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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Oct 08. 2024

헉~ 충격 사건!

도촬......잘못된 선택.

"샘!샘!  3문 여자 화장실요.~빨리요~~!!"

"3문?? 몇 층? 몇 층인데?"

"아아,  5층이요.~!!"

"알았어요!"

사건이 터진 건데 이때는 속도가 생명이다. 나는 3층 선도실에서 5층 여자 화장실까지 계단을 두 칸씩 지르며 정말 두 다리가 찢어질 듯  달려갔다. 5층 여자 화장실 안에는 학생과  후배 여교사가 첫 번째 칸 화장실 문을  온 힘을 다해 밀며 버티고  있었다.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지 얼굴이 시뻘게진 게 육안으로도 보였다.

"뭐야?? 안에 누가 있어요?"

 "도촬요 도촬. 도촬 하는 거 잡았어요."

"도촬??" 

아니 백주 대낮에 이게 학교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산너머 산이라더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내 눈앞에 일어나 있다.

나는 두 사람을 물러나도록 하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백지장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린  한 남학생이 벽에 기대어 서서는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에휴......, 어떡하다가......, 일단, 휴대폰 .!" 하니 순순히 건네준다. 

"나와! 할 말 있으면 선도실 가서 하고......, "

안에 있던 남학생이 밖으로 나오는데 참 몸도 왜소한 게  복도를 지나다 스쳤다면 그냥 범생이구나라고 여길 만한 단정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뒤따라 와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던 남자 후배에게 남학생을 넘겼다.


 "그래 어떻게 된 일이에요?" 후배 교사에게 묻자 "그게요 애가 혼자 화장실을 갔는데 볼 일 보는 중에  아까 그 남학생이  칸에 들어왔대요. 화장실 칸막이 아래 틈이 있잖아요. 거기로 핸드폰을 밀어 넣으면서 몰래 촬영을 하려고 했나 보더라고요. 애가 많이 놀랐을 텐데 그래도 침착하게 저한테 문자를 해서 같이 잡은 거예요."


오늘은  겨울 방학을 일주일 남겨두고 어수선한데 한파까지 와서 단축 수업을 했다. 1시 30분에 전교 학생들이 모두 귀가한 탓에 5층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상황이었다. 피해 여학생은 친구 두 명과 함께 대회에 출품할 작품을 마무리하기 위해 5층 실습실에서 마지막  지도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 피해 여학생이 볼 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곧이어 인기척이 나더니 옆 칸 화장실에 누군가 들어오는 리가 났다고 한다. 텅 빈 학교에서 누구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무서운 느낌이 들어 소리가 났던 방향을 쳐다보는데  화장실 칸막이 아래쪽 틈으로 휴대폰이 조금씩 넘어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볼 일을 멈추고  황급히 뛰쳐나와서 바깥쪽으로  당겨서 열게 되어 있는 화장실 문을 열 수 없도록 몸으로 밀면서 선생님한테 문자를 했다. 손이 달달 떨릴 정도로 무서웠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대처를 했고 다행히 교사가 곧바로 달려와  합세하여 남학생을 가두었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다른  친구가 선도실에 신고를 하면서  현장에서 범인을 붙잡게 된 것이다.

"말로 들으니 그렇지 실제로는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 다친 데는 없어?"

"네. 그냥 본능적으로 그렇게 한 것 같아요.".

" 그래, 이만하길 다행이지. 많이 놀랐겠다. 이젠 괜찮아?"

"네."

"그래, 정말 다행이다. 가능한 상황이면 여기 진술서에 사건 내용을 써 주면 좋겠는데 괜찮겠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며 진술서를 작성했다.


가해 학생이 왜소하고 얌전한 아이였으니 망정이지 행여 덩치라도 크고 폭력적이었다면 더 큰 일도 벌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라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위기의 순간에도 담대하게 행동한 여학생의 용기와 기지를 우리는 칭찬해 주었다. 조사를 받은 남학생이 작성한 진술서에는 모든 것을 인정하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입시도 끝나고 마음이 풀어져서 순간 잘못된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가 된 진술서였다.


참 글을 보나 표정을 보나 순둥순둥한 게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아이인데 도촬이라니? 

이 건은 성범죄라 일이 아주 심각하다.

"누구야? 첨 보는 얼굴인데."

"3학년 14반이래요. 어떡할 거예요. 대학도 붙었대요."

"에고, 안 됐네. 알만하게 생겼던데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심지어 벌점도 없어요. 출석도 좋고 개근이에요........, "

"착실한 애니까 우리가 모르고 있었겠지".

범행을 저지른 남학생은 3학년 14반 김 준성(가명)이었는데 이 아이는 평소 정말 성실하고 과묵하며 컴퓨터 실력도 뛰어나서 담당 선생님들과 관계도 좋고 담임도 아끼는 아이라고 한다. 담임교사는 사건의 전모를 듣고는 충격을 받았지만 예상되는 준성이의 결말에 낙담하며 무척 안타까워했다.

