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날 12/27

Good Morning, Seattle !

by 하늘

여지없이 이곳 시간으로 3:00am면 눈이 뜨인다. 잠들기 전, 근방에 있는 Grocery Store의 open 시간을 확인해 둔 바, 3시간만 더 있으면 필요한 것들을 사 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어나 아침을 맞기로 한다. 이곳은 꽤나 일찍 문을 열고, 또 꽤나 늦게 문을 닫는 편임을 확인해 둔 바이다. 바로 내린 따뜻한 커피의 향! 오랜만에 만나는 구나. 커피 한 모금으로 느긋했던 신경들을 깨우기 시작하고, 브런치 북의 연재를 이어가며 하루를 시작한다. 눈이나 뱃 속만 좋아하는 여행을 하지 않기로 했지 않았는가.




Good Morning! 길을 걸으며, 강아지 산책겸 나온 주민과 아침 인사를 나눈다. 차가 없으니, 장바구니 대용으로 빈 여행가방을 끌며, 장보러 가는 중, 시애틀의 흐린 날씨를 경험하는 첫 아침이다. 보도블럭은 축축하다. 떨어진 낙엽들은 젖은 채 블록을 덮고 있다. '질퍽질퍽'한 거리! 집 주변의 돌담은 이미 연두빛 이끼로 가득하다. 겨울 잔디의 누런 색은 없고, 다만 젖은 녹색으로 시애틀의 평범한 주택단지를 가득 매운다. 나무는 낙엽없는 겨울이지만, 길바닥은 젖은 가을이다.




아마존 본사나 한번 보러 갈까? 나의 사회 초년시절, 인터넷 전자상거래로 책이나 CD, DVD를 팔던 곳 아닌가! 불과 이삼십년만에 Once Upon a Time 얘기가 되어 버렸다. 한 줄기 있던 햇살도 이 곳에서는 건물에 가린 그림자의 도시를 만든다. 말 그대로 회색도시! 검은 채색의 유리로 둘러싸인 건물들이 연이어 서 있는 아마존 본사가 내 앞에 서 있게 된다. '메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와 같은 넓다란 캠퍼스는 아니다. 시애틀의 세금 혜택, 왜 여기에 세웠을까 등의 생각을 머금으며, 도시 한복판의 한국 그로서리인 H-Mart를 둘러 본다. 돈을 벌 목적보다는 상징적 의미인가? 이 곳의 렌트비를 감안한다면, 손님없는 토요일 오후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곤 잠시 Capital One Cafe에 들러 시애틀 도시에서의 커피 한 잔을 즐기기로 한다. 바닐라 라떼가 입 안의 달짝함을 채우고, laptop에 딱 맞는 테이블에서, 흐릿한 시애틀 도시를 배경으로 문장을 이어간다. 돌아가면 잊고 사라질 온갖 여행 정보속에서 꾸역거리는 것보다야 지금이 훨씬 낫지 않은가. 창밖의 행인들을 구경하니, Indian계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MIT 공대에서 유난히 많았던 Indian계의 학생들이 있는 것과 그 맥이 다를 바 없다 하겠다. 역시 IT계는 유난히 그들이 많다. 구경을 멈추고, 가방 안의 작은 노트를 펼쳐, 앞 건물에 세겨진 로고를 그려본다. 초등학교 그림솜씨로 말이다. 그릴 땐 몰랐지만, 검색해 보니 유명한 타이어회사 Firestone 본사이다. 아마도 그 회사 로고는 기억속에 깊이 박히리라. 비로소, 여행할 때 스케치가 왜 값진 것임을 실감한다. 도시를 가로질러, South Lake Union Park으로 내려와 Google, Meta의 건물들을 보며, IT업계의 유치로 새로운 이미지의 시애틀이 되었음을 상상한다.




버스를 탄 나의 다음 장소는 University of Washington! 덩치 큰 개를 끌어안고 버스 안으로 오르는 시민들도 흔히 본다. 내가 살던 동부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물론, 우리는 버스보다는 개인 자가용이 먼저니 말이다. 도착한 대학교는 어떤가? 캠퍼스의 크기뿐만 아니라, 곳곳에 보존되어 있는 고풍의 건물이 지난 역사를 말한다. 흡사, 하버드나 코넬에서 봤던 캠퍼스 모습이 여기서도 보인다. 1860년대부터라니, 그 긴 시간동안의 전통과 거쳐간 수많은 유명인사들에 대해선 이미 인터넷 상에서도 정보가 가득하다. 더구나, 대표 IT업계들도 근방에 있으니, 타 지역보다 학생들에게 주어질 Benefit도 상당할 수 있음을 가늠해 본다. 캠퍼스 주위의 식당가는 마치 한국에 있는 대학주변 풍경을 담고 있다. 거리를 지나치며 보이는 한국인 학생들의 모습이 더해지니, 정말 여기 한국 아니야? 'Chi-Mac(치맥), The Bob(더밥), Dub Bob(덮밥)' 같은 한국어식 간판도 쉽게 읽힌다. 미국 대학가를 점령한 한국음식을 보고 싶으면 이곳을 찾아보면 어떨까?



오후 5시가 되면 이미 밖은 어둡다. 마치 저녁 7~8시가 된 듯한 분위기다. 상당히 북쪽임이 실감나는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춥지는 않다. 오늘도 최저기온은 화씨 36°F였고, 어떤 나뭇 가지에는 새순이 자라고 있는 것도 보았다. 한 겨울의 봄을 시애틀에서 만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바다 주변의 도시이기에 상당히 습하다. 아니, 거의 매일 습한 공기를 경험한다. 떨어져 젖어 있는 나뭇잎과 보도블럭 사이사이의 이끼는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시애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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