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게 대처하다
길을 걷던 도중 힘내라는 말과 함께 생수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나를 모르는 타인에게 응원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당황스럽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나 반성도 되었습니다. 물 한 병과 따뜻한 응원의 말 한마디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길을 걷다가 개들에게 물릴 뻔했습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교외 지역에는 목줄 없이 풀려 있는 개들이 간혹가다가 존재합니다. 보통은 개들도 자기 갈 길을 가지만, 이번에는 개들이 먼저 달려들었습니다. 개가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가 포위하듯이 달려들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개들을 자극하지 않고 뒷걸음질로 천천히 돌아가니 다행히 쫓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개를 무서워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약간 무서워졌습니다. 그래도 침착하게 대응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오늘은 오른쪽 고관절이 심하게 아팠습니다. 역대 느껴본 통증 중에 최고로 아팠습니다. 보통 조금 걸으면 통증이 가라앉는데, 아무리 몸을 풀어도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어서라도 가고자 했습니다.
가방에 있던 처방 받은 약이 생각났습니다.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서 먹지 않았었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먹었습니다. 그러자, 정말 신기하게 통증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냥 꾹 참고 가는 것보다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는 게 현명한 방법임을 느꼈습니다.
대전에 도착했습니다. 대전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통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들은 인도나 자전거 도로가 없거나 제대로 관리가 되어 있지 않은데, 대전은 달랐습니다. 구석구석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었으며, 관리도 잘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걸었습니다.
대전복합터미널이 목적지라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곳곳에 노후화된 건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건물이 생길 당시에는 화려했겠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흉물스럽게 변했습니다. 역시 영원한 건 없고, 지금, 이 순간 또한 결국 지나갈 것이기 때문에 저도 자만하거나 의기소침하지 말고, 현재를 그저 충실히 살아야겠습니다.
목적지인 대전복합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개한테 물릴 뻔도 하고 역대 최고의 고통도 느껴보고 이벤트가 많은 하루였지만 적절하게 대처한 덕분에 큰 사고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 걸은 거리: 34.01 km
총 거리: 173.67 km
현재 위치: 대전복합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