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1~3권>
한 권당 최소 500여 페이지의 분량, 총 3권... 방대한 분량이다. 그러나 살면서, 이 책 제목을 듣지 않고 살아 온 이는 없었으리라. 나 역시도 수도 없이 들어는 봤지만, 일단 3권의 책이라는 방대한 양에 대한 거부감이 먼저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하기에, 아마도 '읽어볼까?'하며 우물쭈물이라도 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혹자는 영화로라도 접했을 테지만, '한 여자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이겠거니...' 지레짐작하며 내 생각의 테두리 한 구석에서만 자리하고 있던 책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동요를 불러일으켜 준 <바다>님이 있었고, 마치 내가 읽어봐야 할 때인 것처럼 다가왔고, 이렇게 첫번째 권을 마치고 간략하게나마 소감을 남기고자 한다.
철학적 삶의 고찰, 생각하게 하는 명언, 나의 탐구 등의 이런 느낌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내면의 생각, 행동, 벌어지는 사건 등의 이야기가 영화의 장면을 보고 지나가듯 재미를 주는 시간이었다. 마치 영화의 scene이 각각 펼쳐지며 보이는 느낌, 그래서 중간에 책을 덮게 되면, 마치 인기있는 드라마가 끝나서 그 다음주를 기다려야 하는 그 안타까움에 분해하는 느낌의 연속이라, 불과 한 주도 지나지 않고 첫번째 책을 마치게 되었다. 등장인물간의 사랑, 가족, 출세의 이야기, ~~인 척 하는 위선 등의 이야기로 담긴 각 페이지를 넘기는 맛이,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고 즐기면서 끝에가서는 남아있는 쵸콜릿을 먹고, 그 다음을 또 자극하는 단맛의 이어짐이라고 할까...그런 맛이다.
키티에게 청혼하는 레빈, 그리고 그 청혼을 거절한 키티, 그런 키티는 브론스키와의 결혼을 마음에 두고 있다. 키티가 브론스키를 결혼의 상대로 내정하게 된 배경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인 엄마의 입김(?)이 있었고... 그런 브론스키는 새로 등장하는 유부녀 안나에게 첫 눈에 반하고, 결국 브론스키에게는 안나만이 오직 그의 사랑의 대상이며 이상일 뿐이다. 결국, 그 둘의 관계는 사랑의 관계가 된다. 한편, 키티는 상사병으로 외국으로 요양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친구 바렌카를 만나게 되었으며, 키티의 병은 완쾌되어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가며 제 1권은 이야기를 마친다. 간단하게 이야기의 흐름을 나열했지만, 이 안에 담긴 각 사건,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생각들의 흥미진진함은 직접 책에서 경험해 보길 바랄 뿐이다.
이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톨스토이가 남겨놓은 재미와 긴장감에 대한 기대를 안고, 조만간 2권을 열어볼 참이다. 아마 그 때는 내일일지도...모.르.지...
이 소설을 읽어가면서, 각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생각을 담아내는, 깊이있고 사실적이며 생동감있게 묘사하는 작가 톨스토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두운 밤, 희미한 빛에 의지하며, 그의 현란한 펜의 춤사위를 그려보게 된다. 어떻게 한 작가로부터 이렇게 다양한 인물의 속성들이 마치 실제 인간들의 모습인양, 그 속내를 나타낼 수 있을까? 마치,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인간의 모습처럼 말이다. 뿐만 아니라, 각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에 있어서의 정치, 역사, 종교 등의 삶의 다방면에 걸쳐져 있는 방대한 지식이 작품속에 사실적인 묘사로 녹아져 있는 것을 보면, Fiction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실제 이야기들을 읽고, 보는 느낌이다. 새삼, 톨스토이가 이 작품을 얼마동안 썼을지가 궁금해져 검색해보니, 4년의 기간을 거쳐 탄생한 작품임을 알게 되었고, 그 기간동안 그의 모든 삶의 발자취를 간접적으로나마 생각해 보게 된다.
