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기억속 저편의 슬쩍 남은 두근거림을 되새김 하고 싶은 날, 생각나는 기억 하나가 있어.
바쁜 아침의 지하철역 안, 7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틈에서 멀리서 서 있는 너는 , 내가 마치 순정 만화의 여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지. 나를 보며 반갑게 웃는 너의 미소를 보며 황홀하다고 느낄 즘엔 꼭 지하철을 알리는 방송이 들리곤 했어. 얼마 안 남은 만두 속을 억지로 넣는 것처럼 지하철 안을 꾹꾹 채워 타는 인파에 너의 품에 한가득 안기면 너는 내가 다른 사람과 닿지 않게 손을 펴서 나에게 작은 공간을 만들어 주었어. 껴안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편하게 해주었던 공간 속에선 묘한 흥분감을 주 느꼈어. 닿을 듯 닿지 않는 너의 몸과 한참 내 위에 있는 너의 뜨거운 숨이 그대로 느껴지던 공간이었지. 덜컹거리는 지하철이 깜깜한 터널 안을 지나갈 때면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박동이 그대로 느껴졌어. 숨을 크게 참고 참아보아도 그 순간을 비집고 들어오는 너만의 향기와 숨소리가 나를 미치게 했다. 불과 세 정거장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만나 회사를 걸어가던 그 거리까지, 눈을 감으면 더욱 선명해지는 기억 중 하나야. 나의 무뎌진 삶 속에 한 번씩 활력을 주는 기억.
나의 가슴 아주 깊은 곳에서는 아직도 매일 그때의 두근거림을 간직한 지하철이 지나가고 있나 봐. 가끔 그립더라. 털이 쮸뼜서고 온몸이 붉게 달아오르던 그때의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