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경제 -마크 뷰캐넌-
자유 시장에 관해 가장 중요한 하나의 사실은 양 편이 모두 이익이 되지 않으면 교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년)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다. 만약 오늘 애플의 주가가 3% 올랐다면 애플주식을 매수한 사람이 많을까? 매도한 사람이 많을까?
아주 기초적인 질문이지만 생각보다 이 질문에 틀린 답을 말하는 사람이 많다. 정답은 정확한 반반이다.
주식은 거래다. 즉 교환이 있어야 한다. 내가 한 주의 주식을 사고 싶다면 누군가 반드시 한 주를 팔아야 한다. 여기에 반드시 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유상증자나 전환사채와 같은 특수한 경우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내가 한 주를 갖고 싶다면 누군가가 가진 주식을 사와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든다. 내가 사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당연히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거나, 배당과 같은 다른 이익을 얻고자 함이다.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손실을 입고 싶어서 주식을 매수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파는 사람은 왜 팔까?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매수하려는 사람과 정확하게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려는 이유의 반대라면 주가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즉 이익이 아닌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매도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익도 충분하니까 매도하는 거다. 하지만 이 말은 말이 안 된다. 그냥 두면 오르는 것이 확실한데 누가 중간에 이익에 만족해 매도한다는 말인가?
만약 지금까지 수익금을 보장해준다고 해도 매도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주가가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할 수도 있지만 매도한다는 것은 결국 주가가 떨어져서 지금까지의 수익을 반납할지도 모른다는 손실회피편향에 매도하는 것이다.
결국 거래라는 것은 각자가 이익을 원할 때 실현된다. 하지만 무한이 가치가 오르는 자산은 없는 법이기에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다.
모두에게 이익이 될 때 거래가 이뤄진다. 이 전제로 보자면 주가가 높아지면 보유자는 주식을 판다. 하지만 주가가 비싸기에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주식을 팔기 위해서는 가격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내려가면 매수자들이 몰린다. 이렇게 주가는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적정가격 상태를 유지한다. 이것이 효율적 시장 가설이다.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오랫동안 경제학을 지배했고, 지금도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 도덕 감정론에서 인간의 행동이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도 인정했다. 인간은 이기심뿐 아니라 동정, 감정, 편견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율적시장가설 옹호론자들은 수학적 모형으로 주가의 변화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단일한 개체의 모형으로 설정했다. 바로 이기심을 우선으로 하는 인간모형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을 기반으로 매매를 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주가는 그들의 이론처럼 평균회귀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꽤 오래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주가의 움직임이란 파동의 형태를 띄기 때문에 평균회귀는 오랜 기간 우리의 눈을 속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앞선 회차에서 인간의 편향에 대해 많이 살펴보았다. 어느날 너무 비싼 주식을 오히려 서로 매수하겠다고 하는 날이 찾아올지 모른다. 혹은 적정 가격보다 한참이나 떨어진 주식을 너도나도 팔겠다고 달려들지도 모른다. 인간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서 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오랜 시간 승리했던 많은 사람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충분히 예측 가능했던)상황에서 그동안 벌어둔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
뉴턴의 운동법칙으로 우주 만물의 움직임을 예측하고자 했던 라플라스와 앙리 푸앵카레는 결국 그 숙제를 풀지 못했다. 효율적 시장가설 역시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주가의 미래를 예측, 어쩌면 통제하고자 했던 시도였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은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만약 효율적시장가설을 딱히 추종하지 않거나 별 생각이 없었지만 자신도 모른 채 이를 따라가는 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다. 앞서 말했지만 효율적시장가설은 대개의 시장에서 들어맞기에 자신도 모르게 경로의존성에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자면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2015년부터 몇몇 차례 조정과 하락장이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연준은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시장을 부양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바이더딥에 의존하고 있을지 모른다. 시장이 죽으면 연준, 혹은 정부가 시장을 살려줄 거라는 굳은 믿음이다. 실제로 지난 15년간의 주식 시장은 그렇게 진행됐다.
서브프라임위기를 두번의 양적완화로 극복한 후에 연준은 시장이 위험에 빠질 때 망설임 없이 금리를 인하하고(극단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의 시대까지 열렸다)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리고 시장은 늘 승리했다.
최근 국내주식의 저조한 성과와 금투세로 얼룩져 미국시장에 대한 동경과 찬양이 이어졌다. 실제로 미국주식은 불패로 보인다. 1850년대부터 살펴보아도 결국 우상향 해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국주식 불패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
한 방향으로만 선형적으로 오르는 자산은 없다. 지난 15년간 미국주식도 많은 부침을 겪었다. 세번의 하락장을 겪었고 10번도 넘는 조정을 겪었다. 현재 시장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스스로 한번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
자신만의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지표보다 자신이 만든 지표로 현재 시장이 어느 지점에 형성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면 투자에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시장을 4단계로 구분하고 순환하는 구조로 본다.
가장 투자하기 좋은 시점인 1단계다. 사계절로 비유하자면 아주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하락하기 시작한 주가가 어디까지 하락할지 예측하는 것은 어디까지 올라갈지 예측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비싼 가격에 물리지 않는다. 하락장의 공포속에서 천천히 분할매수를 시작한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니까.
2단계는 반등장이다. 지옥과도 같던 하락장이 슬슬 끝나가면서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때 주식을 매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주가는 아직 발목에 있는데도 말이다. 반등은 곧 꺼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데드캣 바운스였다며 다시 시장에서 빠져나간다. 사계절로 비유하자면 짧은 봄과 같다. 나는 이때도 매수를 지속한다.
3단계는 주가가 꽤 오르고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받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피터린치의 말을 빌리자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지는 않지만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자산으로 보이는 시점이다. 사계절로 비유하자면 여름이다. 무리하면 탈진할 수 있다. 나는 이 시기가 오면 적당히 매수와 매도를 하며 시장을 관망한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몇몇차례 조정이 오기도 하는데 그때 단기적으로 매수하기도 한다.
4단계는 주가에 거품 끼는 단계다. 사계절로 비유하자면 가을이다. 누가봐도 가장 좋은 날씨가 계속된다. 괜히 설레기도 하고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면서 말이다. 현실의 가을은 불쑥 찾아와 금방 사라지지만 투자시장의 가을은 날씨처럼 짧기도 하고 굉장히 길기도 하다. 간혹 몇 년간 지속되기도 한다. 가장 좋을 때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다치기도 한다. 나는 이때 조금 일찍 매도를 시작한다. 철저하고 분할매수로 접근했기에 철저하게 분할매도를 시작한다. 너무 일찍 팔아서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판다.
“예측 가능한 시장에 대한 아이디어는 단순히 자기모순이다. 어떤 주어진 일련의 상황 하에서 미래 가격 변동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 예측대로 되었다면, 시장의 기대에 결함이 있음에 틀림없다”
내일의 경제
마크 뷰캐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