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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리래티스 Nov 26. 2024

12. 안전하다는 착각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피터린치-


독서 조각



주식은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시점에 신중한 투자로 인정받는 경향이 있다.

-피터린치-


투자자사이에서 피터 린치가 가지는 위상은 상당하다. 그가 가진 능력과 결과, 그리고 최고의 위치에서 은퇴했기 때문이다. 훌륭한 성과를 올리는 투자자는 매번 새롭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들의 가장 큰 고비는 지속성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말처럼 그들의 성공은 단지 투자 방식과 시기가 우연히 맞물려 얻은 행운일지도 모른다. 투자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방향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기에 똑 같은 방식으로 투자해도 성공하는 시기가 있고 반대로 실패하는 시기가 있다. 


그래서 워런 버핏과 같이 장기간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는 투자자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 면에서 피터린치는 단 13년간 자산운용가로 활동하고 은퇴했기에 지속성에서 의문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그가 13년간 거둔 엄청난 성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의 투자 방법이 개인 투자자에게 많은 교훈을 주기에 더욱 존경받고, 많은 사람들이 선망한다. 


어쨌든 피터린치가 은퇴하지 않고 계속 자산운용을 했다면 어떤 결말이 찾아올지 알 방법은 없다. 다만 그가 겪은 많은 위기에서 좋은 대처를 보여줬고, 그의 투자방식이 단순히 시기를 잘 만나서 가능했다고 폄하할 수 없다. 


그가 은퇴하며 남긴 책은 월스트리트에서 최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투자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다.


이 책은 마치 교과서와 같다. 좋은 조언이지만 너무 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시험문제는 교과서에서 출제된다는 사실이다. 뻔해 보이는 교과서와 같은 내용이 사실 가장 중요할 수 있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에서 그는 주식은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시점에 신중한 투자로 인정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1920년 이전까지 도박으로 취급되던 주식이 신중한 투자로 지위가 격상됐다. 사람들은 주식을 더 이상 도박이 아닌 투자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투자로 지위가 격상된 1920년 주식시장은 이미 과열된 상태였다.


1929년부터 시작된 대공황으로 사람들은 주식을 다시 도박으로 취급했다. 그리고 1960년대년부터 주식은 다시 투자로 지위가 격상됐다. 하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주식시장은 과대평가되어 있던 시기다. 


피터린치는 주식시장이 도박과 투자로 취급이 바뀌는 순환주기가 반대로 됐다고 말한다. 가장 위험한, 그러니까 가장 시장이 과열됐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안정적이고 신중한 투자처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잘못된 순환주기로 투자시장을 바라볼까? 


조너선 하이트는 자신의 저서 불안세대에서 인간의 동조편향에 대해서 말했다. 


“대다수 사람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은 많은 환경에서 가장 안전한 전략이다. 아이가 새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다면, 대다수 아이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을 가끔 또래 압력이라고 부르는데, 어느 누구도 어떤 종류의 압력도 가하지 않을 때조차도 이 압력은 아주 강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동조 인력’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용어일 수 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따라하는 것은 인간이 생존하는데 있어 가장 안전한 선택지였다.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더 많은 번식에 성공했고, 그 유전자는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투자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잘못된 순환주기를 조너선 하이트가 말한 동조편향으로 이해해보자면 인간은 다수가 선택하는 결정을 따르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역주행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실제로 도로에서 역주행으로 인한 사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 차트에서 발매된 지 오래된 음악이 갑자기 차트를 거슬러 올라 높은 순위에 랭크되는 것을 뜻한다. 


물론 최근 SNS에서 유행하는 챌린지나 쇼츠 컨텐츠에서 쓰이는 음악이 여러 사람에게 퍼져 유행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일명 챌린지라 불리는 쇼츠 컨텐츠도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효과와 상당부분 일치한다. 


왜 사람들은 그때는 듣지 않았던 음악을 이제서야 들을까?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의 행동과 그들이 인정하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어느 정도는 의식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어떤 제품을 모두가 사면 그게 더 나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사회적 증거라고 부른다.


