성이 남성에게 배란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왜 인간의 배란은 여성 자신도 눈치재지 못하도록 진화한 것일까?


 여성이 자신이 현재 생식적으로 불활성화된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서 거짓으로 성교에 응하면서 상대인 남자를 완벽하게 속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비록 동물계 전체로 볼 때 배란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지만 인간이 속한 집단이 고등 영장류(원숭이와 유인원)의 경우 배란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는 비교적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 배란이 감추어져 있는 종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으되, 배란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종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특성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다.


 스웨덴 생물학자 비르아타 실렌툴베리와 안데르스 묄레르의 분석


1단계 : 눈에 띄는 배란의 특성

 이러한 분석의 첫 단계 결과 연구 대상이 되었던 영장류의 절반 정도(68종 가운데 32종)는 배란을 알리는 눈에 띄는 신호가 없다. ... 우리와 가까운 고릴라를 포함한 18종은 약간의 신호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남은 18종은 눈에 잘 띄는 방식으로 배란을 선전하는데 여기에는 비비와 우리와 가까운 친족 침팬지가 포함된다.


2단계 : 짝짓기 시스템

 11종은 1부1처제 ... 23종은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 ... 가장 많은 수의 영장류 종은 문란한 방식, 즉 암컷들이 일상적으로 다수의 수컷과 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났다.


3단계
 연구 대상 가운데 일부일처제를 따르는 영장류 종 가운데 압도적 다수(11종 중 10종)가 배란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특징을 보였다.


 일부일처제를 따르는 종의 경우 대부분 배란 상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란 상태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 일부일처제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배란 상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32종의 영장류 가운데 22종은 일부일처제를 따르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배란 사실을 요란하게 광고해 대는 종의 대부분이 문란한 짝짓기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문란하다고 해서 모두 배란을 겉으로 눈에 띄게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 이러한 복잡성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배란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현상은 특정 짝짓기 시스템에 따라 각기 다른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4단계

 인간과 침팬지와 고릴라가 유전적으로 98% 동일하며 같은 조상, 이른바 '잃어버린 고리'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사람의 경우 배란 여부가 완전히 감추어졌고, 고릴라의 경우 약간 눈에 띄는 정도의 신호를 보내며, 침팬지의 경우 민망할 정도로 드러내고 광고를 한다. 


 난교나 하렘의 짝짓기 방식을 따르는 종에서 먼저 배란이 감추어졌고, 그 다음 배란이 이미 드러나지 않게 된 상태에서 이 종은 일부일처제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일단 여자들이 그러한 목적을 위해 배란을 감추도록 진화되고 나서는 더 나은 조건의 남자를 유혹하고, 그를 자신 곁에 머물도록 붙잡아 두고, 그로 하여금 자신과 아기를 보호하고, 아기를 키우는 것을 돕도록 만드는 데 그 특징을 이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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