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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Sep 05. 2024

알고리즘, 뜻하지 않게 와닿는 이야기

경험의 중요성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눈에 띄는 영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한 다큐멘터리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아이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 그리고 둘째를 가질 생각을 못하는 이유에 대한 짧게 압축된 영상이었습니다. 어떤 알고리즘이 저를 이 영상으로 인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눈에 띄길래 클릭해봤죠.


영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돈이 없어서, 양육 비용의 부담 때문에 아이를 못 낳는 것보다 시간의 부족과 빈곤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것이었죠. 양육비의 평균을 내보면 사실 생각보다 많은 지출이 있지는 않는다는 것, 대신 시간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영상에 나온 한 부부의 이야기가 참 와닿았습니다. 새벽 6시에 출근하는 아내, 아이의 어린이집 픽업을 위해서 근무 시간을 조율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조율이 가능하다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출근과 아이의 등원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온 가족이 다 모이는 시간은 저녁 7시가 넘어서야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죠.


비슷한 영상을 예전에도 봤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땐 크게 와닿지가 않았죠. 아이가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현실적으로 와닿습니다. 아침 일찍 아이의 자는 모습을 슬쩍 바라보고 출근하는 저와 자신의 출근과 아이의 등원을 동시에 해결해야하는 아내. 유튜브에서 봤던 부부의 사례와 남편과 아내의 역할만 바꿨을 뿐 거의 비슷했죠.


또 다른 부부는 비상 상황에서 대처가 안된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습니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아이는 진짜 많이 자주 아픕니다..) 부부 중 한 명이 가야하는데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되어있는데다 일이 많을 땐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었죠. 아이 하나만 있어도 이런 상황인데 둘을 엄두도 안난다는 것입니다.


참 많이 와닿습니다. 저희는 그나마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근처에 계셔서 도움을 받고 있어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부부들은 진짜 어떻게 해야하나,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둘째를 고민할 수 있겠나 싶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내가 겪을 수 있거나 겪고 있는 상황에선 많은 공감이 갑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저 '아 저런 상황이구나' 정도로 인식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경험'이 참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어떤 일을 봤을 때,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경험이 있다면 공감 능력은 훨씬 더 높아집니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더 잘 위로할 수도, 더 잘 공감해줄 수도 있는 것이죠.


얼마 전 제 생일에 아내가 물었습니다.


"뭐 가지고 싶은 것 있어?"


큰 욕심 없이 살아가고 있는 저는 '닭강정이랑 나쵸 먹으면서 맥주나 마시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생일 당일 근사한 오마카세를 예약했다며 데리고 가줬습니다. 그러면서 이 말을 하더군요.


"우리 둘 다 큰 욕심이 없어서 생일에 뭐 가지고 싶다고 서로 이야기 잘 안하잖아?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경험에 투자해보자. 평소에 쉽게 할 수 없는 그런 경험 말이야."


그렇게 말로만 들어보던 오마카세 집을 가서 근사한 식사를 마쳤습니다. 이젠 '오마카세'라는 말을 들으면 훨씬 더 이해도가 높고 공감도 잘 될 겁니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영상, 그리고 제 생일에 아내가 데려가줬던 오마카세.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경험'을 통해 '시간'이 쌓이면 결국 '성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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