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부장의 직장 일기

오야 맘대로 인사 정책 

매년 12월 초가 되면 각종 언론에서 대기업 임원 인사 발표가 있다. 올해도 예외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발표된 임원 인사를 보면서 다른 해 와 달리 유난히 씁쓸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50대 임원은 점차 사라지고 40대 임원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을 보고 5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더 그러했다. 요즘 사회 분위기가 나이 든 분들은 꼰대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만연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든다. 최근에 모 정당의 당대표도 30대가 선출이 되었다. 젊은 사람은 왠지 참신해 보이고 열정적으로 보이는 반면에 50을 넘으면 능력도 실력도 없이 고집만 부리는 세대로 생각되는 현실을 접하면서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세상이 왜 이리 변해 가는지에 대한 반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다.

28년째 회사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필자의 회사도 사회 분위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은 특히 50대는 그들의 능력과 축적된 회사 경험보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조직 개편 시 승진에서 거의 배제되고 있다. 나이를 먹었다 는 게 왜 결격 사유가 되는지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100세 시대 라 고 하는데 이제 50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직책에서 제외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젊은 세대들로 조직의 리더를 만들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글쎄 라는 두 글자만 떠오른다. 임원 승진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하부에 있는 조직의 리더에 대한 인사를 보면서 불합리한 부분을 현업에서 가끔 접하면서 과연 이런 회사에 내 평생을 바치고 일할 직원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8월에 있었던 일이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업부 아래 팀, 팀 아래 파트라는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새로운 파트 신설로 신임 파트장을 물색하는 중 적당한 사람이 있었는데 50대 중반이었다. 인사 담당자는 50대 중반의 나이로 인해 그 사람의 업무 능력, 경험은 전혀 고려치 않고 한마디로 파트장 선임을 취소시켰다. 파트장 자리 검토 대상이었던 그분은 인사의 조치에 아무런 저항 없이 당연히 수용을 했다. 40대가 임원으로 승진하고 사업부라는 큰  조직을 거느리는 마당에 한참 아래 조직의 장을 50대 중반으로 하면 조직의 위계질서 상 맞지 않는다는 관점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올 12월에 발표된 조직에선 50대 부장이 팀장으로 갑자기 선임되었다. 과연 이 상황을 직원들에게 인사 담당자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야말로 오야 맘대로 인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기업 구성원 중 임원은 거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 99%는 평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임원 인사는 어차피 기업 오너의 판단의 몫이고 임원이라는 자리는 정규직이 아닌 임명직이기에 그렇다손 치더라도, 99%의 정규직 직원들은 이렇게 원칙 없는 인사를 보고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회사 업무에 대해 열과 성을 다해서 일하고 싶을까? 나의 노력과 실력과 경험에 상관없이 인사팀 마음대로 행해지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물론 인사 담당자 입장에선 나름 이렇게 결정하게 된 근거가 있을 것이다. 옛말에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라는 말이 있듯이...

그러나 인사는 모든 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확고 불변한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위의 상황을 보고 누가 과연 납득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몇 년 전  국내 모 대기업의 총수께서 정치는 4류, 기업은 2류 라 했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공감을 했다. 정치인들보단 그래도 기업인들이 좀 더 낫다 라는 의미다. 그러나 기업도 여전히 1류는 아득하고 그나마  2류에 머물고 있는 현실임을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위 인사의 한 가지 예만 보더라도 말이다.     

원칙이 없는 오야 맘대로 인 인사 정책, 더 나아가 오야 맘대로의 국가 정책으로 그 조직이나 국가가  운영된다면 그 조직이나 국가의 미래는 한낱 모래 위의 성과 같다. 기업이나 국가 구성원 누구나 인정하는 원칙을 갖고 운영되어야 그 조직의 미래는 보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