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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y 20. 2024

2-5 최신 편향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이 문장은 원칙 없는 나의 투자를 정확히 묘사해준다. 철학적 원칙이 없었던 나는 이리저리 휘둘리며 뒤꽁무니만 쫓는 투자를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뉴스, 신문, 유튜브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든 곳을 헤매며 정보를 쫓았지만,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은 없었다. 솔직히 말해, 대부분의 투자는 남들이 하는 대로, 그저 감으로 이루어졌다.


 투자의 방향성이 없었기에 길을 잃었을 때 돌아가는 방법을 몰랐다. 나는 마치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좋다는 곳을 찾아다니는 철새와 같았다. 철새는 살기 좋은 환경을 찾아다니는 데 능통했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저 그때그때 잘 통한다는 기법만 찾아다녔고, 최근에 좋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매혹되었다. 이는 마치 하늘로 화살을 쏘고, 화살이 떨어진 자리에 과녁을 그려 넣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과거에 잘 통했던 이론을 찾는 과정을 흔히 백테스팅이라고 부른다. 백테스팅의 함정은 결과에 과정을 맞춘다는 점이다. 미국 S&P 500 지수의 변동성과 가장 유사한 데이터가 방글라데시 버터 생산량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그렇다고 해서 방글라데시의 버터 생산량 추이를 보고 S&P 500에 투자할 수는 없지 않을까? 내가 기법을 찾아다닌 행동은 최신 편향 오류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식이란 과거의 지식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만약 내가 어떤 이론 모형을 만들었다고 가정한다면, 나는 그 이론 모형을 시장에 대입해 얼마나 틀리는지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 틀린 사실과 정도를 알고 나면 그것을 차츰 수정해 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지식의 수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최근에 가장 좋았던 데이터를 취합하여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냈다. 반증의 가능성을 없앤 것이다. 내가 테스트라 부르는 과정도 짜 맞추기에 불과했다. 어쩌면 가끔 결과가 어긋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정도는 괜찮아,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디 있어"라며 무시했을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한 가지 원칙만을 고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루에도 수십 번 투자 의견을 바꿔 크게 성공한 투자자도 있다. 지인이 그에게 주가 전망을 물어보자 그는 대단히 비관적으로 시장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그의 말과는 반대로 엄청난 상승을 보였다. 지인은 그가 걱정돼서 다시 찾아가 괜찮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주가가 상승해서 아주 큰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지인이 주가를 아주 나쁘게 생각한다면서 어떻게 큰 돈을 벌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상황에 따라 하루에 100번도 의견을 수정한다." 


 그가 바로 조지 소로스다. 조지 소로스는 투자 의견을 상황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지 투자 원칙이 없는 것이 아니다.


 조지 소로스는 투기꾼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는 탄탄한 투자 철학을 기반으로 투자한다. 그는 칼 포퍼의 제자로 유명하며, 포퍼의 철학을 투자에 응용했다. 소로스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투자 철학은 오류성과 재귀성이다. 소로스는 인간은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며, 누구나 오류를 저지른다고 믿는다. 


 이 점에서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항상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언제든지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인지했다. 그는 필요한 지식을 그때그때 만들어내지 않았다. 기존의 지식을 반박하고, 비판하여 수정했다. 잘못된 운전 습관으로 자동차 사고가 난 사람이 차만 바꾸고 운전 습관은 그대로 유지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사고가 날 수 있다. 최신 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면 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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