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게 죄인같이 느껴진다는 것

by 윤슬

"나 제주도에 가서 살고 싶어"

나에겐 중요하고 큰 결심이었던 이 한마디가 한편으로는 불편하고 어려웠다.


내가 지금 제주도에 일자리를 구하고 정착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많은 않았다. 쉽게 생각해보면 가고 싶으면 가는 건데 그 사이에 많은 것들이 걸리고 고민하게 하는 것들이 있는 게 당연한 거다. 그렇다면, 그렇게 나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년에 한 달 살기를 하러 가서 아예 정착을 하려고 일자리를 구했던 적이 있었다. 마침 내가 지내고 있는 곳과 가깝고 괜찮은 호텔 자리가 나와서 지원을 하게 됐는데 운 좋게 일을 하게 돼서 여기서 일을 하면서 제대로 정착을 할 준비를 하면 되겠다 싶어 너무 잘됐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나는 입사한 지 2주도 채 안돼서 죄책감을 안고 육지로 돌아가게 되었다.


내가 입사를 하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말을 했을 때 나를 축하해 준 것은 친구들 뿐이었다. 가족들의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고 그것을 알게 된 것은 며칠 후에 가족들이 제주도로 놀러 오기로 한 날이었다. 이 때도 내가 여행 약속을 잡기 전에는 취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이 여행을 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여행 전에 취업을 한 나를 축하해 줄 수가 없었을 거다. 그래도 다행히 이때 맞춰 휴무가 나와서 같이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퇴근한 나를 픽업해서 같이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얘기를 했다. 엄마가 없는 자리에서... 그때 나를 흔들리게 한건 엄마였다. 내가 다시 돌아가게 된 건 오로지 엄마 때문이었다.


언니들은 내가 엄마와 가장 유대감이 높고 잘 통하고 엄마를 옆에서 잘 이해해줄 사람은 나라고 얘기했다. 나는 들으면서 얘기했다. "딸이 나밖에 없어? 언니들도 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큰언니는 결혼해서 분가했고 작은언니는 같이 살고 있어도 엄마한테 나만큼은 못해준다는 말을 했다. 한편으로 나는 엄마가 나에게 의지를 많이 하고 나에게 정을 많이 주고 내가 엄마랑 특히 많은 시간을 보냈구나 라는 뿌듯함이 있었다. 하지만 곧 그것은 부담감과 죄책감으로 바뀌었다. 내가 제주도에 가있는 3개월 동안 엄마가 조금씩 변하고 나에게 속상함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옆에 있을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내가 없어서 엄마가 외로워하고 변했다고 얘기했다. 그중 나를 돌아가게 만든 큰 이유는 엄마가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사실 그 말은 언니들의 추측일 뿐 확인된 것은 아니다. 엄마에게 냄새가 났고 피우는 것 같다고만 얘기를 했다. 또 언니가 퇴근해서 엄마만 있는 집에 들어오면 보지도 않는 TV를 켜놓고 왜 켜놓냐고 하면 아무도 없어 허전해서 켜놓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내가 3개월 없었는데 엄마가 이렇게 외로움을 타고 허전해한다고? 다 나 때문인 것 같고 내가 엄마 곁에 꼭 붙어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족들이 밉기도 했다. 딸이 나만 있는 게 아닌데 왜 나만 그런 역할을 엄마에게 해야 하는지 억울하기도 했고 왜 언니들은 엄마에게 그렇게 못하는지 정말 미웠다. 그걸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나를 제주도에서 데려가려고 그런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리고 제일 축하받고 싶었던 가족들이 아닌 친구들에게만 축하를 받은 것도 속상했다. 가족들이어서 내가 괜한 기대를 했던 걸까... 하지만 나도 이기적이고 엄마를 생각하지 않은 행동을 한 것도 맞다. 한 달만 다녀오기로 했던 제주도를 3개월을 있었고 상의 없이 취업을 해버리고 일하면서 살겠다고 한 것... 나도 가족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렇게 다시 돌아와 육지에서 일자리를 구하며 일을 하고 지금 다시 제주도에 정착을 하게 된 1년 동안 전에 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가족들과도 많이 얘기하고 내가 정말 이곳에 정착을 하며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을 행동을 통해 보여주고 많은 어려움 속에서 말하고 또 말했다. 이제는 예전보다는 나를 존중해주지만 내 마음 한편으로는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나 혼자 이곳에 와서 산다는 것에 완전히 편안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 아직은 내가 정말 가도 되는 걸까? 내가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작은 죄책감이 내 마음 한편에 심어져 있다.


내가 이것들을 극복하고 이러한 마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 그때는 가족 모두가 내가 제주도에 간 것이 잘한 일이라고 인정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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