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다
비가 오더니 날이 상당히 추워졌습니다. 장갑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얼어,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신발 매듭을 묶으려고 해도 손가락을 움직일 수가 없어 힘들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동상에 걸릴 것 같아 심각성을 느끼고 다이소에서 핫팩을 샀습니다. 작은 핫팩 하나만으로도 여행의 질이 달라졌습니다. 작은 온기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도시길, 시골길, 번화가길 등 다양한 길을 걸었습니다. 비를 맞으면서 걷는 것도 느낌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비가 오니 풍경도 왠지 쓸쓸하고 고독해 보여서 평소에 느끼지 못한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분에 따라 같은 풍경이더라도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모쪼록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도록 기분 또한 아름답게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산역으로 가는 길에 신기하게 유흥업소가 많이 보였습니다. 거리에 이렇게 많은 성인용품점과 다방, 마사지 업소, 술집들이 모여 있는 건 처음 보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공급을 감당할 수요가 있는 걸까?', '주요 고객층의 나이대는 어떻게 될까?', '주변에 주거 단지가 보이지 않는데, 보통 어디에서 올까?'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구경할 곳이 많아서 걸을 때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걷다 보니 지루해서 싸이월드 감성의 노래를 들으면서 걸었습니다. 2시간 정도 길이의 플레이리스트인데 옛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따라 부를 수도 있어서 힘이 났습니다. 어렸을 적에 어른들이 트로트를 자주 듣는 걸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저도 나이가 드니 최신 노래보다는 학창 시절에 자주 들었던 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든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비가 와서 살짝 춥기는 했지만, 크게 아픈 곳 없이 목적지인 송탄역까지 도착했습니다. 비를 맞아본 게 오랜만이어서 옛날 추억도 떠오르고,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한 날이었습니다.
오늘 걸은 거리: 33.79 km
총 거리: 65.19 km
현재 위치: 평택시 송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