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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내기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마르쿠스듀소토이-

by 폴리래티스

독서조각


불확실성은 불안을 일으킨다. 그래서 인간은 불확실성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불확실성은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예언과 예측을 했다. 모든 시대에 예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모든 시대에 예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의 모든 사건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일어나는 확실한 사건, 대부분 동일하지만 가끔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있음직한 사건, 그리고 우연히 일어나는 미지의 사건이다.


투자자인 우리는 미래의 주가를 알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미래의 주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세번째, 우연히 일어나는 미지의 사건에 속할 것이다.


다음은 기독교 신학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우연히 일어나는 사건은 원인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시간과 장소는 오로지 신만이 알 수 있고, 인간은 그 원인을 절대 알 수 없다” 고 말했다. 여기에는 신의 뜻 만이 존재하며 인간의 자유의지도 끼어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다시한번 좌절할 수밖에 없다. 미래의 주가는 신만이 알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16세기 이탈리아 도박사 지를라모 카르다노는 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숫자를 알아 맞히려고 노력했다. 만약 그가 성공한다면 투자자가 미래의 주가를 맞추는 것도 불가능한 영역이 아닐지 모른다. 그는 모든 경우의 수를 조사했고 확률로 접근했다.유능한 의사이지 약사 그리고 수학자였던 카르다노는 결국 부모님이 물려주신 막대한 재산을 모두 주사위 게임으로 탕진했다. 그는 자신이 죽는 날까지 예견했는데, 예견한 날이 되자 자살했다. 자신의 예견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못했다. 죽기전까지 그는 주사위 게임에 대한 책을 집필했다.


프랑스의 한 도박사에게 우연히 주사위 문제를 접한 파스칼은 당대 최고 수학자였던 페르마와 함께 주사위의 결과를 맞히는 연구에 몰두했다. 이들은 미래를 예측해 손을 떠난 주사위의 숫자를 정확하게 맞히는데 실패했다. 다만 카르다노가 연구했던 확률을 기반으로 더 확률이 높은 방법을 찾았다. 주어지는 보상과 대가를 비교하는 것이다.


유명한 파스칼의 내기가 여기에서 탄생했다.


만약 당신에게 신을 믿을 것인가? 신을 믿지 않을 것인가? 하는 두가지의 선택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유리한가? 이때 네 가지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신을 믿는다고 말했을 때 실제로 신이 존재한다면 천국이라는 최고의 보상을 받는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손해볼 것이 없다.


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신이 존재한다면 최악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득과실을 계산했을 때 신을 믿는 것이 현명한 대답이다. 이것이 파스칼이 내세운 주사위 해결법이다. 어떤 경우에도 보상과 대가를 따져 더 이득인 곳에 돈을 거는 것이다. 현대 카지노는 확률이 50:50이라도 뱅커 수수료가 존재하기 때문에 장기로 보면 결국 확률적으로 불리하다. 파스칼은 현대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는 파스칼과 페르마의 해결책에도 만족할 수 없다. 결국 확률적인 투자를 해야한다는 말인데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비하면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자 다음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뉴턴이다. 뉴턴과 같은 천재라면 어쩌면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1665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하던 뉴턴은 유럽 전역에 흑사병이 퍼져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뉴턴은 2년간 고향집에서 칩거하며 고뇌에 빠졌다.


1666년은 과학계에서 기적의 해로 부른다. 집에서 고뇌하던 뉴턴은 새로운 수학 도구를 개발했는데 바로 미적분학이다. 뉴턴의 미적분학과 운동법칙 덕분에 모든 입자의 운동을 알낼 수 있었다. 잠깐만 생각해보자. 만물의 입자의 운동을 알아낼 수 있다면, 입자의 다음 위치도 알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것은 바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뉴턴 사후 태어난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는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는 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의 우주는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의 원인이다… 중략 …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까지 주어진다면 우주에서 가장 큰 천체와 가장 작은 입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만물의 거동 방식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서술할 수 있다. 이때가 되면 우주에는 불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으며 모든 미래는 과거처럼 자신의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정작 뉴턴은 자신의 방정식으로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 한 도박사가 뉴턴에게 주사위 도박에서 이기기 위해 조언을 구했다. 뉴턴의 해결방식은 파스칼을 내렸던 해결방식과 같았다. 확률적 우위를 가진 게임을 하라고 말했다.


