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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부장 Nov 20. 2021

합이 5수

28년차 회사원의 삶의 일상

많이 속상하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라 고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선뜻 그 위로를 나 자신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아들은 삼수, 딸은 재수 합이 5 수다. 우스갯소리로 재수, 삼수를 고 4, 고 5라 부르기도 한다. 재수는 고등학교를 4년 다닌 셈이 되고 삼수는 5년 다닌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동안 애들 뒷바라지하면서 금전적인 부분은 차지하고라도 정신적인 면에서 더 힘들었다. 그래도 이번엔 잘 될 거야.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아들, 딸을 지켜보고 버텨온 3년의 세월.


21년 11월 18일.

바로 수능일에 그 결실의 열매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다. 고교 시절 착실히 공부도 했고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기에 재수에 이어 삼수한 아들은 이번엔 꼭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수능 치고 온 아들의 얼굴을 보고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채점 결과 평소 치른 모의고사 성적에 비해서도 저조한 성적이 나왔다. 본인도 안타깝지만 옆에서 3년 동안 지켜본 필자의 마음도 한순간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성적이 오르는 걸까. 고3, 재수, 삼수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친구들하고의 어울림도 시간이 아깝다고 만나지 않으면서 오직 공부에만 전념했던 아들인데.

너무 속상하다.


가장 큰 실망의 주인공은 본인이겠지만 아버지인 필자도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차라리 열심히 놀기라도 했으면 덜 서운할 텐데 열심히 하고도 이런 결과를 접하고 보니...

이번 수능엔 필자는 두 명의 입시생이 있었다. 그래서 둘 다 다 잘 되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세상 이치 란 게 100% 잘되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아들은 기대를 했지만 딸은 고교 내신 성적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기대 수준을 아들보단 낮추었다. In 서울 정도 하면 성공이다 라 고 생각했기에 딸을 바라보는 마음은 한결 편했다. 물론 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약간 섭섭할 수도 있었겠지만.


주사위는 던져졌고 그 결과치도 어느 정도 확인이 되었다. 더 이상 물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상황이 힘들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비록 며칠 사이에 이 큰 실망감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그랬던가? 세월이 약이라고. 조금씩 마음을 추서려야 했다.  필자보다 더한 실망을 했을 아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주어야 했다. 그동안 공부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까지 생기고 몸 이곳저곳에서 스트레스에 따른 이상 증세도 나타난 아들의 심적 고통이 충분히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35년 전 삼수라는 경험을 익히 해봤었기에 이 삼수의 과정이 얼마나 힘든가를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다.


과거 필자의 시절과 비교해 볼 때 현재의 입시는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즉 참새를 잡으려고 새총으로도 충분한데 대포를 쏜다고 할까. 아들, 딸의 수능 문제를 한번 훑어보았는데 필자의 능력으론 감히 상상을 초월했다. 수능시험이 학생들의 지적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게 아니라 약 50만 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대학에 떨어뜨리기 위한 문제라고 까지 이해할 정도로 난이도가 있었다. 아직 10대 후반의 학생들에겐 너무 벅찬 수준의 문제라는 느낌도 들었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어 좋은 대학을 간다고 해도 이 어린 학생들이 살아가는데 어떤 도움이 될는지 생각해 봤을 때. 그 대답은 아니다 라고 단호히 말하겠다. 물론 요즘 학생들의 지적 수준이 많이 향상되어 어려운 문제를 출제해야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변별력을 가질 수 있다 라는 말에도 공감은 간다.


그러나 한 예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미국 학생들에게도 수능 영어시험을 치르게 한 결과 10문항 중 5개도 맞춘 이가 없을 정도였다. 당장은 바꿀 수 없겠지만 대한민국의 입시 제도는 가까운 시일 내 가능한 5년 이내 반드시 바뀌어져야 이 땅의 어린 학생들이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보다 자율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즐겁게 대학을 갈 수 있는 그런 날이 꼭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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