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할 수 없어

by 이야기여행자

우리 집 애완견이 아무 잘못도 없다는 생각이, 그날따라 유난히 늦게 들었다. 돌이켜보면 그건 개의 문제가 아니라, 그날의 공기와 사람들의 마음이 이미 예민해져 있었기 때문이었을 텐데, 나는 그 사실을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말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도,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밤 열한 시가 가까워오도록 남편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회식이 있다고 했고 늦을 거라는 말도 했지만, 나는 TV를 켜둔 채 괜히 몇 번이나 시계를 확인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 있었고, 거실에는 낮은 볼륨의 예능 프로그램 소리만 흐르고 있었다. 코코는 내 무릎 위에 몸을 말고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등을 쓰다듬으며 현관 쪽을 힐끔거렸다.

문 여는 소리가 나자 코코가 먼저 반응했다. 무릎에서 뛰어내리더니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크게 짖기 시작했다. 순간 이웃이 떠올라 나는 서둘러 코코를 다시 끌어안았다.
“코코야, 아빠야. 아빠. 조용히 해야지.”
말은 다정하게 나왔지만 손에 들어간 힘은 그렇지 못했다. 코코는 내 품에서 몸을 비틀며 계속 짖었고, 그 사이 현관문이 완전히 열리며 남편이 들어왔다.

남편의 얼굴은 하루를 다 견디고 나온 사람의 표정이었다. 술 냄새가 강하지는 않았지만, 걸음이 평소보다 느렸고 신발을 벗는 동작이 거칠었다.


“아니, 왜 이렇게 시끄러워.”
그 말과 동시에 남편의 시선이 코코에게로 향했다. 나는 그 표정을 알아봤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말을 참다가 집에 와서야 풀리는 얼굴이었다.

“여보, 내가 금방—”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남편의 손이 내 품으로 들어왔다.
“이놈이, 조용히 안 해?”
남편은 코코를 거칠게 빼앗아 들었다. 목덜미를 잡힌 코코의 몸이 공중에서 대롱거리며 흔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여보!” 하고 소리를 냈지만, 그 말은 이미 늦었다.

그때 방문 하나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딸이었다. 딸은 상황을 보자마자 몇 걸음 만에 다가와 남편의 팔에서 코코를 낚아채듯 끌어안았다.


“아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남편이 고개를 돌려 딸을 봤다. 눈이 약간 충혈돼 있었다.
“뭐라고?”
딸은 물러서지 않았다. 코코를 안은 팔에 힘을 주고 다시 말했다.
“얘도 생명이잖아요. 그렇게 하면 안 되잖아요.”
남편이 짧게 웃으며 말했다.
“개잖아. 그리고 아빠한테 짖고 있잖아.”
“개니까 그런 거죠.”
딸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우리가 더 조심해야죠.”

나는 그제야 말려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끼어들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여보, 지금—”
“가만있어.”
남편은 나를 힐끗 보며 말을 끊었다.
“지금 애가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안 보여?”
“당신도 흥분했잖아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코코가 짖어서 그런 거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
“그래서?”
남편의 시선이 다시 딸에게로 향했다.
“그래서 아빠한테 소리 질러도 돼?”

딸은 곧바로 말했다.
“아빠가 먼저 그렇게 했잖아요.”
“이게 말대꾸야.”
남편이 한 발짝 다가섰다.
“너 지금 눈을 어디다 두고—”

아빠와 딸의 말다툼

그 순간 남편의 손이 들리는 것을 보았고, 나는 그제야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만해요.”
나는 두 사람 사이로 들어갔다. 말보다 몸이 앞섰다.
“여기까지 해요. 세림아, 너는 방으로 들어가. 여보, 잠깐만 나랑 얘기해요.”
“지금은 아니야.”
남편이 짧게 말했다.
“지금 이건 넘어갈 일이 아니야.”
“지금 넘어가야 해요.”
나는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
“이러다 다쳐요. 누군가.”

딸은 잠시 서 있다가 아무 말 없이 코코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남편은 그 문을 향해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기껏 키워놨더니 아빠한테 대들기나 하고.”
나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어떤 말도 불씨가 될 것 같았다.


잠시 후 나는 딸의 방 앞에 섰다. 노크를 해야 할지, 그냥 이름을 불러야 할지 망설이다가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세림아, 엄마야.”
안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딸은 바닥에 앉아 코코를 끌어안고 있었다. 어깨가 작게 들썩이고 있었다.

“얘야…”
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 눈물은 반성도, 단순한 슬픔도 아니었다. 오래 쌓아둔 말을 더는 참지 못해 흘러나오는 얼굴이었다.
“아빠한테 가서… 일단 죄송하다고 말해.”
딸이 고개를 들었다.
“제가 왜요?”
“지금은 싸움을 끝내야 해.”
“엄마도 봤잖아요. 제가 잘못한 거 없잖아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맞다고 말하면 거실에 있는 사람이 혼자가 되고, 아니라고 말하면 여기 있는 아이를 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른한테는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야.”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이미 여러 번 해왔던 말이었다.

딸의 눈빛이 식었다.
“왜 엄마는 항상 그래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에 내 편은 왜 없어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거실로 돌아왔을 때 남편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TV는 꺼져 있었고 집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여보.”
내가 불렀지만 남편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참아줘.”
나는 그의 옆에 앉지 못한 채 서서 말했다.
“내가 세림이랑 얘기해 볼게.”
한참 뒤 남편이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이 나를 뭘로 보는지 알아?”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애원하듯 말했을 뿐이다.

“여보… 제발…”


그날 밤, 누구도 먼저 사과하지 않았고 누구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모두를 이해하려 했다. 그래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로, 아무도 지켜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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