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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Mar 29. 2024

이대로 멈췄으면 또 영원했으면 하는 순간들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 시간

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두고 아내랑 데이트 즐기는 것을 참 좋아한다. 내가 연차를 쓰는 이유 중 하나다. 언젠가 이 글을 아이가 본다면 조금 미안하겠지만.. 아빠는 엄마랑 있는 시간이 참 행복해.. 미안..


아이를 맡겨두고 분위기 좋은 카페를 가고 먹고싶었던 음식을 찾거나 그냥 눈에 들어오는 식당을 가고. 그리고 길거리를 그냥 걷는 것도 좋다. 여기서 조심해야할 것이 있다. 요즘 날씨에는 내 코트 안에 아내가 습관적으로 손을 넣고 같이 손을 잡는데 너무 좋지만 좋아하는 티는 내면 안된다. 좋아하는 티를 내는 순간 아내가 오글거린다며 손을 빼기 때문에.. 속으로만 행복한 티를 팍팍 낸다.


아이가 없었을 땐 너무 당연한 시간이었는데 왜 그땐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 소중한 둘만의 시간이 아깝고 너무 좋아서 정말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면 영화관을 가지 않는다. 둘이 손잡고 걷고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대화하고 맛있는거 먹고. 오로지 서로에게 집중하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 평소에 많이 가봤던 공간도 아내랑 단 둘이가면 또다르게 느껴진다. 이 순간을 그 느낌을 그대로 박제하고 싶을만큼.


그리고 가족들이 모여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좋다. 이모가 여섯, 외삼촌 한 명. 같이 살진 않았지만 이런 대가족 분위기에서 커서 그런지몰라도 가족들이 다 모여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던 한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하던 그 왁자지껄한 모습이 좋다. 그래서인지 결혼하고도 장인장모님과 같이 여행을 가는 걸 좋아하고 아내의 오빠 부부까지 온 식구가 다 같이 모이는 자리가 좋다. 명절이 아니더라도 가까이 살아서 종종 모이는데 이런 모임이 생길때마다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 이게 가족이구나 싶다.


한 차로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가는 길, 가면서 이것저것 생각들도 이야기하고 주변 풍경도 보고. 이런 순간이 너무 좋다. 그래서 나중에 돈을 번다면 큰 차를 가지고 싶다. 카니발처럼 큰 차에 온 가족 다 태워서 여행을 다니고 싶다. 여행의 시작은 출발부터라고 생각해서 다같이 이동하면서 어디를 갈까 뭐가 있을까 중간에 어디를 잠깐 가볼까 아이가 떼쓰는 그런 모습들 마저도 행복하게 느껴질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돈까스를 먹을 때 행복하다. 내 최애 메뉴이기도하지만 아이도 너무 잘 먹는다. 아이가 먹는 모습을 보면 ‘아이 키우는 맛’이라는게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입에 소스 묻혀서 빨게진 아이 입술도 너무 귀엽고 맛있다고 표현하는 그 눈동자가 너무 사랑스럽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아이도 너무 좋아하는걸 보면 내 핏줄이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아이가 돈까스를 좋아하는 취향이 안변했으면 좋겠다.


아내와 아이를 태우고 운전하는 그 순간이 좋다. 어디론가 나들이를 가던 목적지없이 돌아다니던 아버지를 닮아 운전자체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이제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아버지가 운전 자체를 좋아하시는 것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태우고 어디론가 가는 것. 그 자체가 좋으셨던 것 같기도하다.


이 순간들을 그대로 남기고 그 느낌을 간직하고 싶다. 이 순간들이 더 많아질 수 있는 시간이 꼭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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