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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Mar 29. 2024

육아하다 문뜩 떠오른 아버지에게 쓰는 글

크고 든든한 등을 바라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얼마전 앞으로의 미래는 어떨까라는 궁금함에 2024 트렌드라는 책을 읽었어요. 2024년도의 트렌드 키워드 10가지를 꼽았는데 그중 가장 와닿았던 키워드가 ‘요즘남편 없던아빠’였습니다.


‘요즘남편 없던아빠’를 간단하게 말하면 육아의 참여가 확실해지고 육아의 영역에서 아빠의 역할과 책임, 가정에서의 위치가 명확해진다는 내용이고. 또한, 이젠 아빠도 6시의 신데렐라가 되어서 회사와 가정의 양립, 가정에 시간을 쏟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더라고요.


저는 ‘요즘남편 없던아빠’의 키워드와 내용이 사실 낮설지않았어요. 바로 아버지가 딱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죠.


제 아이가 태어나고 아빠가 되어보고. 제가 하는 말과 행동을 따라하는 아이의 모습. 제가 데리고 간 어느 장소를 무척 좋아하는 모습.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문뜩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아버지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도 그 당시엔 가정에 충실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셨을까도 짐작해봅니다. 몰려드는 일에, 야근에, 사회생활이라는 명분하게 있던 회식자리에..몸이 2개여도 남아나지않았을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참 가정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기억에 남아요.


주말에도 교대근무를 해야했던 엄마를 대신해서 이것저것 섞어서 만든 꿀맛같던 아빠표 비빔밥 맛이 아직도 생생하고. 그렇게 돌아다니시길 좋아하셨는데 매순간 저를 데리고 다녔던 상황들도 기억에 남아요. 


육아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아버지가 그렇게 저와 형을 위해서 같이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경험도 시켜주셨던게 정말 쉽지않은 일이였다는 것을. 아버지도 피곤하고 좀 쉬고싶고 본인만에 시간을 보내시고 싶으셨을텐데..


육아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저 또한 가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기에 지금의 제 모습과 가정이 있다는 것을요. 다른 사람이 저를 보고 ‘참 가정적이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아버지 덕분이구나.


이젠 아버지와 어머니가 두분이서 여행도 다니시고 같이 자전거도 타시면서 잘 돌아다니시면서 재미있게 인생을 사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늙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채웁니다. 


옷을 사러갔을때 어머니가 어떤 색이 더 잘 어울리냐는 질문에 “당신은 얼굴이 예뻐서 다 어울려”하는 것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도 저런 말센스를 배워야겠구나 생각해요.


육아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제 아이가 제 등을 보고 크는 것을 보면서 저도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랐겠구나 합니다. 아버지의 그 크고 든든한 등을 바라보고 크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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