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실리콘밸리의 급여 체계에 대하여 조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 급여 체계가 실리콘밸리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또 이곳에서도 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음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일단 급여가 들어오는 주기부터 이야기해보겠다. 통상 한국에서 급여라고 하면 월급이라고 매달 일정한 날짜에 지급받는다. 이곳에서는 조금 특이하게 2주에 한 번씩 급여가 들어온다. 엄밀히 따지자면 월급이 아닌 2 주급, 인 셈이다. 이러한 주기로 급여가 들어오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매달 월급이 들어오던 하루만 설레었던 이전과는 달리 한 달에 두 번이 조금 설레는 기분이라 이 시스템이 싫지는 않다.
여기는 보통 연봉이라고 하면 TC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는 "Total Compensation"의 줄임말로 기본급 (Base Salary), 보너스, 주식 (RSU, 또는 Restricted Stock Unit)을 합친 총연봉의 개념이다. 물론 세전의 개념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는 특히 연봉에서 주식의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RSU의 금액을 TC에 꼭 포함시킨다.
RSU는 Restricted Stock Unit의 줄임말로써, 쉽게 말하면 회사에서 지급하는 자사의 주식을 뜻한다. 보통 회사에 입사할 때 얼마의 RSU를 지급받기로 계약을 하고, 이는 보통 4년 (어떤 회사는 3년)의 기간을 통해 일정한 주식이 내 소유가 된다 (혹은 "vest" 된다고 한다). 예컨대 내가 RSU 100주를 받기로 했다면, 1년을 근속하면 25%인 25주가 vesting 되고, 그로부터 분기별 혹은 반년에 한 번씩 나머지 RSU가 일정 비율 vest 된다 (즉 첫 1년 동안은 RSU가 하나도 vesting 안 됨). 따라서 4년을 근속할 경우 입사 시 받기로 한 100주가 모두 vest 되는 시스템이다.
또한 RSU는 입사될 때만 받는 것이 아닌 포지션 및 개인 퍼포먼스에 따라 매년 고과 평가를 할 때 새롭게 RSU을 주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매번 vest 되는 RSU는 각각 다른 금액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입사할 때도 RSU를 받고 입사 후 1년 뒤 고과 평가 시에도 또 RSU를 받았다면, 고과 평가 시 받았던 RSU는 그 시점으로부터 1년 이후에 그때 받기로 한 RSU의 25%가 vest 되는 것이다. 이 때는 이미 입사하고 2년이 되었을 시점이기 때문에 입사 시 계약했던 첫 RSU에 대해서는 이미 2년 치를 받고 있을 때 이기도 하다. 이렇게 매년 고과 평가를 할 때 RSU를 새롭게 받게 된다면 해당 회사에 오래 다닐수록 회사 주식이 계속 쌓여간다. 참고로 RSU가 vest 되었다는 것은 내 소유가 되었다는 것이므로 언제든 팔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고*, 현금화를 할 수 있다.
* 회사마다 주식 Black out period라고 RSU가 나의 소유가 되었더라도 팔 수 없는 기간이 있는 회사들도 있다. 이는 임직원이 회사의 정보에 대해 알 수 있는 확률이 있으므로 보통 회사의 어닝 보고가 끝나고 나서 일정한 기간에만 자사주를 사고팔게 법률적으로 허락한다.
이렇게 RSU를 지급하고, 또한 이러한 일정한 비율로 주는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먼저 자사의 주식을 보상의 한 개념으로 함으로써 회사에 큰 소속감을 느끼고 더욱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가 된다. 회사의 주식 가격이 곧 나의 보상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회사 주식에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약 4년 정도 대기업을 다녔을 당시 나는 그 기간 동안 회사 주식을 사지도 않았을뿐더러 주식의 상황에 대해 크게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다. 물론 내가 다니는 회사의 주가가 올라가면 좋았지만 내가 직접 소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가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는 확실히 회사의 주가가 나의 연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하다못해 업무를 할 때도 나의 업무가 주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잠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고, 확실히 좀 더 애사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동기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RSU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직급이 올라가도 기본급은 RSU만큼 크게 오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4년에 나눠서 RSU를 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우선 고용한 직원이 4년 내에는 회사에서 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전 직장에서는 아직 vest 될 RSU가 많이 남아서 적어도 이 시점까지는 이직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 동료들도 꽤 있었다. 이미 받기로 한 RSU가 있다면 그 부분은 다 받고 싶은 마음은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이직할 때 새 회사가 정말로 어떤 사람을 뽑고 싶다면 현 직장에서 vest 안 된 주식만큼을 사인온 보너스 등으로 주기도 한다. 그래서 새로운 직장과 보상을 협상할 때에 이러한 부분도 이야기한다고 들었다.
또한 4년 내에 승진을 하지 않거나 퍼포먼스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초기 4년 이후에는 더 이상 vest 될 RSU가 없거나 적게 되는 상황이 된다. 그런 경우에는 4년이 지난 후에 기본급과 보너스만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TC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직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이는 저성과자일 확률이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이직을 하는 것을 내심 반길 수도 있을 거 같다. 즉 직원이 계속 열심히 일하길 바라는 회사의 입장에서 주식을 4년에 걸쳐서 주는 이러한 체계가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TC (총 연봉)의 일부라고는 보기 힘들지만, ESPP라는 Employee Stock Purchase Plan, 즉 자사주를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직원이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꼭 참여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회사가 이러한 옵션을 주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는 전 직장에는 ESPP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여하였고, 현 직장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은 지원하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 직장의 경우 나의 급여에서 최대 15%로까지, 자사주의 15%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물론 급여의 1%에서 15%까지 참여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다면 참여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자사주가 15%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면 무조건 이득인 경우로, 참여하는 동료들이 많았다. 이렇게 매입한 주식도 RSU와 마찬가지로 Black out period가 아닌 시기에는 자유롭게 팔 수 있다. 다만 어느 시점에 파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자 세금에 대해 잘 알아보고 파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실리콘밸리는 일반 월급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직원에게 보상을 해 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참고로 나는 상장되지 않은 스타트업을 다닌 적이 없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생태는 잘 알지 못한다. 스타트업은 아마 조금 다른 별도의 급여체계가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 편에서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꼭 돈만이 아닌 그 외의 여러 가지 훌륭한 복지도 존재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 또한 이곳의 특유의 문화가 아닐까 싶다. 성과와 보상이 확실하게 이루어져 칼 같은 느낌이기도 하지만 또 정서적으로도 지원을 많이 해 주기 때문에 그 중간의 균형을 잘 이루어 지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