뉴턴과 파스칼은 정작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 파스칼은 미래와 현재 사이에는 무한대의 혼돈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론으로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플라스 시대로부터 100년뒤 185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 역시 라플라스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 그는 물리 법칙은 수학적이고 수학 법칙을 따라가면 이 세상을 관장하는 물리 법칙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뉴턴의 방정식으로 우주만물의 움직임을 알아낼 수 있다고 자부했는데 왜 실제로 알아내지 못했을까?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가 생긴다.


문제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해서 화제가 됐던 소설 삼체의 주제인 삼체문제 때문이다. 뉴턴의 방정식으로는 두 천체의 움직임은 알아낼 수 있다. 두 천체는 공통의 질량 중심인 초점을 중심으로 타원 운동을 하며, 새로운 힘이 개입되지 않는 한 똑 같은 운동을 영원히 반복한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의 행성을 더 추가했을 때 뉴턴은 자신의 방정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이 삼체문제다. 태양과 지구에 달만 추가해도 방정식의 변수가 18개로 늘어났다. 뉴턴은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 모든 운동에 원인을 동시에 고려하여 정확한 궤적을 계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실수한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 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왕인 오스카르 2세는 평소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60번째 생일 수학문제 몇 개를 냈다. 이를 푸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공표했다. 그 문제들 가운데 태양계의 움직임에 관한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태양계는 시계처럼 안정된 시스템인가? 아니면 미래의 어느 날 행성들이 나선 궤적을 그리며 어디론가 사라지는가?”


앙리 푸앵카레는 자신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삼체 문제에 바로 몰두했는데 뉴턴처럼 그도 쉽게 풀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을 달리했다. 두 천체와 하나의 미세한 먼지를 대입한 것이다. 먼지도 하나의 입자이니 천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뉴턴의 방정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냈다. 그 덕에 오스카르 2세의 상금은 푸앵카레의 차지가 되었다. 그는 이후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수학자가 됐다.


이후 왕립협회에서 특별판을 준비하는 도중 문제점을 하나 발견했다. 수학에서 증명은 모든 가정에 대입해도 완벽해야 했다. 푸앵카레의 증명에 논리상 공백을 발견한 왕립협회는 푸앵카레에게 공백을 메워달라고 전달했고 푸앵카레는 즉시 이를 수정했다. 그리고 푸앵카레는 자신의 엄청난 오류를 발견하고 말았다. 초기 설정 값을 아주 조금만 변경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그는 즉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아주 미세한 오차도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 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푸앵카레 마저 태양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푸앵카레는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는데 몰두했고, 결과로 카오스 이론을 만들어 냈다.


투자자는 이제 좌절해야 할 것 같다. 푸앵카레의 카오스 이론 개념으로 인하여 우리가 알아 낼 수 있는 것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미래 주가 예측도 카오스속에 있다. 아주 작은 조건만 변해도 시장은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투자조각



미래의 주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정말 꿈 같은 일이다. 단 5분 앞의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상상할 수 없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살펴봤지만 미래의 주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얼마나 유사하게 예측할 수 있는가? 예측이 틀렸을 경우 얼마나 큰 손해로 이어지는가? 예측이 틀렸다면 수정해서 다음에는 맞출 확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 지속적으로 예측이 성공한다면 다음 예측이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지속적으로 틀리는 예측이 있다면 다음번에도 틀릴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거의 모든 투자자는 예측을 하지만 예측한다는 행위를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가? 예측에 성공하거나 틀렸을 경우 스스로에게 어떤 피드백을 주고받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주가를 우연히 일어나는 미지의 사건으로 치부하자면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 성아우구스티누스처럼 오직 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어도 기도 외에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고려하지 않기로 한다.


