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날 12/29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다! Olympic National Park!

by 하늘

새벽 찬공기를 가르며 Seattle 외곽의 Freeway에 올라탄다. 5번 South를 타고 가면, 그대로 Oregon과 LA를 거쳐 계속해서 이곳 서부의 남쪽으로 가리라. 여러 한국 음식점들이 있는 지역을 옆으로 지나며, 오늘 저녁의 한국식 메뉴를 이미 정해 놓는다. 여행 중, 맛 보는 한국음식과 한국말로 나누는 짧은 대화도 여행의 일미이지 않는가.




시애틀에서 벗어나 달리고 있는 도로의 주변으로 새벽안개가 가득하다. 하얀 솜사탕을 세상에 입힌 듯한 장면에, 인디언식 발음의 지명들이 보이는 시애틀과는 전혀 다른 세상! 나는 어느덧 Olympic National Park 어딘가에 들어와 있다. 침엽수의 접은 우산같은 높은 나무들이 좌우에 도열하여 '받들어 총' 경례로 나를 맞는다. 끝없는 뻗어있는 일직선의 도로 끝에서는 새 하얗게 눈 덮힌 산봉우리가 나의 다가옴을 반긴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신비한 자연의 웅장함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 모습으로 외마디 감탄사만을 연발한다. "와우~~~!" 도로 옆으로 이어졌던 전봇대의 끊김은 인적없음을 깨닫게 하고, 흘러내리는 계곡물의 청명함에 두 손을 담아보기도 한다. 그야말로 쥬라식 공원의 열대우림 어딘가를 헤매는 듯하다. 그러나 대기의 차고 시원함은 어느새 막힌 코를 뚫고, 가슴을 지나쳐, 마음을 씻어낸다.




다음으로 차에 오른 나는 좌측에는 북태평양, 우측에는 Olympic National Park을 두고, 굴곡의 도로를 질주한다. Cruse Contral로 세팅하고, 좌우로 고개를 돌리던 중, Kalaloch Campground 지점에서 멈추기로 한다. 캠핑족 텐트나 RV차량들도 쉽게 눈에 띈다. 태평양 대해가 바로 앞에서 나의 시야를 가득 채운다. 인간 존재 이전의 모습 그대로 바다는 쓸쓸하게 울어댄다. 단단한 바닥을 드러낸 뭍에는 밀물에 쓰러진 생명 잃은 회색빛의 몸통만을 남긴 나무들의 흔적만이 뒹굴고 있다. 바다는 한번의 쉼도 없이 호흡을 뱉어내며, 거친 물살을 뭍으로 보낸다. 육지쪽의 바다는 물살의 울부짖음을 그러나, 바다속의 바다는 고요히 세상을 담아내고 있다. 앞에 닥친 물살의 울부짖음도 멀리보면 고요한 바다인 것을, 당장 앞의 고난도 길게 보면 인생의 평범한 여정일 것이다. 발길을 돌리며 육지의 작은 조약돌 두 개를 집는다. 하나는 흰색이고, 다른 하나는 회색에 흰 색 줄이 둘러져 있다. 내가 집지 않았을 땐, 아무 의미 없던 것이, 내가 쥐고 나니,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 아무 의미 없던 것이, 이제 추억을 갖는 존재로 나의 곁을 지킨다.




산줄기에 둘러싸인 Lake Crescent를 따라 가다보면, 완벽한 자연 경관에 실로 신비로움을 금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다. 호수로 명명되었기에 호수라고 부르지, 그렇지 않다면 산 속의 망망대해나 다름없다. 흰 색 안개띠를 두른 산 중턱으로부터 눈을 들면, 백설의 왕국을 이루고 있는 산봉우리들을 보게 된다. 이 땅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눈(雪)의 세상을 이루어 낸다. 호수를 보다보니, 산이 떠 있고, 산을 보다보니, 인간이 근접할 수 없음을 본다. 그런 설국의 웅장함 밑에서 인간은 그저 티끌같은 존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세상의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인간들의 소음을 그대로 이 앞에서 소리쳐 보라고 한다면 어떨까?




눈 덮힌 산정상은 이 곳 육지의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다. 마치 산 정상이 인간세상을 보호하고 있는 듯, 혹시 창조자가 있다면 그곳에서 보고 있을 법하다. 시애틀의 Mt. Rainier, 게다가 캐나다로 이어지는 이 곳의 거대한 산맥이 그러하다. 산맥의 아래에 형성된 마을들을 따라가다 보니, Port Angels지역에 도착한다. 넓지 않지만, 길게 뻗은 육지의 끝자락을 따라가니, 바다 건너 캐나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북쪽으로는 벤쿠버에 있는 거대한 산 정상의 설국, 동쪽으로 눈을 옮기니, 또 다른 설국의 Banff를 볼 수 있다. 일직선으로 이곳에서 바다를 건너가면 바로 Victoria, Canada! 1955년 7월에 수영으로 건너간 사람의 기념비가 놓여 있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워싱턴 주에서 캐나다로 이어져 있는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Range)의 눈 덮힌 정상들이 병풍처럼 길게 펴져 있다. 이 세상에 나서, 처음으로 맞는 지금의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 사진으로도, 또는 비디오로 담아낼 수 없다. 이 곳의 느낌을 이렇게 몇 자의 글로나마 남겨놓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다니, 인간 세상의 표현이 너무도 부족할 따름이다. '와~~!' 감탄사로나마 표현할 뿐...




나의 드라이브 행선지를 아래와 같이 남겨 본다. 드라이브 뿐만 아니라, 하이킹이든, 캠핑이든, 모든 곳에서 자연의 신비함을 가득 경험할 수 있는 곳이리라. 이 외의 귀한 장소들도 무수히 갖고 있는 워싱턴 주이다. 단, 오후 5시정도면 어둑해 지는 지역임을 감안하여 여행계획을 세워 보면 좋을 듯 하다.

Quinault

Kalaloch Campground

Kalaloch Big Cedar Tree

Ruby Beach

Lake Crescent

Marymere Falls

Port Ang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