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다
오랜만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마침, 오늘이 학교에 입학하는 날이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처음 입학하던 날이 떠오릅니다.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까?',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반에 예쁜 애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설렘으로 잠을 설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시절엔 설렐 게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너무 무던하게 보내고 있지 않나 반성이 되었습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 옆을 지나갔습니다. 요즘 삼성 및 하이닉스가 잘 나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성과급으로 얼마를 받았네', '이번에 연봉이 얼마나 올랐네', '해외여행으로 어디를 갔네'라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솔직히 배가 아픕니다. 제 주위에는 박사 과정을 마치고 이곳들로 간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하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쉽진 않겠지만 서로 비교하며, 질투심을 느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두 각자의 길이 있기 때문에 그저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걷다 보니, 이상하게 왼쪽 발등이 찌르듯이 아팠습니다. 아무리 다리를 풀어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발등에 염증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이제 겨우 삼일 차인데 벌써 이렇게 아프다니 막막했습니다. 그만둬야 하는지, 내가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 건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시기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계속 걷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총 거리를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내가 내디뎌야 하는 한걸음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매 걸음 아픔이 느껴졌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내 선택에 의한 책임을 다하는 거로 생각하니 고통도 참을 만해졌습니다. 또한 그냥 단순하게 걷기만 하면 되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 비해 얼마나 편한 일인지, 문득 저의 상황에 대한 감사도 느껴졌습니다.
결국 오늘의 목적지인 천안역에 도착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일정이 길었기 때문에 근처 병원에 방문하였습니다. 제 증상을 설명하니 의사 선생님께서 신발이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러닝화를 신고 갔었는데, 트레킹화를 신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발의 고통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신발 가게를 바로 방문해서 신발을 구매했습니다. 미리 준비해 왔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렇게라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행력이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오늘 걸은 거리: 35.1 km
총 거리: 100.29 km
현재 위치: 천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