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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Sep 18. 2024

온가족이 모여 앉아 책 읽기

칭찬해! 칭찬해!

휴일 저녁. 아내와 제가 힘을 합쳐 아이를 씻기고 머리를 말리고 식탁 위에 모여 앉았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를 들고 앉았고 저와 아내는 냉장고에 넣어둔 밀크티를 꺼내들었습니다. 평화로운 밤 시간을 보내던 중 제가 문뜩 다 같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한테 책 가져오라고 해서 다같이 앉아서 읽어볼까?"


저와 아내가 주로 읽는 책은 항상 손이 쉽게 가는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식탁에서 손만 뻗으면 됐지만 아이는 자신의 방에 있는 책장이나 거실에 있는 책장에서 가져와야했죠. 아내도 그리고 아이도 같이 책을 읽자고 동의했고 아이한테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3권의 그림책을 가져온 아이. 늘 읽던 책을 읽는 저희 부부. 식탁에 온가족이 둘러 앉았습니다. 아이의 빠른 수면을 위해 틀어놓은 클래식 라디오 소리와 책장만 넘기는 소리가 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는 3권의 책이 아쉬운 듯 몇차례 방을 오가며 여러 권의 책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클래식 음악, 아이가 책을 더 가져오겠다며 콩콩 걸어가는 소리만 반복되는 밤 시간이었습니다. 참 여러모로 신기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이렇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조용히 책을 읽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한 것, 온가족이 있는데도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울 수가 있다는 것 등등.. 여러 생각이 들면서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어느덧 아이가 하품을 길게 하고 읽었던 책을 몇 번을 다시 읽기를 반복하길 여러 번. 아이가 점차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지루해한다는 것을 느낀 저희 부부. 그때 아이가 졸립다며 자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온가족이 모여 앉아 가졌던 독서 시간이 종료됐습니다.


같이 책을 읽었던 시간은 무려 30분. 저희 부부에겐 긴 시간은 아니였지만 아이에게는 한참이나 긴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저희 부부를 따라 같이 책을 읽어준 아이가 기특하면서도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모방하면서 큰다고 합니다. 오늘 밤은 이런 말이 참 와닿습니다. 저희가 책을 읽는 모습을 몇 번씩이나 쳐다보면서 자신도 따라서 책을 읽는 아이를 보면서 말이죠. 매일 밤 짧게라도 이런 시간을 계속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늘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 대신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할 것이 아닌 그저 온가족이 다같이 모여 앉아서 책에 집중해볼 수 있는 시간 말이죠.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모습을 찍어두질 못 했다는 점이죠. 독서의 집중력이 흐트러질까 싶어 모두가 책에 집중한 결과이기 때문에 아쉬움 대신 머리 속에 온가족이 모여 앉아 독서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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