숏츠에서 유행하는 챌린지는 유행이다. 유행이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래된 음악이 역주행 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평가를 뒤늦게 받는 부분도 어느정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듣기 때문에 내 귀에도 그 음악이 좋게 들리는 것이다. 


영화의 흥행이 사회적 증거의 좋은 예시다. 영화관계자나 관객들은 어떤 영화가 흥행을 할지 정확하게 알아 맞히지 못한다. 마치 투자시장과도 비슷하다. 실제로 영화시장의 투자는 굉장히 어려운 분야다. 


좋은 배우와 좋은 스태프를 쓰고, 큰 돈을 들여서 찍은 영화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흥행에 실패하면 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하기도 한다. 흥행한 뒤에 비로서 여러가지 이유가 붙지만, 그런 이유들은 흥행에 참패했을 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유기에 적절하지 않다.


천만영화를 나열해서 본다면 이러니까 천만영화가 가능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흥행에 실패했지만 좋은 영화들과 비교해본다면 정확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


영화는 많은 사람이 볼수록 더 많은 사람이 보는 특성을 지녔다. 설사 그 영화의 완성도가 부족하더라도 말이다. 이 또한 사회적 증거의 증거다.


그리고 권위있고 유명한 사람의 좋은 평이 이어진다면 그 영화는 더 흥행할 것이다. 만약 자극적이고 강한 어조로 영화를 추천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볼 것이다. 


똑 같은 제품이지만 가격이 비싸면 더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도 일종의 사회적 증거다. 비싸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가치가 높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비싸고, 인기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투자조각


누군가 말했다. “비트코인이 2000만원일때는 사기라고 욕하더니 1억을 넘기자 안전자산이라고 말한다고” 


또 누군가는 말한다. “나는 시총이 큰 종목에만 투자할 거야.”


한 증권사 직원이 5만원일때는 안 사던 삼성전자 주식을 9만원에 사겠다고 난리야 라고 말하는 인터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비트코인이 2천만원일 때 사기라고 생각하고 1억이 넘자 안전자산이라고 여기는 이유는 반대로 생각해보면 1억이기 때문에 안전자산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고 가격이 오르는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격이 오르면 갖가지 이유들이 따라붙는다. 


시총이 큰 종목은 어떨까? 시가총액을 계산하는 방법은 총 발행 주식수에 현재 주가를 곱한 값이다. 시가총액이 큰 회사에 투자한다는 말은 발행주식이 많은 주식에 투자한다는 이야기는 아닐 테니 따지고 보면 주가가 높은 주식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시가총액이 큰 주식을 우량주라고 부른다. 사실 아이러니하다. 주가가 비싸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높은 것인데 우리는 그런 주식을 우량자산으로 분류한다.(물론 모든 주식에 일괄적으로 대입할 순 없다. 시가총액이 크면서 주가는 비싸지 않은 경우도 있다) 


워런 버핏은 대형투자에 따른 재난은 너무 높은 가격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우량자산을 매수했다 하더라도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우량자산의 기준이 시가총액이라면 더 유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피터 린치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잘못된 순환주기를 믿고 있다. 자산이 비싸지면 안정감을 얻고, 자산이 쌀 때 불안을 느낀다. 


투자시장에 존재하는 인간의 편향을 공부하다 보면 느끼는 점이 있다. 인간의 생존을 책임졌던 영역과 자본주의시장에서 살아남는 영역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뇌는 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역사 500만년을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자본주의가 출현한 시간은 23:59:56 다. 고작 4초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두뇌가 투자시장에 적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편향을 이겨내고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공포에 사야 한다. 공포가 만연할 때가 시장이 가장 안정적인 순간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편향을 극복해야 한다.


만약 어떤 자산이 많이 올라 사고 싶다면 어떤 이유에서 매수하고 싶은 것인지 실제로 매수하지 않더라도 글로 꼭 남겨보자.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이다. 그때도 사고싶은 마음이 남아있는지 당시와 비교해보자. 


중요한 것은 시장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오르는 자산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현재의 시장 위치를 인식하고 자신의 투자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 안전자산을 산다는 것은 리스크를 줄이고자 함이다. 하지만 당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그 감정이 잘못된 감정이라면 오히려 리스크를 사는 격이다. 이를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피터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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