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날의 오후처럼...
아일리 브라더스의 음악은 마치 아무도 없는 바다에 유유히 떠가는 작은배처럼 나른하다. 크게 굴곡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높낮이는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준다. 그런 이유로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창가에 걸터앉아 책을 보거나 상념에 잠기는 여유로운 시간이 상상이 된다. 날씨는 맑은 오후나 아니면 비가 내리는 흐린날이나 모두 상관없다.
형제들이 모인 이들은 초기에 3명의 멤버로 시작하다가 이후 6명이 되었으며 한때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와도 같이 음악을 했었다. 특별히 폭발적인 히트곡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꾸준한 활동과 함께 인기를 누려왔고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어렸을적 정말 재밌게 보았던 외화시리즈 [블루문특급]의 OST앨범을 뒤적이다 처음 듣게된 노래가 [This Old Heart of Mine (Is Weak for You)]이었다. 흥겨운 펑키풍의 리듬과 매력적인 음색에 단번에 팬이 되었고 이들의 노래를 즐겨듣게 되었다. 이들의 음악은 처음엔 펑키쪽에 가까웠으나 그후 과도기적으로 [That Lady]와 같은 펑키와 소울을 퓨전했고 이후 영화 알피에 삽입되었던 [For the Love of You]라든지 [Between The Sheets]와 같은 소울 내지는 알앤비로 정착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사실 처음 이들의 시작은 가스펠이었다.
세월에 따라 아일리 브라더스의 멤버도, 음악도 변했지만 이들의 느낌만은 그대로인듯 하다. 사람이 변해도 그 사람의 향기가 남아있다고 했던가? 이들이 다른풍의 노래를 해도 이들만의 특색은 드러난다. 이제는 정말 오래된 전설의 뮤지션이 되어야 할 그들이지만(사실 이들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대부분은 지금은 없다)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오래된 음악에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내 오래된 심장은 아직도 당신에게 약하다는 순진한 직역이 더 어울리는 그들의 노래를 가끔씩 듣고 싶다. 정말 나른한 어느날의 오후 여유롭고 평화스러운 기분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