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터널 시야에 빠진 사람들

판단의 버릇 -마이클 모부신-

by 폴리래티스


독서조각


“(판단할 때) 우리는 자신의 지식과 지각, 단어와 문장의 의미, 그리고 그것이 표현하는 명제의 중요성을 이용한다. 사실 우리는 온갖 가능성을 생각하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한다. 그러고는 우리가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멘탈 모델로 각각의 가능성을 표현한다.”


사람들은 그럴듯한 것에 만족한 채 다른 것은 보지 않는 버릇이 있다. 왜 그럴까? 사람들이 내리는 판단에 어떤 버릇이 숨어있어서 터널 시야가 되는 걸까?


우선 첫번째로 닻내림 효과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사람들이 닻 내림 효과 때문에 편향성을 띈다고 말한다.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말하는 닻 내림 효과란 판단을 내릴 때, 사람들은 종종 특정한 정보나 특성(닻)을 <시작점>으로 삼는 것이. 그러고는 필요에 따라 그 시작점을 중심으로 약간의 미세 조정을 거쳐 최종 대답을 제시한다.


여기서 편향성이란, 사람들이 어딘가에 일단 한 번 닻을 내리면 충분한 조정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그래서 빗나간 대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최종 대답 또한 처음 닻을 내린 지점에서 매우 가까울 수밖에 없다. 자신이 처음 닻을 내린 지점이 합리적인 곳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말이다.


사람들은 일련의 전제를 갖고 그것을 바탕으로 추론한다. 그래서 결국 자신이 세운 전제들과 양립 가능한 것만 고려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전제를 바탕으로 가능하다고 믿는 것만 생각기에 본인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게 된다. 충분히 선택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버려두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떤 문제와 마주했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문제를 판단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이 문제를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느끼고,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누군가 문제에 의도를 내포한다면 우리는 그것에 너무나 쉽게 속아넘어가게 된다.


사람들은 외부현실을 머릿속의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이는 신속하게 만들어져서 복잡한 추론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만,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경우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확률과 통계에 의존해서 판단하지 않고 어림짐작에 의족해서 판단을 내리기에 우리는 한번 닻을 내린 지점에서 멀어지기 어렵다.


마이클 모부신은 이 책에서 터널 시야에 빠지지 않게 도와줄 4가지 방법에 대해 말해준다.


1. 대안들을 충분히 고려할 것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취할 수 있는 차선책과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 마지노선을 알고 협상장에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하면 유리하게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협상 중 당황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2. 반대 견해를 구하라

실천하기 어렵지만 우리의 판단이 언제나 틀릴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보는 견해와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을 항상 곁에 두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그런 의견을 찾아서라도 봐야 한다. 알고리즘에 갇히면 안 된다.


3. 과거의 판단을 기록하라.

기록은 사후 확신편향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이럴 줄 알았어” “나는 미리 알고 있었어” 와 같이 일이 일어난 후에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고 착각한다. 사후 확신편향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메모해 두는 것이다.


4. 감정이 격할 때는 판단을 유보해라

우리가 내리는 판단은 많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 학습, 지식, 그리고 그때그때의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자신의 감정이 격해져 있을 때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마라.




독서조각


투자자는 종종 닻 내림 저주에 빠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종목들의 기준점을 세운다. 물론 여러가지 요인을 분석해 적절한 근거로 기준점을 만들 수 있다. 기준점이란 특정 가격을 의미하고 그 가격을 기준으로 싸다, 비싸다가 결정된다.


문제는 한번 정해진 기준점에서 미세하게 조정될 수는 있지만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은 불확실하고 매우 변동적이지만 한번 결정된 기준점은 크게 수정되지 않는다. 이때 우리는 잘못된 판단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투자자라면 이런 경험이 한 번씩 있을 것이다.


괜찮은 수익을 올려서 해당 종목을 매도해 수익을 실현하고, 가격이 떨어진다면 다시 매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가는 계속 오른다. 당신은 매도했던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선뜻 매수하지 못한다. 모든 조건이 달라졌음에도 매도했던 가격이 당신의 기준점이 됐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테런스 오딘 교수와 주닝 교수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하고 다른 주식을 매수했을 때, 매도한 주식과 새로 매수한 주식의 수익률 변화를 연구했다.


애석하게도 새로 매수한 종목의 수익률이 매도한 주식의 수익률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자신이 매도했던 주가를 무시하고 더 높은 주가에 매수하는 것이 새로 매수하는 종목의 수익률보다 더 높았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다.


이처럼 투자자에게 닻 내림 효과는 낙인과 같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투자자는 관심종목의 많은 주식들을 넣어두고 이 가격이 오면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말한다.