 보기와는 다르게 중학교 때도 도촬로 인한 문제가 있었는데 그때는 초범에 피해자 부모들과의 얘기가 잘 이루어져서  조용히 넘어갔다고 한다.

이런 일로 문제가 된 것이 벌써 두 번째라면 그동안 우리가 알 수 없는 도촬이 수없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제 졸업식만 남았는데 이게 발목을 붙잡네요. 그건 스스로 제가 안되나 보죠?'

 담임은 여러 번 한숨을 쉬며 아깝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이의 아버지가 내교를 하여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고 피해자 측의 요구대로  곧바로 학교를 자퇴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12년 동안 학교 생활에서  맺은 결실은 그렇게 맥없이 툭 떨어져 나가 버렸다.


아주 옛날^^

 내가 고등학교 때 일인데 그때는 독서실이 24시간 개방이라 시험이 다가오면 거기서 밤을 새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시험 불안도가 높았던 나는  독서실에서 밤을 새우는 일이 잦았다. 공부는 안 해도 잠을 덜 자면 왠지 최선을 다한 것 같은 자기 위안이 됐기 때문이다. 어느 날 새벽,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문 위에서 휘리릭~~ 종이 한 장이 날아와서  내 앞에 툭 떨어졌다. 무심코 들춰보니 음란 잡지의  한 페이지였다. 나는 너무 놀라고 충격을 받았지만 그 당시는 그런 사진을 봤다는 사실 자체가 말 못 할 일로  여겨지던 때라  나는 쫓기듯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고,  아깝지만 10일이나 남은   권을 쿨하게 포기했다. 내가 잡지 주인도 아니고 소문을 낼 만한 친구가 있었던 상황도 아닌데 괜시리 죄의식이 생기고 내 머릿속이 더럽혀진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그 뒤의 소소한 일은 기억도 안 나지만 그때  보았던 잡지의 사진이랑 역겹던 마음은 아직도 생생한 충격으로 남아 있다.  속마음을 자주 드러내는 솔직한 성격이지만  그때 그 일은 어떤 친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다. 휴대폰을 검사해 보니 사진을 찍지는 못한 것 같은데 그래도 피해 여학생은 나처럼 두고두고 나쁜 기억을 간직하면 살게 될 것 같다.


정말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이 아이는 인생의 방향이 꺾여버렸다. 아직도 화장실 벽에 기대어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그 아이의 눈빛과 표정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 아이와 같은 행동은 10대들의 뇌구조와 관련이 다고 들은 적이 있다. 특히 전전두엽과 관련이 많은데 전두엽 중에서도 가장 앞쪽에 위치한 전전두엽은 성인 초기가 되어야 성숙해진다10대에는 이 전전두엽이 미성숙한데 도파민이 성인보다 많이 분비되면서 다양한 자극에 취약하고 쾌락을 유발하는 자극에 더 활성화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단다.

도파민은 즐거울 때 나오는 긍정적인 물질이라고만 알고 있지만  좋지 않은 자극에도 도파민은 방출되어서 이러한 쾌락을 느껴 본 사람은 그 후 적절한 통제와  엄격한 도가 이루 지지 않으면 점점 쾌락에 빠져들며 중독되는 것이다. 김준성의 경우도 6학년 때 부모가 이혼을 한 후 케어가 되지 않으면서 게임 속 세상에서  쾌감을 느끼며 삶의 위로를 받게 된 것 같다. 이런 과정 중에서 욕망에 대한 잘못된 해결 방법을 찾게 되고 그것이 이 아이를 성범죄자로 만든 게 아닌가 생각된다. 중학교 사건 때 좀 더 적극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지도했다면 오늘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참 속상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얘들아, 우리는 교육을 받은 사람이야. 교육은 너희들 각자가 지닌 이성을 단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교육을 받은 사람은 상식적인 판단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이성으로 다스릴 수 있는 통제 능력을 가져야 한단다 옛날에 이런 광고가 있었다. 금성전자라는 회사 광고인데  '순간의 선택이  10 년을 좌우합니다.'는 카피가 유명했던 적이 있었어. 인생을 살다 보면  순간적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언제나 이성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거야. 자신의 욕구와 감정에만 의존한다면 이 세상은 매우 무질서하고  엄청나게 끔찍해질 거야.  어떤 마인드로 학교에 다니고 어떤 자세로 배움에 가치를 부여하고 살 것인지.... 네가 지금 결정하는 그 순간순간 선택은 10년이 아니라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 명심하도록 해라"

이런 일이 학교에서 일어나 버린  것에 대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을 담아 종례 때 또 쓸데없는 일장 훈시를 늘어놓았다.


ps: 선도실 사건 파일에 소개되는 에피소드는 실제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허구가 가미된 내용임을 알립니다.~^^

















      

루이교사


      32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인생 제 2막을 시작하는 루이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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