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켜는 시간

by Dr Wolfgang H

존재가 인간으로서 불을 켜는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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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이 시절,

그저 먹고, 자고, 싸고, 칭얼대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지만,

그 존재를 인간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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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 보행을 하며,

말을 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어도,

존재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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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회화 과정 속에서

성장해 가며 질풍노도의 시간을 지나

여전히 존재였던 대상이 어느 순간,

지금까지 스쳐간 그 모든 시간들을 모두어

어엿한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발현시키는 시점이 있다.


마치 어둠 가운데 있었기에

대상에 대한 존재인식은 있었으나,

명확한 실체를 알 수 없었던,

그러나 순간 밝혀지는 가로등빛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나는 느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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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두 번을 경험했고,

이번 주에 세 번째 경험을 했다.

존재가 스스로 등을 밝혀

어엿하고 자주적인 인간으로서

자신의 실체를 인지시키고 발현하는

그 놀라운 광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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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동안 자신도 자신을 규정할 수 없었으나,

나름 숱한 시간 속에서 존재가 존재를 인식하고,

규정하기 시작하는 그 시점이었으리라.


아직 온전치 못하지만,

아니 평생을 온전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완성을 향하여 가는

그 실체적 발걸음이 시작됐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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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걸음마가 이른 듯 늦은 감이 있지만,

이 존재들은 나를 거름 삼아

나보다는 조금 더 일찍

더 튼튼하고

더 민첩하며

더 지헤로운 인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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