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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by 하늘

<조지 오웰 산문선>을 읽으면서 조지 오웰이 대표적으로 손꼽았던 영국인 작가, 오스틴 와일드, 그가 다가왔다. 뒤 이어 읽었던 <동급생>에서는 한스와 콘라딘의 우정을 쌓아가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장면을 보여줬다. 그의 작품이 한발 더 다가왔다. 참 희한하기도 하지... 두 권의 책을 연이어 읽어가던 중, 만나게 된 작품, 마치, 소소한 우연이 운명의 필연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지나치고 싶지 않은 인연이 닿았다고나 할까? 그렇게 이 작품은 나의 손에 들어왔다.




눈을 감아 보자. 나의 손가락에 어느새 붓이 쥐어졌고, 비어있는 커다란 화폭에 손가는 데로 마음껏 붓칠을 해보자. 나의 영혼을 그려보자. 무슨 색깔을 선택할 것이고, 무슨 모양일 것이고, 그건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펴면서, 그 안에 슬픔이, 고독이, 기쁨이, 행복이, 쾌락이, 욕망이 섞여 있는가? 웃고 있는가? 아파하고 있는가? 울고 있는가? 혹시 살아왔던 욕망의 흔적들이 한 귀퉁이 주름진 부분을 차지한 곳은 없는가?




다시, 도리언 그레이에게 돌아가 보자. 그는 지금 젊음의 절정기를 담아 낸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있다. 존재 자체가 예술인 청년의 모습을 보고, 시간이 갈수록 잃게 될 젊음(Youth)의 모습이 두려워진다. 주름진 피부, 생기없는 머리털, 탁해진 피부색 등은 피하고 싶은 추악함이고 죄가 된다. 그 찰나, 도리언은 기도한다. 욕망과 죄는 초상화에게로, 젊음의 청순함과 아름다움은 자신의 육체에 머물러 있기를... 마치,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파는 거래를 하는 장면처럼 말이다. 그렇게 욕망의 불씨가 던져졌다. 고요한 물 위에 있던 기름에 불이 붙듯, 욕망의 화염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갖고 있는 욕망을 채우던 그 끝은 어떨지... 이미 우리는 경험치로 짐작한다. 어렸을 때부터 접했던 동화나 우화에서도, 영화나 책에서도, 심지어 역사, 종교나 삶에서도 그 결말은 흉칙한 모습으로 결론을 맺는 법칙(?)을 보고 있다. 그렇다, 예측되는 결과이겠지만, 타오르는 그의 욕망을 따라가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끝나게 되는지 오스틴 와일드의 안내를 따라가 본다. 1800년대, 그 당시의 영국 사교문화도 엿보며, 그들이 즐기던 클래식, 연극, 그리고 입담들을 곱씹어가며... 끝의 결말에 대해서는 앞으로 읽어 볼 독자들을 위하여 빈 공간으로 남겨놓고 싶다.




아일랜드의 시인인 작가의 유일한 장편소설을 이번에 접하게 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강 작가의 시적으로 표현된 문장들과는 어떻게 다를지도 보고 싶었다. 문장의 느낌은 한강 작가의 그것과 달랐지만, 작가의 글을 읽고 있다보면, 시인 특유의 활개치는 상상력 또는 깊은 사색의 결과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럴까?'하며 읽은 문장이 생각해보면 '그렇구나!'로 바뀌는 경구가 유난히도 많았던 것 같다. 그 당시, 사교문화에 탁월했던 시인 오스틴 와일드의 유명세를 조금이나마 경험해 본 듯하기도 하다. 또한, 작품해설 부분에서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인 '도리언 그레이'는 오스틴 와일드가 되고 싶어하는 존재를, '헨리 경'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화가 '바질'은 자기의 실제 모습을 투영했다는 것을 읽으며, 'Ah~ moment'를 갖기도 했다.




그렇다고 욕망이란 것을 없애야 하는가? 욕망의 싹이 자라나기라도 하면, 산 속의 어느 수도승과 같이 그것을 없애야만 하는가? 그러나 현실은 돈과 권력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 자기 우선주위가 팽배한 무한경쟁사회, 거짓을 참으로 둔갑시키는 이 땅에서,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소망에 매진하며 살고 있다. 그럼 어디까지가 소망이라 하고, 어디부터가 잘못된 욕망이라 할까? 자기 자신은 알고 있지 않을까? '양심'이라는 것이 자기 안에 있으면 말이다. 첫 울음을 울리며 세상에 왔던 우리는 같은 '양심'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조금 세상을 살다보니 모두 다른 모양의 '양심'을 만든 것일까? 나와 당신의 결말은 도리언 그레이의 결말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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