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날씨가 너어어어무 좋다. 차 안에 갇혀 창 밖만 보며 출퇴근하기에는 하루하루가 아까울 정도로 날씨가 좋다. 요 며칠 퇴근길에 자전거를 굴렸다. 온 세상이 벚꽃 천지다. 세상 이렇게 기분 좋은 날이 요 근래 있었던가? 날씨는 참 신기하다.
생각해 보면 계절 내내 초록빛 나무가 분홍색으로 변한다는 것 자체도 무척이나 신기하고 설레는 일 아닌가 싶다. 팝콘 마냥 뭉게뭉게 나무에 붙어서 말이지. 왠지 조심스레 톡 만지면 찰흙처럼 말랑할 착각에 빠지곤 한다.
떨어질 때는 또 얼마나 사람을 설레고 아쉽게 하는지. 봄바람에 날리는 분홍 꽃비라니? 인간이 봄을 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게다가 벚꽃이 떨어지면 그것이 곧 더위의 시작이니...! 벚꽃 잎이 맺히고 떨어지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그 일 년 중 짧은 열흘이 크리스마스보다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한 달 내내 벚꽃을 보기 위한 담임의 불순한 욕망
여하튼 간에 내가 봄날 감성에 대책 없이 빠져버렸다는 이야기다. 덕택에 애들은 고생 좀 했다. 4월 한 달 내내 벚꽃을 보기 위한 담임의 약간 불순한 욕망은 그들을 벚꽃 모자이크 노동의 세계로 이끌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이 아프다고 빽빽대는 아이들을 2시간 내내 유튜브 봄노래로 회유했다.
"얘들아 선생님은 비슷한 색을 배색함으로써 나타나는 효과와 모자이크 기법의 실제, 그리고 미술을 대하는 바른 태도에 대해 가르치려 했을 뿐 다른 뜻은 없단다?"
아이들아!
잘라라!
붙여라!
그려라!
예술의 세계란... 원래 고통인 것이야!
하루 만에 강제 노동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선생님!!!!!!!!!! 꽃잎 날려요!!!!!! 와아아아--"
"그래~ 꽃잎이 날............. 뭐????!!!!!!!!!"
벚꽃잎...이라고 상상하고픈 색종이 가루.. 젠장.
오 마이 갓. 환기를 시킬 때마다 벚꽃 잎이 흩날리기 시작한다(그나저나 2023년에 학교 마룻바닥 웬일이니..). 애들이 얼마나 많이쪼꼬맣게도 잘라놨는지 마루 사이사이로 쏙! 들어가서 잘 빠지지도 않는다. 큰일이다. 한 달 내내 꽃잎 청소 하게 생겼다. 뭐 어쩌겠나~ 로맨틱 벚꽃길이라고 생각하고 치우는 수밖에?!
그러니 봄날의 벚꽃잎들아.. 바람에 휘리릭 가버리지 말고 하루만 더 설레게 붙어있어 주렴. 봄날을 더 느끼고 싶어서 그런 거지 절대 다른 뜻은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