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마이클 루이스-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려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례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이클 버리-
마이클 버리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전세계가 금융위기에 빠졌을 때 이를 미리 알아채 큰 돈을 번 투자자로 유명하다.
영화 빅쇼트에서 그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유명해졌다. 영화 빅쇼트의 원작이 마이클 루이스의 “빅 숏”이다. 이 책에서는 영화에서 보다 더 자세하게 마이클 버리를 소개한다.
마이클 버리의 이미지는 서브프라임 당시의 이미지보다 2020년 이후 코로나시대 저금리 유동성 버블 장세에서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당시 마이클 버리는 급격하게 오르는 일부 주식을 공매도 하면서 버블을 경고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이클 버리의 투자를 공매도만 한다고 오해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는 대중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의외로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멍거는 대중을 따라간다면 대중과 같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초과수익을 원한다면 대중의 생각을 거스를 수 있어야 한다. 버리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례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빅숏에서는 버리 뿐 아니라 등장하는 다른 사람들 역시 대중과 반대로 행동한다. 이들이 금융위기를 맞췄기 때문에 결과를 냈다는 사실은 맞지만 꼭 상승장에서 하락을 예측해서 숏으로 포지션을 잡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버블 장세가 찾아오면 많은 사람들이 숏을 포지션으로 잡는다. 물론 그들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가가 펀더멘탈을 무시하고 적정가격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자리한다면, 높은 확률로 주가는 평균으로 회귀한다. 하지만 어디까지 버블이 지속될지는 아무도 알 지 못한다.
1996년 당신 연준 의장이었던 엘렌 그린스펀은 당시 높은 주가를 보고 비이성적인 과열이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어떻게 됐냐고?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주가는 역사상 가파르게 올랐다. 우리는 이를 IT 버블 혹은 닷컴 버블이라고 부른다.
만약 당신이 1996년 비이성적인 과열로 높아진 주가를 보고 숏 포지션을 잡았다면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조지 소로스는 버블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펀더멘털보다 높게 형성되는 주가는 분명한 오류다. 하지만 기업의 펀더멘털을 주식시장이 바꿀 수 있다. 기술이 뛰어나지만 실적이 미비했던 기업이 시장에서 먼저 주목받으면 해당 기업의 실적이 주가를 따라가기도 한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주가의 괴리가 좁혀지는 것을 두고 조지 소로스는 재귀적 피드백이라 불렀다.
버블 – 검증 – 조정 – 버블 – 의심 – 검증실패 – 폭락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버블과 다르게 재귀적 피드백 버블은 버블 > 버블 – 검증 – 조정 – 버블 – 의심 – 검증통과 – 하이퍼 버블로 이어진다. 그래서 숏 포지션은 조심해야 한다.
마이클 버리가 처음 주택시장에 문제를 느끼고 주택시장 붕괴에 큰 포지션을 잡은 것이 2006년이다. 실제로 버블이 붕괴된 것은 2008년이다. 그동안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프리미엄을 지불했을 뿐 아니라, 그의 펀드 투자자에게 환매요청과 고소를 당하기까지 했다.
대중을 거스르고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것은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버리 입장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그렇지 못한 수많은 반례가 투자시장에는 존재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 대중을 거스르는 행동 자체가 인간에게 두려움을 선사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진화됐다. 남들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오래 살아남았고 후손을 만들었다.
애석하지만 선조들이 겪었던 생존방식이 현대 자본주의 시장과는 썩 맞지 않는다. 자신의 두뇌를 이겨내고 반대로 투자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낸다.
제이슨 츠바이크의 말처럼 아이디어는 하품처럼 전염성이 있다. 남들을 따라하려는 본능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따라하게 만든다. 하지만 투자에서 초과수익을 얻으려면 당연하게도 마이클 버리의 말처럼 이례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버리의 말을 곱씹어 보면 모든 대중이 돈을 벌고 있는 시장은 가끔 찾아오지만 정상적인 시장이라고 볼 수 없다. 주식시장이 제로섬 게임은 아니지만 모든 대중에게 부를 영원히 안겨줄 시장도 아니다.
이례적인 투자자가 성공을 거두는 시장이 정상적이다. 만약 모두가 돈을 벌고 있다면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어떤 일이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면, 결국 끝나기 마련이다”.
-허브스타인-
매번 시장은 그렇게 흘러왔다. 모두가 돈을 버는 순간을 오래 두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권의 기억은 극단적으로 짧다. 모든 위기가 언제 찾아왔는지 살펴보면 명백하게 답이 나와있지만 늘 새롭게 받아들인다.
한가지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절대로 부정론자나 폭락론자가 아니다. 현재의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곧 큰 폭의 하락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확률적으로 오를 확률이 높겠냐 내릴 확률이 높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전자에 더 가깝다.
하지만 나는 오래 투자하는 사람이다. 장기투자가 아니라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투자자가 되고 싶다. 하락을 기다리지는 않지만 욕심을 조금씩 거둬들이고 있다. 단순하게 대중을 거스르고 싶어서는 아니다.
나는 장기적 낙관론자다.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고 닥친 어려움보다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에 맞게 투자를 하고 있다. 장기적 낙관론에 확신을 가지려면 단기간의 진폭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어찌 매일 좋을 수만 있겠는가? 좋은 시절이 있었다면 괴로운 시간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런 순환이 자연스럽다. 나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비록 내가 조금 빨랐을지라도 나는 그런 자연스러움을 지켜나가는 투자자가 되고 싶다.
마이클 버리처럼 어떤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자신이 보는 뷰에 거액의 돈을 배팅할 배포는 내게 없지만 지속되는 파티에서 먼저 발을 빼고 빠져나올 수 있는 절제심은 가지고 있다.
마이클 버리가 말하는 이례적인 투자자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그가 말하는 대중의 모습은 아니기를 바란다.
빅숏
-마이클 루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