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울만 <동급생>을 읽고...
한스와 콘라딘의 나이 16살, 그들의 우애! 나의 그 때를 돌아보니 풋풋했던 고1 때다. 막 교복 자율화가 시작되던 때, 마침 우리 학교에서는 두발 자유화도 있었다. 한 반에 60여명, 키가 큰 놈들이 맨 뒷 줄에 앉았고, 내 기억에도 가장 컸던 녀석이 61번이었던가 그랬다. 원래는 다른 학교로 배정받았어야 했던 나는, 마침 길 건너 옆동네로 이사하게 되었고, 그렇게 생긴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고등학교에 가도록 정해졌다. 중학교때 같이 놀던 놈들은 이제 내 주위엔 없다. 모르는 녀석들 천지였고, 타 지역에 있다가 온 나같은 놈들도 더러 있었던 것 같다. 동병상련인가? 어렵지 않게 그런 녀석들이 눈에 띄었다. 지금의 동창 녀석들을 어떻게 처음 만났지? 잠시 웃음기가 머물다 지나간 얼굴 위에 남는 생각... '그래, 그땐 아무것도 따지지 않았다.' 마치, 한스가 다니던 학교나 Class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테다. 그 때, 나는 콘라딘 같은 녀석은 만나지 못했으니, 아마도 그 정도라면 이미 강남의 학교든 사립학교든 어딘가로 보내어졌을 것이다.
살다 보니, 지금은 미국에서 이민자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한스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나의 핏줄이 이어져 갈 이 땅의 다음 세대 혹은 다음다음 세대의 모습으로 오버-랩이 되어 그려진다. 그렇게 우리는 얼굴색은 동양인이지만 미국인으로 살고 있다. 마치 한스의 부모처럼... 그러기에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들은 독일인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
나치가 창궐되기 전의 독일의 평화로왔던 모습을 잠시 본다. 유대인이나 게르만족이라는 인종에 대해 구분하기 전의 모습을 본다. 그러던 나치는 서서히 그 세력을 응집하며 확장해 간다. 한 때의 정치적 여론몰이겠거니 치부했던 작은 여울은 한스 부모의 죽음, 역사에 기록된 대학살, 홀로코스트의 참혹한 토네이도가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미국은 어떨까?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속으로의 차별은 갖고 있을 지라도, 겉으로 대 놓고 드러내지는 못했던 White People을 보았더랬다. 그러나 이미 서류가 준비되지 않은 이민자는 불법(illegal)이민자가 된 미국이다. 일단 불법이민자라 하면, 성폭행범, 마약범, 살인자로 낙인찍어도 하소연하기 힘든 나라가 되었다. 콜럼비아 대학 졸업생의 팔레스타인 지지 데모로 영주권을 취소하려는 미국이 되었다. 그 데모를 이유로 학생(한인학생도 포함)들이 체포되기도 한다. 오늘은 이스라엘의 Gaza지구 폭격으로 400여명이 죽었다고 한다. - 이렇게 죽은 팔레이스타인들이 곧 히틀러에게 죽임당한 유대인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 게다가,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얘기한다. 200여명 이상의 베네수엘라 갱(Gang) 멤버들을 엘살바도르 감옥으로 보내는 데에 법원의 order가 소용도 없던 미국의 소식을 오늘 읽는다. 이미 관세전쟁으로 미국의 최우선 우방국도 적국이 되게한 지 꽤 시간이 지나기도 했다. <동급생>에 나온 유대인의 모습을 보니, 미국에 사는 이민자의 모습이 떠올라 나의 푸념이 꽤 길어진 것 같다.
아주 미약한 정치적 선동이 사회의 흐름을 조장하고, 그것이 국가적 차원의 파도가 되었을 때, 우리가 갖고 있던 인간적 고리(우애, 가족, 개인 삶 등)를 끊어내는 칼날이 되었다. 그 파도는 젊은 한스의 세대들을 전쟁으로 몰아 죽음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폰 호엔펠스, 콘라딘. 히틀러 암살 음모에 연루, 처형>이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우리로 하여금 각자의 결론으로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며 <동급생>은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