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날 12/28

시애틀에서 시애틀 영화를 즐겨 보다!

by 하늘

오전 6시야? 시애틀 시각에 이제 적응되어 버린 거야? 아니면, 어제 많이 피곤했었나? 3시 언저리의 기상이 사라졌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켜 가장 먼저 커피를 내린다. 커피의 메카(Mecca) 시애틀 주민이 다 되어 버린거야? 찌뿌둥한 날씨는 커피의 맛을 더 한다. 습기찬 대기는 커피의 향을 더 진하게 한다. 손 안의 커피 잔 갯수는 더 늘어만 간다.




여행지를 찾으려면 어떻게 하는가? 일단, 머물고 있는 숙소에 배치된 팜플렛을 보는가? 인터넷의 여러 여행사이트를 들락날락 바쁘지는 않는가? 누군가의 Youtube을 보며, 당신이 정한 곳을 또 한번 확인하지는 않는가? 차고 넘치는 리스트가 여행 일정을 하루를 가득 채우고 있는 유격훈련이 되어 버린다. 별 몇개짜리 볼 꺼리, 먹을 꺼리, 또는 놀 꺼리 등등... 나의 자리에서 핸드폰을 열고, 이 근방의 공원이든, 하이킹 코스이든 어디라도 발길을 움직여 보는 건 어떤가? 일상의 챗바퀴를 벗어난 자체가 휴가이고, 처음 가 보는 그곳이 바로 여행지 아니겠는가. 굳이 무슨 요일인지를 알 필요도 없다. 매일이 휴일이니 말이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겨보니, Washington Lake를 둘러싸고 있는 육지의 한 지점, Seward Park의 어느 벤치 위에 앉게 된다. 손가락의 타이핑 연주가 공연을 시작한다. ‘까-악, 깍깍’ 소리를 내는 검은 날개짓의 생명체가 내 앞에 먿드러지게 착륙한다. 날개를 펴며, 날아오던 속도를 줄이더니, 사뿐하게 두 발로 땅 위를 밟는다. 딱딱한 껍질의 땅콩을 입에 물고 있구나. 두 발로 그것을 고정시키더니, 단 한 번의 부리질로 껍질의 깨지는 소리, '아그작...!' 알맹이는 바로 그것의 입 속으로 사라진다. 일상에서 관찰하지 못한 것들이 벗어나니 보이는 건 왜일까? 호숫가에 옹기종기 붙어있는 가지각색의 별장들이 사람의 온기를 기다린다. 세모, 사다리꼴, 네모 반듯한 제각각 모양의 지붕과 다른 색깔 옷을 입고서, 안과 밖을 연결하는 창문들을 보자니, 그림 속 휴양지다. 그러나, 대양같은 호수를 차지하고 있는 건, 오리 몇 마리, 그리고 수달가족 세 마리이다. 수달가족은 서로 문지르며 애정을 나누는 건가? 물 속으로 들어 갔다오니, 물고기가 입에 물려 있다. 한 마리 오리는 수면위의 선을 긋는 곡예비행을 보여준다. 이에 질세라, 시애틀의 태양 빛은 은빛의 호숫가를 만들고, 여러 새소리가 함께 내 귀를 채운다. 여객기의 묵직한 굉음소리와 경비행기의 헬리콥터같은 소리, 사람들의 사는 소리를 더하니, 비로소 내 여행의 오케스트라가 되어 나를 감싼다.




톰 행크스, 맥 라이언...! 영어공부 한답시고,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이미 거의 30년 전의 일인가? 그 이후로는 다시 보지는 않은 것 같으나, 그 제목은 강렬하게 남아있다. 내가 있는 이 곳 숙소에서 그 영화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Sleepless in Seattle" 맥 라이언의 전성시절, 그 영화가 어느덧 화면에서 대기중이다. 시애틀에서 시애틀의 영화를 즐겨 보다. 오늘의 주제로 꽤 괜찮은 설정 아닌가? 1993년의 영화! 당시의 풋풋한 20대인 내게 줬던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2025년의 50대 아저씨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양 뺨으로 눈물이 흐르는 건 그 간의 세월의 흔적인가? 영화에서 다룬 누군가와의 인연은-영화에서는 Sign으로 얘기했지만- 미래에도 계속 될 예술의 소잿거리가 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의 자식들이 우리 세대가 되었을 때, 지금 우리네 느낌을 알게 될 터이겠지! 어쨌든 영화 감상의 선택은 훌륭했다. 시애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여행하는 재미를 맛 보리라. 자! 이제 내일의 롱드라이브를 위하여 렌트카를 픽업하러 가야할 듯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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