라플라스의 결정론적 사고 역시 결국 아무도 풀지 못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푸앵카레는 오히려 자신의 주장과 정반대되는 카오스 이론을 발표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투자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파스칼과 페르마의 방식으로 접근해보자. 그들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주어진 조건에서 가장 유리한 확률은 무엇인가에 집중했다. 적은 빈도로는 확률에 수렴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원칙을 지키며 투자한다면 장기적으로 확률에 수렴한다.


그렇다 우리는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은 먼저 찾아야 한다. 이것이 가설이다. 그리고 우리는 가설에 맞게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가설을 원칙으로 삼아야 정확한 확률을 구할 수 있기에 가설은 여러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모인 결과를 수정하며 확률을 높이는 검증의 단계를 거친다. 투자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의미한 확률을 구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원칙삼아 투자한다면 예측이 불가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매번 뻔한 결론이 도출된다고 느낄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뻔한 것을 지키는 일이다. 가장 어렵기에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적절한 가격조건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나는 물론 여러가지 방향으로 투자를 하지만 그 중에서 메인으로 투자하는 방법론이 있다.


1. 안전마진을 반드시 확보할 것

2. 사업성을 볼 것

3. 철저하게 분할매수로 접근할 것


이 세가지 조건을 반드시 지킨다. 간단해 보이지만 많은 디테일이 필요하다.


1번 안전마진은 단순하게 주가가 싸다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 나도 처음에는 이 부분에서 많은 실패를 맛봤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안전마진이 주어지지 않는다. 오래 보아야 한다. 내가 아는 회사가 떨어지는 것과 떨어진 회사를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시간도, 손도 많이 소비된다. 중요한 것은 무포지션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회사의 안전마진이 확보될 때까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무포지션으로 견딜 수 있다면 그 회사의 파동도 견딜 수 있다.


2번 사업성은 1번과 이어지는 이야기다.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은 다르다. 좋은 회사를 사는 것도 좋지만 수익을 내기위해서는 좋은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주가가 떨어진 회사에는 각각의 이유가 있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주가가 떨어졌다고 덥석 매수 했다가는 오랜 시간 기회비용을 날리게 된다. 회사의 사업성을 봐야 한다. 회사가 속한 산업의 사업성을 봐야 한다.


3번은 쉬우면서 지키기 가장 어려운 내용이다. 안전마진과 사업성이 확보된 회사를 매수하는데 있어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분할 매수는 수익률에 마이너스가 된다. 그럼에도 철저하게 분할 매수하는 이유는 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좋아하지만 투자자인 나를 믿지 않는다. 실제로 어떤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때 그 상황에서 내가 취할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오만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자신이 컨트롤 하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에 놓이면 친절함은 사라지고 분노를 마주하게 된다. 순간의 감정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고나면 별거 아니었음을 알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그런 상황에 처하면 달라진 것은 없다.


어차피 오르는 종목이라면 물려도 상관없어 라는 마인드는 실제로 물리는 상황에서 도움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할 매수는 이런 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철저하게 100분할로 매수한다. 1억을 매수한다면 100만원씩 100번을 매수한다는 의미다. 기간은 어떤 시기에 어떤 종목을 매수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렇게 철저하게 분할 매수로 접근했을 때 대부분의 경우 매수가 끝나지 않았을 때 주가가 올랐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분할 매수가 손해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애초에 분할 매수로 접근하지 않았다면 그 구간에 도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수익률이 조금 깍이지만 충분히 수수료로 생각하고 감안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업투자자로 살면서 가장 높은 확률을 보인 투자 방법론이다. 아직도 피드백하며 수정하고 있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마르쿠스듀소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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