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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마끼끼 Oct 14. 2024

[잡동사니]Touch

내 청춘의 로망...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을 보면 항상 똑같다!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등장인물의 생김새나 성격, 극의 전개양상이나 인물의 갈등내용, 배경...등등 거의 대부분이 비슷하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상호간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내놓는 작품마다 작품성이나 흥행성에서 항상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것은 과연 어떤 연유에서일까? 그건 아마도 항상 같은 내용을 담아내더라도 그것이 모든 사람들의 영원한 로망이자 환희의 시간인 청춘을 다루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청년시절(학창시절이라 해도 무방하겠다)의 꿈과 사랑, 그리고 열정에 설레이고 열광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원래 터치는 H1이라는 해적판으로 먼저 보게 되었다. 그리고 H1을 보게된 계기는 H2 해적판을 우연찮게 보게된 후였다. 그만큼 나는 아다치 미츠루를 남들보다 늦게 알았다. 하지만 대신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기다림없이 순식간에 구해 읽을 수 있었다. 아다치를 처음 접하게 된 후 한달 사이에 러프, 일곱빛깔 무지개, 슬로우 스텝, 쇼트 프로그램, 진베, 미유끼 등을 쉼없이 보았다.(데뷔작도 봤는데 제목이 가물가물하다. 석양의...모였더라?) 아마 그 시절에 아침일찍 만화방에 나가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담배를 태우며 하루종일 뒹굴거리다가 어둑어둑해지면 슬리퍼를 끌면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을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좀 유치하지만 나름대로 재미나던 시절이였다. 

  그의 작품에는 항상 세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완벽한 여자와 완벽한 남자, 그리고 약간은 덜렁거리고 밝히는 마음이 착한 남자(대부분 완벽남보다는 능력면에서 조금 뒤쳐진다) 그리고 완벽남은 완벽녀를 좋아하지만 완벽녀는 결국엔 완벽남이 아닌 착한 남자를 택한다. 이러한 전형적인 삼각관계는 작품마다 등장한다. 얼굴도 거의 같고 이름만 틀릴뿐인데 항상 그들의 이야기에 미소지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의 삼각관계보다 난 그들의 청춘시절의 로망이 너무 부럽다. 내가 느껴보지 못한 불같은 열정과 찬란한 환희를 보았기 때문인지... 항상 내 학창시절이 후회스럽고 그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곤 했다. 

  타츠야와 카츠야는 쌍둥이며 미나미와는 친남매 이상으로 서로 친한 친구사이이다. 형제는 한여자를 모두 좋아하지만 완벽한 그여자는 완벽한 카츠야가 아닌 그들보단 덜 떨어진 타츠야를 좋아한다. 중간에 카츠야가 사고로 죽게되고 세상에 남게된 둘은 카츠야를 위해,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꿈을 이루어 나간다. 그 와중에 닛타라는 또 하나의 완벽남이 등장하여 미나미를 둘러싼 제2의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타츠야는 동생인 카츠야와 미나미의 꿈을 이루어낸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꿈이기도 했지만... 맨 마지막 장면에 갑자원(해적판에서는 청룡기였다)대회에서 받은 둥그런 상패가 마음에 아련히 새겨졌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을 이루어 준 남자란 거창한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꿈을 이뤘다는 점이 오랫동안 가슴속에서 요동을 쳤다. 이것은 터치의 대략적인 내용이지만 결국은 아다치 미츠루의 대부분의 작품에 적용되는 줄거리라 볼 수 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건 자신한다. 당신이 가슴속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그때 그때 다르다는 것을... 

  나에게는 왜 그들과 같은 청춘이 없었을까? 드라마와 현실이 다르듯 만화라는 허구적 상상력에 의한 차이였던가? 물론 현실과 어느정도의 괴리감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그들만큼의 열정과 꿈과 노력이 있었다고는 절대 자신할 수 없다.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열정은 공허하며 의지가 없는 나의 꿈은 공상이었을 뿐이다. 

  돌이켜보지만 전혜린이 말한 완벽한 환희의 순간이 나에게도 한번은 있었다. 고등학교때 시험공부를 마치고 새벽에 잠자리에 들기전 모든것이 완벽하다고 느껴진 때가 있었다. 그땐 무엇도 두렵지 않았고 무엇이든 해낼 자신감이 있었다. 그때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 하지만 잘 생각이 안난다. 어떻게 해야 그 느낌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지... 일단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애정을  줘야겠다. 그리고 의지를 가지고 꿈을 꾸고 열정을 가지고 노력을 해야겠다. 그러면 아마 다시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학창시절은 끝났지만 내 청춘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인생도 충분히 많이 남아있다. 마음먹고 무엇을 한다면 세계정복인들 못하겠는가!(이건 좀 심하군) 아다치의 여운을 남기는 간결한 그림속에서 내가 느끼고 배울 수 있던것은 많았다. 내 청춘은 끝났지만 로망은 남아있다. 자! 다시 한번 힘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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