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마끼끼 Sep 16. 2024

[잡동사니]왕도의 비밀

우리가 가진 위대한 것들...


  대학교 때 나는 도서관에 자주 가지는 않았다.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시험공부하러 도서관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별로 내키지 않았었다. 대신 가끔 시간이 비거나 한가하면 책을 구경하기 위하여 가곤 했다. 넓디넓은 서고에 빽빽이 들어찬 책들을 보면 가끔은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기까지도 하였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나는 꽤나 책을 좋아하고 잘 읽는 아이였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책보다는 만화나 영화로 보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어버렸지만 아직까지도 원작이 주는 감동만큼 그것들이 다 표현하지 못함을 알고는 있다.


  그때 주로 나는 역사에 관한 소설들이 자리 잡은 서고에 자주 갔었다. 거기서 나는 일본 전국시대나 중국의 역사서, 칭기즈칸에 관련된 소설, 니벨룽겐의 반지라던지 롤랑의 노래, 일리아드와 같은 서양사도 접했다. 그리고 그때 최인호의 소설들을 보게 되었다. 바로 [왕도의 비밀]과 [잃어버린 왕국]이다. 


  최인호는 다작의 작가이면서 또한 수작의 작가이다. 그의 수많은 수상작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작품들이 영화나 TV화 되는 것은 얼마나 그의 작품이 대중에게 친근하고 재밌는 것인지를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 기억나는 그의 작품만 해도 [고래사냥], [겨울나그네], [바보들의 행진], [깊고 푸른밤], [불새]에서 비교적 최근의 [상도], [해신] 등에 이르기까지 그는 폭넓은 소재로 정말 엄청난 이야기를 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왕도의 비밀]과 [잃어버린 왕국]이 영화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좀 의아하긴 하다.


  왕도의 비밀은 고구려사, 그중에서도 광개토대왕을 중심으로 펼쳐나가는 이야기이다. 작가가 직접 발로 뛰며 고구려의 흔적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인데 주된 내용은 광개토대왕의 광대한 정복루트마다 나타나는 #문양의 비밀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책 속에서 그려지는 문양의 비밀을 찾아가면서 곳곳에서 접하는 위대한 고구려와 조상들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고 작가의 해박한 역사적 지식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결국 #문양의 비밀은 고구려가 물의 후손임을 나타내는 근원을 설명해 주며 결국 우물"井"으로 귀결된다. 또한 나아가 다빈치코드의 그것과도 같은 모태사상의 신비로움을 암시하는 표시이기도 한 것이다.

  잃어버린 왕국은 고구려, 신라, 백제의 삼국의 형성과 성장, 패망을 그리면서 백제의 후손들이 일본으로 넘어가 새로운 왕국을 세우는 이야기를 이야기해 나간다. 일본 측의 고대사 은폐조작에 의해 이미 수많은 물적근거가 없어진 채 심적근거를 바탕으로 하지만 거기에 광개토대왕비와 칠지도를 물적근거로 하여 당연할 수밖에 없이 일본의 천황을 백제의 후손이자 일본이 바로 또 하나의 백제, 다시 말해 우리의 잃어버린 왕국임을 재조명해 간다. 아울러 작가는 여기서 단순히 국수주의적인 모습이 아닌 분별력 있는 판단력과 근거로 명쾌한 결말을 이끌어낸다.

  얼마 전에 방송사마다 주몽이니 대조영, 연개소문과 같은 우리의 고대사와 관련된 드라마를 많이 해주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흥미위주가 아닌 동북아공정에 따른 우리 대륙사의 위기와 북핵위기에 직면해 있는 우리의 민족적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잃어버린 땅과 왕국을 되찾을 수는 없지만 지금 있는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는 있다. 우리 가슴에 저마다의 찬란한 비밀의 문양을 갖고서 말이다. 


  나에게도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 그리고 이뤄야 할 것도 있다. 하지만 내게 소중한 것을 지키고 이뤄야 하기 위해선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그 강함은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찬란했던 과거에 집착하지 말자. 대신 그것을 기억하고 본받자.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나의 위치를 똑바로 잡자.


  아들아!

  딸아!

  너희들의 뿌리는 나이며, 엄마다. 그리고 정말로 위대한 우리의 조상들이다. 

  바로 너희들이 물의 후손이며 잃어버린 왕국의 주인들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잡동사니]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