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못할 것 같아요!
이 동화는 감수성에 한껏 젖은 대학교 4학년 시절,
사춘기 겸 오춘기였던 내가, 눈물을 머금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쓴 글이다.
나는 동화속 토토처럼 살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누군가는 오글거린다 할테고,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22살때의 나는 정말 죽도록 슬펐으며, 정말 죽을만큼 선생님이 하기 싫었다.
겨우 12살밖에 안된 친구들이
어려워요
저는 바보라서 못해요
아마 안될 거예요
어차피 전 성공 못할 거예요 하며 시무룩해진 걸 보면, 안아주고 싶을 만큼 안쓰러우면서도, 동시에 참을 수 없이 화가 솟구쳐서 매번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이상했다.
허허실실 낭창한 인간인 내가 왜 유독 저 말들에만 머리끝까지 화가 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죽기보다 인정하기 싫지만.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시무룩해하는 아이들한테서 나를 보았다. 남들이 비웃을까 두려워하고, 안될 거야 걱정하던 12살의 나. 적당히 타협한 꿈을 애써 만들어 낸 뒤 끝내 이 정도면 괜찮다 자조하던 19살의 나.
'도전해봐, 가끔은 틀려도 돼, 실패해도 돼'라고 아이들을 위로할 때마다, 정작 내 마음은 아렸다. 쓰린 마음에다 대고, 아직까지 쓸데없는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이냐고, 철이 없다며 자책했다.
이제 나는 대개 행복하다. 완벽히 괜찮아졌다 라고 확신했지만 아니었나 보다. 99번의 괜찮은 밤이 지나고 나면, 참을 수 없이 슬퍼지는 하루를 못 본 척 견뎌야 했다.
애써 괜찮은 척하지 말고. 하루 정도는 마음껏 후회해야겠다.
실패해도 괜찮은 것처럼, 가끔은 후회해도 괜찮다.
아이들을 위로해주는 것처럼, 가끔은 나도 위로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