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다 영지에게 톡을 보낸다.
나 : 조르바 환장이네. 읽어 내기 힘듦
영지 : ㅋㅋ 그래도 끝으로 갈수록 괜찮은 책.
이라고 영지는 내게 거짓말을 했다. 책의 마지막 한 장까지 힘들었다. 지겨워 환장할 노릇의 책을 퇴근 후 쏟아지는 잠을 참아가며 읽었다. 고전과의 사투에서 나는 입술 포진이 생겼다. 미모에 치명적이다. 에잇.
도서명 : 그리스인 조르바
저 자 : 카잔차키스
출 판 : 열린책들
출 간 : 2009.12.20.
줄거리 : 작가의 자서전적 소설로 실제 인물이었던 “조르바”와 만나면서 경험한 사건들로 소설의 내용이 구성된다. 진정한 자유는 무엇이고 자유인은 무엇인지를 조르바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속 “조르바”는 탈사회화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그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사회라는 개념을 취사 선택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에서 도망치거나 회피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조르바는 자신이 열망하는 것에 대한 충동성과 강한 실천력으로 적극적인 자유를 표현하고 실현한다.
사회적 가치 척도에 대한 개인의 생각들은 다양한 듯하지만, 오랜 시간 관례가 되어 다수에게 고착된 프레임도 존재한다. 각 사회계층(여성, 남성, 어린이, 노인)에게 씌워진 보편화된 기준이 존재하고, 변화하는 기준을 받아들이지 못해 세대 갈등을 조작하기도 한다. 일반화된 사회 기준에 맞추어 나 역시 육아와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성취, 남편의 성공척도로 나를 내보이며, 내가 원하지 않는 기준으로 나를 증명해야 하는 시간 속에서 나는 얼마만큼 자유로울 수 있나?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며 나의 자유를 포기한 기억들. 나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서 나는 얼마만큼 자율적으로 행동했을까? 주변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는 오롯이 나만의 기준으로 자유를 원하는 것이 가능한 걸까? 자유롭지 못한 자들에게 소설 속 “조르바”는 자유를 실현한 이상향의 인간으로 남는다. 현실 속에서 얼마만큼의 자유를 원하고 실행해야 자유인이 되는 걸까? 골치 아픈 것들의 “어설픈 논리적인 견해에 대해 개나 물어가라지”라고 대답했던 조르바의 통쾌한 대답을 기억해 둔다. 그래, 나의 모든 운명 속 나를 옥죄이는 모든 속박들에게 “개나 물어가라지”라고 외친다. 조금씩 커지는 목소리로 “에~잇, 개나 물어가라지.”앞으로 행해질 나의 자유는 어떤 속박에서 벗어난 모습일까? 내게 진정한 자유에 대한 묻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도서관으로 반납했다.
이번 주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독서록은 고착된 사회적 프레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대화체로 구성해 보았다.
밥 하는 여자
김미령
언니1 : A야 남편 차 갖고 온나. 벤츠 한번 타고 나가 보자.
A : 신랑이랑 싸워서 말 안 해요.
언니1 : 오래가겠니? 며칠?
A : 4일째. 요번엔 오래 가 보려고요.
언니2: A야, 호텔 가라. ( 언니2는 얼마 전 부부싸움 후 집을 나와서 남편의 신용 카드로 호텔에서 숙박하고 애들과 맛있는 밥 먹고 다시 집에 들어간 일이 있음)
A : 그럴까요? 밥도 차려줬네. 어제는 남편이 “밥 먹어도 돼? 했을 때, 밥은 먹어도 되는데, 나한테 말은 걸지 마” 했어요.
언니 1 : 아~ 오래 못 가겠다. ㅋㅋ
A : 내가 화난 거라 안 풀어주면 돼요. 안 풀려고요.
나 : 홧팅요. 근데 밥도 챙겨주고 벌써 풀어진 듯해요. 전 요즘 밥 거의 안 챙겨요. 밥은 각자 해결모드 자리 잡았어요. 서로 일하니 시간도 안 맞아요.
A : 안 풀었어. 잠도 따로 자요.
언니3 : A는 싸움 안 되겠다. 안 푼다면서 밥은 왜 챙겨주니? ㅋㅋㅋ
나 : 그니까요.
A : 돈은 벌어다 주니 밥은 챙겨줘야죠. 그래야 내가 할 말이 있지 않을까요?
언니4 : 맞아! 할 일은 하고 의무와 권리를 잘 맞춰 봐. 파이팅이다. A야.
A : 네~ 홧팅!
나 : A 언니도 돈 벌잖아요. 왜 밥이 A 언니의 의무예요? 전 밥이 아내나 엄마의 의무라고 생각지 않아요. 누구나 자기 입에 들어가는 밥은 해서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A : 왜, 밥이 나의 의무냐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이렇게 물어보니 말문이 막히네. 의무는 아니어도 내가 맡아서 계속해오던 일이니까. 이번 싸움은 밥이 쟁점이 아니니 밥은 해주는 거지.
언니 1 : 서로 돕고 살자.^^ 밥은 사랑입니다. 밥하고 있다ㅋ 내가 했으니 나는 두 그릇.
A : 맛나게 하셔요~^^
나 : 누군가가 누군가의 편의를 오랫동안 책임져주니까 누군가는 밥을 안 하고 못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ㅋㅋ 밥이 사랑이면 누구나 할 수 있어야 사랑을 표현하죠. 남자는 원래 그런 거(밥) 못 해. 여자는 원래 그렇게 밥하고 살아가는 거라고 배우죠. 뿌리부터 따지면 어렵고 아주 복잡해져요. 그렇지만, 밥이 여자, 엄마, 아내, 딸만의 의무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니 3: 대빵 언니가 밥은 사랑이라잖아. 나도 가게 일로 바쁘지만, 정신 차려서 식구들 밥 해서 먹여^^
나 : 아고 언니~^^. 제 말은 밥이 사랑이든 애정이든 다 맞지만, 여자에게만 주어진 의무와 책임은 아니라는 뜻이죠. 누구나 자기 입에 들어가는 밥은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자기가 먹은 그릇 설거지는 자기가 하는 게 당연하다는 거예요. 특정 젠더인 여자. 엄마, 딸, 아내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요. 각자의 가정에선 가족 구성원들의 가치관이나 상황에 맞게 생활하면 되죠. 전 단지 저의 생각을 말했을 뿐이고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요. 각자의 기준으로 자신의 삶을 살면 되죠.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말이에요. 오래전부터 변함없이 해 왔다고 해서 그것이 옳음이나 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행이 되어 걸러지지 않은 의무가 나만의 일상이 되어 나에게만 주어진 건 아닌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이지요.
언니 1 : 가사 의무에 관한 얘기는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가족형태도 다양해지고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지.
나 : 맞아요. 요즘은 많이 달라지고 있어요.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