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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Mar 29. 2024

모든 일은 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비가 오는 날의 등원

아침에 눈을 떴다. 아내가 일이 있어서 아이가 깨기 전에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가 떠야 하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밖이 컴컴하다. 아 오늘 비가 온다고 했었지. 어제저녁에 봤던 일기예보가 떠오른다. 아내가 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히 출근하고 무려 10분 뒤. 아이가 깼다. 일어나자마자 엄마를 애타게 찾는다. 내가 갔더니 '아빠 싫어! 엄마 좋아' 하면서 발버둥을 친다. 이럴 땐 가만히 놔두는 것이 상책이다.


5분가량을 혼자 울면서 엄마를 찾다가 현실을 직시했는지 나한테 온다. 배고프다며 시리얼이 먹고 싶단다. 아이의 시리얼을 준비하고 내 것도 같이 준비한다. 밖을 내다보니 동이 트긴 했지만 여전히 어둡고 비도 주룩주룩 내린다. 시리얼을 챙겨 먹이고 어린이집 가방도 챙긴다. 밤 사이 흐트러진 아이의 머리도 다시 묶어준다. 아내의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노력해서 모양정도는 만들 수 있다. 비가 오는 만큼 풀리지 않도록 더 짱짱하게 묶어준다.


아이가 나랑 있는 것이 별로 재미가 없었는지 빨리 나가자고 재촉한다. 8시밖에 안 됐는데.. 8시 반쯤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때문에 너무 이른 시간이다. 비가 오니까 우산을 써야겠다며 밖에 빨리 나가자고 두 번째 나를 재촉한다. 일단 나가기로 결심.


하지만, 어린이집에 너무 일찍 등원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아침 드라이브를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이도 차를 타는 것은 좋아하니까 시간 좀 보내다가 등원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비가 오는 날의 아침 드라이브는 어느 때보다 더 막히는 편이다. 차도 많은 것 같고 또 더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차로 동네를 두 바퀴 정도 돌고 어린이집 주변으로 이동했다.


어린이집 주차장에 차를 멈춰두고 아이를 쳐다봤다. 집에서 나올 때 장화를 신으라고 했어야 했나. 생각보다 비가 많이 내리고 멈추질 않는다. 다행인 건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패티 우산이 있어서 잘 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내려주고 우산을 손에 들려줬다.


그 순간. 아이가 어린이집 입구 방향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갑자기 돌진한다. 목표는 비가 내려 웅덩이가 만들어진 어린이집 한쪽 구석. 그곳에서 아이는 발을 구르며 첨벙 소리를 낸다. 우산도 덜 쓴 상태에다 물웅덩이에서 발까지 굴렀으니 머리는 물기가 흥건하고 신발 위로 물이 튀면서 바지 밑단이 다 젖어버렸다. 장화를 신으라고 했어야 했나, 우비를 입혔어야 했나. 후회해도 소용없다. 간신히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 입구에 데려다 놨다. 곳곳에 비의 흔적이 남아있는 아이를 보며 선생님이 '왜 이렇게 젖었어?'라고 묻자 아이는 너무 재미있는 얼굴로 '물에서 첨벙첨벙했어요'라고 말한다.


모든 일은 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일어나지만 비 오는 날의 등원은 좀 더 변수가 많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가 한번 튀면 생각보다 그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무사히 비 오는 날의 등원 마친 나는 오늘도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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