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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Mar 29. 2024

하루의 자유시간이 생기면 뭘 하실건가요?

청주사람의 서울 나들이 상상

상상만해도 좋은데 혼자서 자유를 느끼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나거나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뭔가 재미있는게 있으면 말하면서 나눠야하고, 멋진 풍경이 있으면 같이 감탄하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같이 공감하며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아내를 슬쩍 소환해야겠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하루 동안의 자유가 주어진 일분일초가 아깝다. 후다닥 외출 준비를 마친 우리는 차를 타고 서울로 간다. 목적지는 연남동, 합정동, 망원동 일대. 우리가 연애할 때 자주 갔던 동네이자 살았던 동네다. 둘이 같이 그 동네를 돌아다닌 적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차를 타고 가는 길을 막힘이 없다. 하루 동안의 자유가 주어진 탓인지 운이 좋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신호도 오늘따라 뻥뻥 뚫린다. 연남동 주변에 도착해 미리 종일권으로 예약해 둔 주차장에 차를 넣어둔다. 첫 번째 목적지는 일단 분위기 좋은 카페. 여기서 커피 마시려고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그대로 달려왔다. 따뜻한 라떼 한모금에 여기가 연남동이구나라고 시선의 여유를 찾는다.


오늘만큼은 별도의 계획없이 그냥 돌아다니기로 했다. 아내와 연애할 때처럼 연남동, 합정동, 망원동 주변을 그냥 돌아다닌다. 걷다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서 구경도하고 허기를 달래줄 길거리 음식도 맛본다. 그러다가 점심 때가 되면 가게 앞에 나와있는 메뉴판을 보고 여기가 맛있을지 저기가 맛있을지 신중하게 고민한다.


신중하게 고른 점심 메뉴. 일본식 음식인데 한국에 넘어와 한국화 된 퓨전 일식이다. 아내는 음식이 나오자마자 사진을 여러장 찍고 나는 가만히 일단 기다린다.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면 맛을 보는데, 환상적인 맛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그런 맛에 일본식 느낌의 풍이 있어서 깔끔하기도 하다. 연신 감탄사를 말하면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낸다.


점심 후엔 다시 카페다. 처음 갔던 곳과 다른 분위기의 카페. 잔잔하고 조용하지만 빈 공간을 인디밴드 음악이 채워주는 그런 곳이다.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겼다가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기를 반복한다. 아내와는 여기가 저렇게 변했구나. 여긴 어땠었는데. 이러면서 과거의 추억도 소환하고 옛날에 재미있었던 기억나는 일들을 말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카페까지 다녀왔으니 오랜만에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러간다. 바로 데이브레이크와 소란의 합동 공연!! 연애할 때만해도 인디밴드에서 약간 유명한 정도지만 지금은 꽤나 많이 알려졌고 유명하기도하다. 눈으로 힐링을 했으니 이번에 귀를 힐링시킬 차례다. 간만에 가는 공연에 우리의 귀는 말그대로 녹아내린다. 너무 좋다.

공연이 끝나자 어느덧 해가 져물어간다. 저녁 먹어야지. 이번엔 양식을 골랐다. 얇은 도우에 토핑이 잔뜩 올려진 피자와 함께 느끼하지 않은 오일파스타, 약간의 매콤함이 들어간 리조또까지. 먹다보면 입앗에 도는 조화가 환상적이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청주로 내려갈 차에 오른다. 내려가는 길 역시 올때와 마찬가지로 막히지 않는다. 내려가는 길에 오늘은 어땠는지, 나중에 또 어딜 가고 싶은지, 그러다가 뒤늦게 ‘아! 여기 들렸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면서 후회를 남기기도 한다.


하루 동안의 자유. 시간은 너무 빨리 간다. 차가 막히지 않았지만 이동 시간이 아깝다. 우리는 짧은 하루를 아쉬워하면서 꼭 성공해서 다시 서울로 가자는, 서울에 살고 싶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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