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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의 수상록

몽테뉴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고...

by 하늘

몽테뉴 자신이 살며 채득했던 삶의 지혜 혹은 배움 등의 모든 사소한 것들을 자기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서 기록한 것이라 말한다. 독자들을 위해 또는 명성을 얻기 위한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이 책에 마음이 한층 더 쏠린다. 에릭 호퍼의 <길 위의 철학자>에서 잠시 소개한 바로는, 그가 가장 지루할 것 같은 한 권의 중고책을 골라서 혼자만의 시간에 읽었다던 책이기도 했다. 그 때의 간접경험이 있어서 그랬는지, 욕심부려 처음부터 두꺼운 책을 접하다가 중간에 버거워하고 싶지는 않았다. ebook으로 읽어야 하는 나의 조건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쉽고, 편하게, 흥미를 잃지 않을 그런 책으로 고르기를 원했다. 결국, 200여 페이지의 비교적 얇은 메이트북스에서 출판한 책이 내 손에 쥐어졌다.




1580년 3월 1일 날짜와 함께 몽테뉴는 우리에게 짧은 편지글을 책머리에 남겨놓았다.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것은 책 속으로 들어가는 희열의 찬가를 불러주는 듯 했다. 이미 1533년에 태어나자마자 귀족신분, 영주의 후손으로서의 보장된 경제적 자유, 성장하면서 받게 되었을 고등교육 등은 이미 일반인이 갖지 못할 그 이상의 세상을 누릴 수 있었다. 그 당시의 유럽 여행은 물론이며, 자유롭게 펼칠 수 있던 철학적, 도덕적 혹은 지적 탐구의 욕구를 채우며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리라. 이와 같은 환경적 혜택은 그가 온전히 사색에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허락했고, 다양한 사상가들의 가치있는 철학들을 담아낼 수 있는 열정을 충족시켰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문적 기술이라기보다 인생을 살아가는 지침서와 같았으니, 50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읽혀지고 있는 건 아닐까?




감히, 나는 이 책의 어떤 내용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가 없다. 그 당시 몽테뉴의 서재에 있었을 모든 도서, 철학서, 참고자료 등등 모든 지혜의 집합체였음은 분명했을 것이다. 단지 이번에 읽은 얇은 책은 그의 집대성을 축약에 축약을 하고, 쉽게 풀이해서 나와 같은 독자들도 단숨에 읽을 수 있도록 편집해 놓았을 뿐이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만큼 간결했고, 읽는 매 순간 감탄하고, 모든 문장들이 기억되기를 원하며, 하늘을 쳐다보기도, 또는 잠시 생각에 머물러 있어보기도 했다. 마침, 날씨도 좋고, 뒤뜰 의자에 앉아 와인 한 잔과 함께 한가한 토요일 오후를 만끽했다.




벌이 꿀을 만드는 것과 같이, 읽은 문장들이 나에게 들어와 내 것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렇다! 이 책은 단순히 읽고 지나가는 문학작품이 아니다. 삶 속에서 되내이고 각인시켜야 할 내용들이 가득하다. 인생의 잠언서라고 해야할까? 문득, 책꽂이 어딘가 꽂혀있는 빈 노트를 꺼내본다. 아마도 모든 문장들을 직접 써 보고 싶은 걸까?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기를 반복하게 될 것 같다. 문장들이 나에게 흡수되어, 나의 꿀이 나오기까지...... 언젠가는 한국의 어느 서점에서 책장을 넘겨가며 읽다가 두껍게 출간된 <몽테뉴의 수상록>을 들고 나오는 때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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