이제 마지막 권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2권의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키티의 병 회복 후 모스크바로 돌아오며 1권이 끝난 것에 이어서, 그녀와 레빈과의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남이 이루어져 결국엔 결혼까지 하게된다. 나이 많은 카레닌에게 젊은 시절 결혼하게 된 안나, 남편의 사회적 지위의 상승과 더불어 그녀에게서의 삶은 '사랑'이 없는, 아마도 격식 또는 허식의 삶이었지 않았을까? 최소한 안나에게서의 남편 카레닌은 위선적이며, 미움의 대상이었고, 그녀의 생활은 밧줄로 묶여 있던 삶이었다. 이 때, 그녀에게도 브론스키라는 사랑의 대상이 나타났었던 것이며, 브론스키 또한 안나가 자신의 유일한 사랑이었음을 믿고 있었으니, 그 둘의 관계로부터 아기를 갖게 되고, 각자의 자리를 벗어나 둘만의 사랑을 위하여 외국으로 나가게 된다. 브론스키는 자신의 직업적 career를 포기, 안나는 이혼도 하지 않은 채, 어린 아들을 남편에게 남긴 채.... 이탈리아에서 안나와 브론스키 둘의 시간을 보내고, 브론스키의 영지(시골)로 가기 위한 정리작업을 하기 위해 다시 모스크바로 오게되고... 안나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들을 찾아가 보고, 그런 모습을 남편인 카레닌이 보게 되고, 또한 러시아의 사교계를 일부러 참석하여 타인들로부터 경멸과 멸시를 받게 된 안나, 또한 다시는 사교계에 어울릴 수 없다는 확신을 한 브론스키와 같이 그 둘은 시골로 떠나며 2권을 마친다.
나는 2권의 5부를 읽는 동안, 예전에 읽었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작품이 머리속에 스치기도 하였다. 사진작가였던 로버트 킨케이드와 시골 가정의 주부였던 프란체스카와의 만남, 사랑 그리고 헤어짐... 그 이별은 죽기까지 가져가는 애틋한 그리움을 갖게 했던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시 본 작품으로 돌아와, 안나는 굳이 '어린아들을 남기면서까지 내연남과 외국으로 나가야 했을까?', '자기가 보고 싶다고, 남겨졌던 어린 아들에게 찾아가 보는 것이 바른 엄마로서의 행동이었을까?', '사교계에 나가면 손가락질 받을 껄 알면서 굳이 왜 나가려 했을까?' 등등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3권에서는 어떻게 이 대장정의 이야기가 결론지어질 지 기대하며 2권에 대한 리뷰를 마친다.
안나 카레니나 3권,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문장, '나(레빈)는 삶에 그것(선 善)을 불어넣을 힘이 있다!'에 나의 형광펜이 칠해진다. 그리고는 나는 안나가 기차에 몸을 던져 자신의 삶을 마감한 장면을 떠올린다. 키티-레빈 커플과 안나-브론스키 커플의 대조되는 결말을 되새김질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동안 로맨스나 여인의 삶에 대한 스토리에 관심이 없던 내가 '톨스토이'라는 남성작가가 표현한 섬세한 여성들의 생각, 느낌 그리고 사랑 등에 대한 이야기를 경험한 3주간(1권~3권)의 여정이었다. 내가 즐겨 읽었던 '삶'에 대한 주제라던가, 깊이 생각해 볼 만한 것에 대한 물음에 대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등장인물의 속내를 이리도 섬세하고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작가의 인간관찰에 대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3권의 대략적인 내용으로는, 키티와 레빈의 결혼생활, 레빈이 느꼈던 아내를 대하는 다른 이들에 대한 질투와 같은 불편했던 감정, 그러나 결국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키티-레빈, 그리고 그들의 아기 출산에 이어, 레빈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대할지를 마지막 문장에 남긴다. 반면, 겉으로 나타나는 행복한 안나-브론스키의 관계, 그러나 '사랑'의 형태가 '집착'이 되고, '의심'이 되고, '불신'이 되는 안나의 내적 변화, 결국엔 브론스키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이 자신의 죽음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짓게 된다. 그녀의 불안과 불신은 브론스키를 처음 보게 되었던 기차역, 그때 자살한 어느 여성과 같이, 어느 기차역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죽음을 선택하였다. 계획적인 자살이라기 보다는 충동적인 자살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안나의 죽음으로 소설을 끝내지는 않는다. 그 이후, 레빈이 갖고 있던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 있는가? 그리고 왜 내가 여기있는가?'와 같은 삶에 대한 탐구에 열정적인 레빈을 묘사하는 데에 많은 양을 할애한다. 결국, 철학, 종교의 관점을 touch하다가, 마침내는 선한 삶을 살아가야 겠다는 레빈의 의지를 남기며 3권의 대장정을 마친다. 이 마지막 부분을 작가 '톨스토이'가 남기면서, 여전히 '삶'에 대한 고찰이 인간이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과제임을 알려 주고자 한 건 아닌가 싶다.
책을 읽고 난 후, 이미 익히 들어 유명한 영화를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시기에, 다양한 감독에 의해, 드라마 시리즈로 혹은 영화로도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드라마를 보자니, 너무 많은 분량이기는 하고, 결국은 Youtube에 누군가 공개해 놓은 영화편(https://youtu.be/acFldAIYz-M?si=g-6JJ5miVytNCCzo&t=1)을 찜해 놓고, 영상에서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기대를 안고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