시장의 상황은 변했다. 승승장구하던 시장은 속절없이 떨어진다. 그때 눈에 관심종목의 주가가 그 가격에 도달한 것을 보았다. 주저 없이 매수버튼을 누르지만 떨어지는 칼날을 잡은 것과 다름없다. 시장의 상황이 변했다면 매수 기준점도 변경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떨어지는 주식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많은 투자자들이 일명 “바이 더 딥(Buy The Dip)”이라 불리는 투자방식을 선호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사는 전략이다. 희망에 팔고 공포에 사라는 오랜 격언에 잘 맞는 투자방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떨어지는 주식은 계속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별다른 계획도 없이 단지 주가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매수한다면 주가가 떨어졌을 때 버틸 명분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대개의 주식들은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음의복리 때문에 쉽게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다.


하지만 문제는 바이 더 딥 전략이 꽤 잘 먹힌다는데 있다. 그래서 차트를 보면 전형적인 주가의 움직임으로 보이기도 한다. 바이 더 딥 전략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투자자는 장기투자보다 단기차익을 노리고 접근한다. 그렇기 때문에 10번을 성공해도 단 한 번의 폭락에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당신은 <전형적>이 아닌 <이례적>인 일들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제롬 그루프먼-


바이 더 딥 전략은 잘만 사용한다면 훌륭한 투자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확신편향과 사후확신편향 그리고 닻 내림 저주에 빠져 있다면 최악의 투자 방식이 될 것이다.


마이클 모부신의 조언을 투자에 적용해보자.


1. 대안들을 충분히 고려할 것

매수하기 전에 충분히 많은 대안들을 고려해볼 수 있다. 투자 수단이 될 수도 있고, 투자 방식, 투자 산업, 투자 종목, 투자 금액까지 말이다. 투자에서 원칙은 상당히 중요하지만 원칙과 고집을 헷갈려서는 안 된다.


2. 반대 견해를 구하라

알고리즘에 빠지지 마라. 미디어의 목표는 당신이 단 1초라도 더 머무르게 만드는 것이다. 당신을 1초라도 더 머물게 하려면 당신이 좋아하는 정보만을 보여주면 된다. 그것이 알고리즘이고 당신은 이제 보던 것만 보고, 듣던 것만 듣고, 하던 것만 하게된다.


자신이 옳다는 함정에 빠지지 말자. 알고리즘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말고, 특정 산업과 종목, 그리고 투자 방식, 투자 수단을 혐오해서도 안 된다.


3. 과거의 판단을 기록하라.

매매일지는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이다. 100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투자를 장난이 아닌 진지한 수익창출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매매일지는 반드시 작성 해야한다. 가급적이면 가계부처럼 적지 말고 일기형식으로 적어야 한다. 당신의 현재 생각, 감정, 판단의 근거를 반드시 일기형식으로 적어두자.


4. 감정이 격할 때는 판단을 유보해라

이 부분은 일본 에도시대의 거래의 신이라 불렸던 혼마 무네히사의 말로 대신하겠다.


“조급한 마음으로 거래하는 것, 이것이 소위 말하는 깡통으로 직행하는 노선이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질수록 거래의 실패율은 높아지고 손실은 거듭되어 자금은 바닥나게 되고 자금이 바닥날수록 극도의 정체성 상실과 혼란, 후회의 감정에 몸부림치게 된다.

자금이 바닥난다는 것은 단순히 주머니에서 돈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금의 고갈과 함께 자신감도 더불어 상실되고 점차 무기력하게 된다. 그래서 이익이 날 거래인데도 자신감이 없어져 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치기 쉽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용기를 발휘해 남은 자금을 몽땅 투입하게 되고, 그때는 이미 기회를 놓친 시기여서 고점에 잡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조금만 가격이 흔들려도 불에 덴 듯이 물량을 정리하고 만다. 이런 식으로 이익이 날 거래도 손해가 나거나 적은 이익만을 취하게 되고, 이와 같은 거래가 거듭되면서 실패거래를 할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기혐오와 자포자기적인 투기심,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 등에 휩싸여 빈번히 부부싸움을 일으키고 심지어 폭력과 이혼 등 최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자기혐오감과 무기력증이 심한 경우에는 목숨을 끊기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거래실패자가 겪는 일련의 과정이다. 물론 어디 거래실패자만 그렇겠는가. 사업실패나 자신이 추구하던 가치가 상실되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심리적 과정이기도 하다.

시세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어서 단기의 움직임에 연연해서는 거래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르는 것도 시장 맘대로 올랐듯이 내리는 것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전반을 살피고 추세를 살펴 추세대로 매매한다면 설사 거래 진입 후 잠시 평가손상태에 처할지라도 곧 손실은 회복되고 이익이 누적될 것이어 서 실패할 일이 적다

마음이 지어내는 온갖 허상에 휘둘리는 자신을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면 매매의 충동을 이겨낼 수가없다. 매 매의 충동이 일어나는 것은 마음속에서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한걸음 물러서 자신을 바라보라”


9788993178654.jpg


판단의 버릇

-마이클 모부신-

keyword
화, 목, 토 연재
이전 04화누군가는 혐오를 팔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